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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Z4의 성질머리

2019.07.04GQ

다시 나타난 Z4에 대한 성격론

단종될 거란 소문까지 돌았다. 2009년 2세대가 나온 이후 오랫동안 잠잠했으니까. 2016년에 생산을 멈추고 공백기에 들어갔는데, Z5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만 넌지시 흘러나왔다. 하지만 BMW의 경량 로드스터는 다시 한번 Z4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사실 많이 팔리는 차는 아니었다. 2인승 로드스터라는 차체 형식은 매력적이지만, 데일리카로 사용하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싶어질 때 몰고 나가는 ‘세컨드 카’로서의 활용이 더 도드라지는 장르다. 하지만 팬층은 확실했다. 가벼운 무게와 넉넉한 힘, 후륜구동, 그리고 야무진 서스펜션의 조합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굳센 지지를 얻었다. Z4가 달라졌다. 엄밀히 따지면 이름과 롱 노즈 쇼트데크(보닛이 긴 반면 캐빈룸과 트렁크룸의 비율은 짧은 디자인) 타입의 윤곽만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게 바뀌었다. 하드톱이던 루프가 무게 감소를 위해 소프트톱으로 교체되었을 뿐만 아니라 날카로웠던 성격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돌덩이처럼 단단했던 서스펜션이 조금 긴장을 풀었고, 엔진도 비교적 온화해졌다. 현재 판매 중인 ‘Z4 20i’의 최고출력은 197마력, 최대토크는 32.6kg·m. 마니아를 위한 자동차보단 좀 더 대중적이고 느긋하게 변모한 것이다. Z4를 미리 접해본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렸다. 국내 도로 사정에는 이번 Z4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날이 무뎌져 운전하는 재미가 반감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두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평가보다는 BMW의 신차 개발 전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BMW는 8천만원대였던 Z4의 가격을 6천만원대로 뚝 떨어뜨렸다. 대신 Z4 마니아를 위한 선택지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직렬 6기통 엔진을 싣고 387마력을 내는 ‘Z4 M40i’를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고성능 엔진에 적합하게 자동차의 성능을 다시 조율할 게 분명하다. 200마력이 되지 않는 Z4는 Z4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디자인만 스포츠카인 ‘패션카’가 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Z4가 어떤 차였는지를 떠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 국내에서 6천만원대에 살 수 있는 로드스터는 흔치 않다.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설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