오래 입을수록 행복해지는 옷.
보면 볼수록 좋은 사람이 있다. 단박에 끌리진 않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고 편안한 사람. 슬로웨어는 그런 성정의 브랜드다. 공장을 겸한 본사는 베니스 산타 루치아역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다. 어떤 옷이든 천천히 공들여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 어떻게 이런 곳에 옷을 만드는 공장이 생긴 걸까?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베니스 출신인 카를로 콤파그노가 1951년에 만든 인코텍스가 그 시작이다. 당시 인코텍스의 전공은 작업복과 군대 전투복이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면서 콤파그노 패밀리는 완벽한 팬츠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인코텍스의 아이콘인 5포켓 팬츠도 이때 등장했다. 단정하고 실용적인 인코텍스의 팬츠는 일본과 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3년엔 셔츠와 아우터, 니트웨어로 범위를 넓혔다. 직접 개발하는 대신 비슷한 철학을 가진 브랜드를 인코텍스에서 품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때부터 슬로웨어란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인코텍스는 물론 아우터로 유명한 몬테도로, 품질 좋은 실과 니트를 만드는 자노네, 빈티지 패턴 셔츠에 도가 튼 글렌 셔츠에 슬로웨어란 우산을 씌운 것. 토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슬로웨어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방에서 섬세하고 꼼꼼하게 옷을 만든다. 완성한 옷을 통째로 워싱하는 ‘가먼트 다잉’ 방법을 써 훨씬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면팬츠, 꽉 구겼다 펴도 주름이 남지 않는 링클 프리 블레이저. 아주 얇은 실로 직조해 얼음처럼 시원한 촉감의 니트. 오래 봐야 예쁘다는 말, 슬로웨어에게 이보다 적절한 수식은 없다.
- 에디터
- 안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