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단정한 패딩 재킷이 나타났다.
‘점잖은 패딩 점퍼’는 없다고 생각했다. 미쉐린 마스코트처럼 빵빵한 모양새, 눈이 아프도록 현란한 색깔. 막 참기름을 바른 김처럼 반질반질하면 더 패딩답지. 부피를 반으로 줄인 이너 패딩이 줄줄이 나왔을 때도 다를 건 없다고 느꼈다. 에르노의 패딩을 보기 전까진 그랬다. 고요하고 물 많은 이탈리아 마조레 호수 근처에서 탄생한 에르노는 레인 코트를 만들며 차곡차곡 명성을 쌓았다. 그들의 관심사는 줄곧 특수한 원단, 첨단 기술을 더한 혁신적인 소재다. 디자인은 유행을 타지 않게, 소재는 대를 물려 입어도 될 만큼 견고하고 훌륭하게. 사진 속 레전드 셔츠 재킷 역시 그렇게 만들었다. 양질의 구스 다운으로 안을 채우고, 겉은 20 데니어의 가벼운 누아지 나일론 소재로 마무리했다. 입으면 옷이라기보단 따뜻하고 안정적인 공기층을 두른 기분이 든다. 슬며시 춥다 싶을 땐 재킷으로, 얼굴이 따갑도록 차가운 날엔 묵직한 코트 안에 단단히 받쳐 입으면 된다. 가뿐한 모양새에 은은한 청남색. 고상한 분위기는 덤이다. 가격은 1백10만원.
- 에디터
- 안주현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