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단순할 수 없다. 장애물을 넘고, 공을 빼앗으며 누구보다 빨리 결승선에 도달하면 된다.
“영화보다 뛰어난 스토리와 화려한 연출을 동반한 블록버스터 게임들이 쏟아지는 마당에, 이렇게 단순한 게임을 누가 하겠어?” 2019년 6월 폴 가이즈 Fall Guys라는 게임이 발표됐을 때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내린 평가였다. 내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지난 8월, 폴 가이즈가 PC와 콘솔 게임기 PS4를 통해 정식으로 출시됐다. 한 달이 지나 게임 포털 사이트 스팀에서만 7백만 카피가 다운로드됐다. 트위치 게임 방송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람들이 폴 가이즈 게임 관련 콘텐츠를 시청한 시간이 3천만 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막대한 개발비를 들인 것도 아니고, 신선한 게임 요소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게임은 단순 무식해 보였다. 적응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쉽게 할 수 있어 보였다. 그런데도 폴 가이즈는 인기를 끌었다. 가벼우면서 동시에 재미가 있다는 점, 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부분이 먹혔다. 게임은 60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대결을 펼치고, 최종 5라운드에서 마지막 한 명이 승리하는 배틀 로열로 진행된다. 직감을 이용한 순간적인 반응이 머리를 굴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라운드마다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면서 그저 순위 안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된다. 알록달록한 젤리 인형 같은 피겨 캐릭터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 귀엽다. 조작은 간단하다. 점프하고, 붙잡고, 다이빙하는 게 전부다. 반면 게임 속 경쟁은 치열하다. 60명이 고도의 심리전을 사용하기에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드라마다. 좁은 문을 통과하려고 모두가 엉겨 붙은 와중에 누군가는 뒤로 돌아가다가 미끄러져 밑으로 떨어진다. 또 누군가는 다른 경쟁자를 붙잡고 순위와 상관없이 방해 공작에 나선다. 이런 과정에서 대폭소할 만큼 재미있는 장면이 종종 연출된다. 순위권에서 멀어졌다고 포기하기는 이르다. 등수와 상관없이 할 일은 많다. 계단을 오를 때 내 엉덩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쫓아가서 나도 그의 엉덩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게임에는 20개가 넘는 맵이 있다. 장애물을 통과해 정해진 등수 안에 들어야 하는 레이스,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 술래잡기 스타일 대전 등이 대표적이다. 폴 가이즈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를 두는 요즘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얼굴을 보기 힘든 지인들과 랜선에서 만나 웃고 떠들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즐겁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에 이만큼 충실한 게임도 드물다. 김태영(게임 칼럼니스트)
- 피쳐 에디터
- 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