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전 남친과 반드시 친구로 남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얼마 전, 아리아나 그란데의 곡 ‘Thank U, Next’가 대히트를 쳤을 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부서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별 후 괴로움에 배회하는 사람보다는 이별을 배움의 기회로 생각하는 쿨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 애인이 자신의 인생에서 한때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이제 ‘좋은 전 애인들(good exes)’란 단어를 알아둘 때다.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할 때이다. 반면, 우리에게는 이별 후에 술 취해 계속 전화를 걸던 최악의 전 애인들도 있다. 그들에게 ‘좋은 전 애인’이란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좋은 전 애인이라면 늦은 밤에 이상한 이모티콘을 사용하여 후회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좋은 전 애인이라면 한때는 소중했던 사람에게 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전 애인을 만났을 때, 괜히 이상한 장난을 치거나, 당신이 마치 위험한 전염병 환자인 것처럼 대하지도 않을 것이다.
누구나 이별을 통해 적어도 한 두가지는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24명의 사람들에게 좋은 전 애인과 나쁜 전 애인을 구별하는 기준과 한 때는 불타는 사랑을 나눴던 사람과 친구로 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전 애인과의 연락 빈도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좋은 전 애인들은 자신의 족적을 남기기 마련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어떤 연락도 받지 않는 편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줄리아는 자신의 옛 남자친구에게 ‘최고의 전남친’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왜냐면 이별 후 수년 동안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동생의 졸업식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줄 수는 있다. 아니면,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가벼운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는 편을 선호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전 애인과 이별 후에 진정한 우정의 관계에 돌입하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로 마이크를 잡는 것도 봤다. 또 다른 한 여성은 자신의 대학시절 남자친구와 함께 소식지를 발행하고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브루클린에서 살고 있는 스텔라 같은 독특한 케이스도 있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가 현재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함께 사는 룸메이트가 되었다. 그들은 ‘틴더’를 통해 만났고, 두 달의 겨울 기간 동안 데이트를 한 후에, 스텔라가 먼저 이별을 통지했다. 그리고 이듬해 여름에, 그녀는 전 남자친구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나는 그에게 ‘같이 있고 싶어. 당신만 괜찮다면, 연락줘’라고 말했다.” 그렇게 단둘이 만나는 시간이 점점 잦아졌다. 특히 그들이 같은 동네에 산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더욱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들의 아파트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더욱 가까워졌다. 이렇게 해서 그들의 묘한 룸메이트 관계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그들은 거의 2년 가까이 함께 살았다. 그리고 그들의 독특한 동거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위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사례보단 평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 애인의 팟캐스트 데뷔나 생일 축하, 취업 축하 메시지 정도를 보낼 수 있는 그런 관계 말이다. 이상적인 전 애인은 우리의 인생에서 어떠한 ‘활동적인’ 무언가를 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현재’ 속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균형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균형적인 관계는 필요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한다거나, 사회적인 그룹에서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할 때, 서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각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선사하고 전애인에 대한 에티켓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모두가 좋은 전 애인이 될 수는 없다. 특히 사귈 때 폭력적인 언행을 한 적이 있다거나, 진실되지 못했다거나, 연락도 없이 관계를 일방적으로 혼자 끝내는 경우라면 좋은 전 애인의 후보 자격에서 자동적으로 박탈된다. 좋은 전 애인은 상호 간의 존중으로부터 탄생되기 때문이다.
좋은 전애인은 당신의 헛소리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내 인생에는 ‘좋은 전 애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대학교 때 사귀었고, 졸업 전에 헤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각자의 가족이나 직업에 대한 긴 이메일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특히 새해 첫날 무렵에는 무조건 메일을 보냈었고, 그때 우리는 자신의 존재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처음 뉴욕으로 이사 왔을 때, 얼마나 긴장되었었는지 심정을 전했고, 그는 내가 변화를 마주할 때 늘 그랬었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상기시켜주었다. 그는 내 이력을 알뿐만 아니라 어떤 것들에 불안함을 느끼는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늘 위로해주었고, 나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대학시절이나 20대 초중반에 누군가와 연애를 했다면 그 시간이 정말로 흥미로웠던 시절이라는 걸 알거다.” 고틀리프가 설명한다. “그때 연애했던 사람은 미래의 파트너가 모르는 당신의 모습을 알고 있다.” 물론 새로 사귀는 남자친구들에게 당신의 대학 시절에 대해 말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캠퍼스를 함께 누비며 지냈던 사람이 직접적으로 경험했던 것과는 절대로 같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당신의 전 애인은 현재의 애인이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주변의 친구들도 당신이 보냈던 모든 과거를 알 수는 없다.” 고틀리프가 그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당신의 전 애인은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 정말 유익하고 사랑스러운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좋은 전 애인은 심지어 당신의 새로운 연애 상대를 찾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컨설턴트인 시드는 여전히 온라인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전 여자친구가 있다. 그에게 페이스북의 오래된 사진들은 전 애인과의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리고 시드에게 그러한 추억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 사진들을 통해 그는 자신의 전 관계에 더욱더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그녀와 함께 할 때 나의 개인적 자질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앞으로 누굴 만나든, 그녀는 기준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별 후에 바로 친구로 남으려는 시도는 거의 그 반대의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오래 연애를 했거나 진정으로 사랑했던 관계가 끝이 났을 때, 우리는 늘 즉각적으로 ‘애인’에서 ‘친구’로 전환하기 위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시대에 그게 가능할 것 같지만, 굳이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몇몇 사람들이 이별 후에 친구로 남으려는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조금의 감정이나 가능성이라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이별을 한 커플은 좋은 전 애인으로 남기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 에디터
- 글 / 딜리아 카이(Delia C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