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베스트 드레서 20인의 퍼스널 스타일

2021.03.19GQ

‘퍼스널 스타일’이란 유행을 좇거나 쇼핑광이 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고유한 자신만의 룩을 만들고 박력 있게 밀고 나가는 것. 여기 스무 명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지드래곤 뮤지션
지드래곤은 패션 월드의 자유이용권을 가졌다. 안 입는 것, 못 신는 건 없고, 작정하면 문구와 완구도 하이 패션으로 만든다. 그런 대범한 기세를 보면 샤넬의 뮤즈 역할도 당연하다.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는 남자가 괴상해 보이지 않는 것도 그의 안목을 믿는 추종자들 덕분이고. 제대 후 스타일이 다소 ‘소박’해졌다는 얘기를 듣지만,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면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다. 그의 패션은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듣지만, 대중문화와 패션에 대한 GD의 영향력에 대해 이견이 없는 건 확실하다.

김주혁 배우
故 김주혁은 늘 빨랐다. 이탤리언 클래식 수트가 한창 유행이던 시절, 톰 브라운 같은 갸우뚱한 수트를 공식석상에서 시도했고, 막상 아메리칸 클래식이 유행했을 땐, 빅 아웃포켓이 달린 와이드 팬츠를 입고 스트리트 패션에 도전했다. 평소 국내외 패션 잡지를 정독하며 아이디어를 수집했던 김주혁의 패션 정보는 생각보다 방대했고, 패션 전문가도 인정하기에 충분했다. 스타일 마인드가 넘칠 듯 충만했지만, 스스로를 옷을 잘 입는 게 아니라 옷을 좋아하는 남자라고 소개한 점 역시 그답게 젠틀하다.

김C 뮤지션
김C가 포토월에 섰을 때, (협찬 받은 옷이어도) 저것은 분명 그의 평소 옷일 거란 확신이 든다. 빌리거나 어제 산 게 아닌 늘 입던 옷. 자연스럽고 적당히 느슨하며, 촌스러운 빡빡함이나 긴장감이 없다. 사이즈가 크거나 패턴이 난해하고 소재가 어려운 옷도 이상하게 그에겐 착 붙고, 꽤 멋지게 어울린다. 바람에 말린 듯한 헤어스타일과 좁은 얼굴, 아주 내추럴한 피부와 미간의 주름도 그의 히피스러운 독특한 무드에 힘을 보탠다. 액세서리를 현명하게 잘 활용하는 것 역시 김C 스타일의 핵심. 개인적 의견을 더한다면 그는 이 도시에서 선글라스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다.

오혁 뮤지션
고샤 루브친스키로 시작해 라프 시몬스와 메종 마르지엘라를 지나 발렌시아가까지. 헤어스타일을 제외하면 오혁의 스타일은 세상의 흐름에 따라 자주 바뀌는 편이다. 전위적이고도 구조적이며 ‘펑키’하고도 ‘긱’한 스타일까지. 필요하다면 하이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도통 생각과 기분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패션에 대해선 늘 새로움을 찾고 예민한 촉을 세우며 변화와 시도를 즐긴다. 여기에 뭘 입어도 천진해 보이는 분위기는 오혁의 전매특허.

박찬욱 영화감독
박찬욱 감독은 좋은 자리에선 좋은 옷을 입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상식 때 수트나 턱시도를 입는
게 외국 문화일 뿐이라는 편견을 가진 일부 영화인들의 고집불통 의상을 보면 박찬욱의 룩은 더
특별하게 보인다. 박찬욱의 스타일에 대한 생각은 그의 영화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상황에 맞는
색깔, 소재, 미세한 디테일로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미장센은 그가 고전주의 영혼을 지닌 모험가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설명한다.

강동원 배우
도트 무늬와 실크 스카프, 레오퍼드 프린트와 가죽 팬츠. 보통의 남자가 꺼리는 아이템도 강동원은 평상복처럼 입는다. 현직 모델도 부러워하는 신체 조건과 세필로 공들여 그린 것 같은 얼굴 덕이란 걸 부정하진 않겠다. 하지만 타고난 유전자보다는 패션에 대한 확고한 취향이 그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디올 옴므부터 생 로랑, 그리고 지금의 셀린느를 섭렵하며 그가 보여준 에디 슬리먼에 대한 애정은 이미 유명하다. 스타일리스트를 찾기 위해 일본까지 갔던 일화는 더 유명하고. 그는 남자 패션의 어떤 한 장르를 온전히 혼자 독차지하고 있다.

이정재 배우
한국의 럭셔리 클래식을 대표하는 이정재는 톰 포드 수트를 가장 많이 입는 한국 배우다. 당당함과 과감함이 없다면 도전하기 힘든 유럽 스타일의 숄칼라와 여배우의 드레스보다 화려한 패턴과 소재의 턱시도는 보는 순간 주춤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거침없다. 수트의 교본이라는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천 베일과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의 리처드 기어 사이를 느긋하게 유영하는 자신감. 공들여 만든 옷의 가치를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턱시도 컬러에 맞춰 깁스도 블랙으로 맞추는 센스와 여유까지.

조세호 방송인
조세호는 본인의 체형에 잘 맞는 옷을 고를 줄 한다. 작고 통통한 체형에 제격인 톰 브라운 수트를 재빨리 찾아냈고, 소매와 팬츠 밑단의 길이를 찰떡같이 재단해 조세호 수트를 완성했다. 액세서리를 고를 땐 패션 센스를 좀 더 발휘한다. 짧은 머플러를 더 짧게 묶거나, 조각배 같은 작은 비니를 뾰족하게 쓰는 건 스케이트보드 좀 타고 날아본 시절부터 익혔을 것. 블루종의 밑단을 살포시 연다거나 치노 팬츠의 일정한 핏을 유지하는 건 조세호만의 룰이기도 하다. 여기에 좋은 옷과 액세서리를 고르는 안목까지. 화면에서 보여지는 수더분하고 어수룩한 모습과 달리, 그의 패션은 누구보다 날카롭고 예민하다.

 

 

조성진 피아니스트
연주자에겐 옷도 악기라는 말이 있다. 조성진의 옷은 피아노인 셈이다. 사실 그의 옷은 특별할 게 없다. 회색 톤의 니트류와 울 재킷, 교복처럼 입는 블랙 수트와 늘 메고 다니는 백팩, 그리고 자꾸 쓸어 올리게 되는 헤어스타일이 전부다. 하지만 관리가 잘된 옷은 오래됐지만 조율이 완벽한 피아노처럼, 막상 연주가 시작되면 그 특별함이 드러난다. 늘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매번 다른 감동을 주는 것처럼, 조성진은 또 다른 의미의 베스트 드레서다.

유아인 배우
패션 디자이너, 광고 모델, 스타일리스트로서 패션 브랜드와 수많은 협업을 한 유아인이지만 그는 의외로 브랜드에 별로 의존하지 않는다. 본인의 소신과 취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입어야 하는 옷과 입어줘야 하는 옷에 쉽게 타협하지 않는 편이다. 엄격한 자리에선 단정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스타일을 선호하고, 부담 없이 참여하는 이벤트 땐 안경이나 벨트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액세서리로 소소한 포인트를 주며, 평소엔 주변의 개성 있는 친구들과 어울려 기분과 상황에 따라 편견 없는 스타일을 시도한다. 스스로를 진심으로 드러내면, 그 마음을 타인이 먼저 알아챈다. 유아인이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편한 도구로 택한 것은 옷이다.

봉태규 배우
연기와 패션. 무엇이 됐든 봉태규의 캐릭터는 언제나 확실하다. 유니크한 남성복 디자이너의 뮤즈 시절, 육아와 가사에 빠져 있을 때, 그리고 철부지 마마보이 변호사까지. 모두 제각각인 캐릭터를 봉태규 스타일로 관통하는 스킬! 톰 브라운 강아지 가방을 든 변호사가 세상 천지에 없더라도 봉태규라면 왠지 묘하게 설득된다. 극 중의 뻔뻔한 태도와 패션이 밉지 않고, 평소의 태연한 룩과 미소가 싫지 않다.

송민호 뮤지션
송민호는 거침없이 입는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는다. 예쁘면 좋고, 하나 더 보태 재미까지 있으면 더 좋고. 남자 옷과 여자 옷의 경계도 없고 캐주얼과 포멀의 구분도 없다. 즐기듯 고르고 자기 식대로 입는다. 컬러나 소재를 정할 땐, 설명을 원하거나 이유를 만들지 않고 그저 끌리는 것을 심플하게 택한다. 사이즈에 대한 망설임도 없다. 버질 아블로가 루이 비통 런웨이에 그를 기꺼이 세운 건 송민호식의 자신감 넘치는 바이브 때문이다. 키가 크진 않아도 프로포션이 좋아서 와이드한 룩도 꽤 박력 있게 입는 편.

김남진 배우
김남진은 나이와 시절에 딱 맞게 옷을 입는다. 그 부분에선 겨룰 수 있는 다른 이름이 없다. 20대의 그는 열대야를 겪는 여린 청년처럼 마르고 까맣고 거칠게 입었다. 서른쯤엔 정돈되고 과감하고 무엇보다 세련되게 입었다. 좋은 옷을 고를 줄 알고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아는 벼린 감각이 있었다. 스카프와 팔찌를 그처럼 담백하게 하는 남자가 또 있을까. 요즘은 그의 스타일을 자주 볼 수 없어 그것 참 서운하다. 하지만 가끔 부딪치듯 보게 되는 그의 룩은 이제 우아함이란 다른 결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에겐 어떤 룩이건 일관되게 통하는 것이 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태도.

RM 뮤지션
RM 룩의 키워드는 변화무쌍, 예측 불허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무대에선 주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룩을 입지만 평소 스타일은 스트리트, 캐주얼, 클래식을 망라한다. 게릴라적이랄까, 리버럴하달까. 패션에 관심이 많고 옷을 좋아하고 매번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마음이 보이는데, 탐욕스럽거나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당하게 절제할 줄 알고 면 팬츠에 좋은 알덴 구두를 신을 줄 아는 매너도 엿보인다. 무대 의상은 섹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반면 그의 SNS에 올라오는 룩들은 평화롭고 느슨하다. 일을 떠났을 때 젊은 청년이 일상을 어떻게 향유하는지 몇 컷의 사진만으로도 확연하게 보인다.

정재형 뮤지션
정재형은 평범한 아이템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시행착오를 여러 번 거쳐야만 습득할 수 있는 레이어링이 그 비결 중 하나. 티셔츠와 셔츠, 셔츠와 재킷, 재킷과 코트를 패스트리처럼 켜켜히 쌓는데, 그 조합은 굉장히 공을 들여 완성된다. 어색한 양말과 신발의 조합을 그보다 익숙하게 만드는 사람은 또 없다. 정재형은 다양한 소재를 능숙하게 조합하고, 패턴과 컬러를 룩의 포인트로 사용할 줄 안다. 흐트러진 헤어스타일 하나로 파리지앵이 되고, 뚱딴지 같은 액세서리를 아주 그럴듯하게 착용한다. 무심히 입은 것 같지만 실제론 아주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로, 우리를 속인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처럼.

공유 배우
공유의 팬츠 길이와 운동화가 좋다. 평소엔 낭창낭창한 팬츠를 다소 짤막하게 입고 캐주얼한 운동화를 신는다. 이런 식의 밸런스는 옛날 유밋 베넌 쇼에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공유 덕분에 요즘은 서울의 카페나 골목에서도 만날 수 있다. 니트 비니를 골무처럼 쓰거나 티셔츠의 네크라인을 딱 예쁠 정도만 늘어뜨리는 것도 공유의 고유한 스타일링 팁. 그를 보면 차려 입을 필요 없이, 그저 잘 입으면 된다는 쉽지만 어려운 팁이 떠오른다. 건강하고 탄탄한 몸 선 때문에 가능한 얘기이므로 예쁜 티셔츠나 팬츠가 생기면 운동부터 하려는 남자들이 늘어나는 건, 좋은 징조.

김영철 방송인
김영철은 모든 일에 진심이다. 남을 웃기고 본인이 웃을 때, 필요한 걸 배우고 곧바로 실행할 때, 어느 한순간도 ‘그냥’이 없다. 옷 입는 방법도 참 열심히 터득했다. 초창기 땐 개그와 코믹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은 아메리칸 클래식을 꽤 즐길 줄 아는 모습이다. 우연히 편의점에서 네이비 롱 코트에 오렌지색 비니를 쓴 꽤 괜찮은 뒷모습을 보고, 그게 김영철이라 깜짝 놀란 적이 있다.(예상하지 못했으므로.) 타고난 패션 감각은 어떨지 몰라도, 그의 노력의 결과는 어설픈 감각보다 단연 앞선다.

빈지노 뮤지션
빈지노는 요즘 애들 말로 하면 남자친구 룩의 정석. 스웨트, 후디, 블루종, 면 티셔츠 같은 일상적인 아이템을 걸치듯 입는데도 멋지다. 특히 팬츠 핏에 관해서는 거의 스페셜리스트. 헐렁하게 입는데 너저분하지 않고, 타이트하지 않지만 탄탄해 보인다. 옷을 좋아하고 많이 입어본 사람만 아는 궁극의 핏을 제대로 안다. 친구들과 만든 IAB STUDIO가 옷 좀 입어본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라도 더 사고 싶은 브랜드가 된 건, 그의 평소 룩 덕분이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마케팅은 없다.

 

손흥민 축구 선수
매일 유니폼을 입는 운동선수에게 패션은 작은 탈출구가 된다. 그래서 운동선수의 패션은 유난히 화려하다. 광기 넘치는 청바지와 용감한 버클이 달린 벨트 그리고 성난 헤어스타일처럼, 자제력을 잃었을 때 선택하는 아이템들로 본인의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려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난장판에서 손흥민의 패션은 표표히 청결하다. 유행하는 브랜드와 스타일에 관심과 정보가 많지만, 욕심과 자제의 줄다리기를 잘하는 손흥민. 그는 정작 쇼핑할 시간이 없다는 걸 아주 안타까워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제일 보고 싶은 건 유니폼 입은 그의 모습이니까. 그는 ‘마인드, 미소, 체격’을 갖춘 완벽한 스타일 패키지를 이미 가졌다.

류승범 배우
바람과 함께 옷을 입는 류승범은 빈티지와 히피를 상징한다. 실제로도 히피와 닮은 삶을 추구하는 류승범은 색 바랜 티셔츠, 챙이 부서질 것 같은 라피아 모자, 앞코가 벗겨진 코도반 부츠, 알이 작고 테가 얇은 선글라스를 좋아한다. 가장 완벽한 액세서리는 부스스하게 긴 헤어와 거칠게 자란 수염 그리고 타투.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삶과 닮은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는 류승범은 우주에서 제일 멋진 방랑자다.

    패션 에디터
    박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