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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눈이 번쩍 뜨이는 것처럼 연기의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됐어요"

2021.05.28김영재

들여다볼수록 새로움이 번진다. 아직 다 발견되지 않은 송강이라는 신세계.

셔츠, 팬츠, 벨트, 모두 발렌티노. 네크리스, 528헤르츠.

재킷, 아미리 at 무이.

GQ 그런 어깨는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최근에 본 어깨 중 가장 잘생겼어요.

SK 운동을 꾸준히 하는데 타고난 부분이 커요. 기계 체조 선수였던 아버지의 골격을 물려받았거든요. 키에 비해 마른 편이지만 원래 골격 때문에 어깨가 그리 좁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GQ 아무튼, 단 하나만 추천한다면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해요?

SK 턱걸이요. 저는 5세트씩 반복해요. 처음에는 스무 개 정도. 그다음은 힘이 빠져서 많이 못 해요.

GQ 혹시나 어깨가 넓어서 불편한 점도 있어요?

SK 전혀요. 너무 좋아요.

GQ 특별히 마음에 드는 건 뭐예요?

SK 더위를 많이 타는데, 여름철에 자신 있게 반팔 티셔츠의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올릴 수 있어요.

GQ 표정을 보니 그럴 때 주위 시선을 의식하나 봐요.

SK 조금은요. 헤헷.

GQ 갑자기 귀가 새빨개졌어요.

SK 좀 쑥스럽거나 낯간지러울 때 이렇게 티가 나요. 못 감춰요. 그런데 왜 그런지 연기를 할 때는 아무렇지 않아요. 신기하고 그래요.

GQ 지금껏 자신에 대해 들어본 말들 중에서 다시 생각해도 쑥스러운 게 있을까요?

SK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팬분들이 그러더라 고요. 대한민국 5대 강이라고 해서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그리고 송강이 있다고…. 으흐흐.

GQ 하하. 듣고 싶은 말은요?

SK 그냥, 귀엽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니까 그런 이미지에서 좀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저는 귀엽기만 한 사람이 아니어서….

GQ 오늘 찍은 사진을 보면 다르게 느낄 것 같은데요.

SK 즐거웠어요. 팬분들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해요.

GQ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지금의 송강이지 싶어요.

SK 제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 안에 서 저만의 매력이나 아우라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 저를 보고 사람들이 느끼는 게 있을 거고요. 저도 궁금해요. 그게 무엇일지.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하기도 해요.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GQ 그런 고민은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이 미치는 영향이 있겠죠?

SK 네,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화를 내는 장면을 찍고 나서 내가 화를 낼 때 이렇구나, 느끼는 것처럼.

GQ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여겼어요?

SK 무뚝뚝한 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달라진 건지, 저도 잘 몰랐던 성향을 끄집어낸 건지 스스럼없이 감정을 표현하더라고요. 그리고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은지. 슬픈 장면에 이입하고 나면 눈물이 마구 쏟아져요.

GQ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나빌레라>는 어떻게 봤어요? 눈물을 삼키며 시청했다는 증언이 많았죠.

SK 내용을 다 아는 상태에서 봤지만 한 회, 한 회 여 운이 진하게 남았어요.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제가 나와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대본을 처음 읽으면서도 발레 장면에 대한 걱정은 들지 않았어 요. 이 작품은 무조건 해야겠다, 정말 열심히 해 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거든요.

GQ 굉장히 공감해요. 드라마는 ‘나이 들어감’이란 인생의 화두를 던지기도 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기도 했나요?

SK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흔치 않잖 아요. 직업을 자주 바꾸기도 하고요. 저는 연기가 하고 싶어서 대학 전공도 이쪽으로 선택했고, 지금까지 연기만 하고 있어요. 이럴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좋아요. 그래서인지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단 오늘보다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GQ 연기 말고 다른 관심사는 없었어요?

SK 원래 제가 변덕스럽고 싫증을 잘 내요. 연기를 해야지, 결심하기 전에는 목공에 관심이 있어 목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머리 만지는 걸 좋아하니까 헤어 디자이너를 해볼까, 이랬죠.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 적성에 맞아요. 한 번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화이트 셔츠, 산드로 옴므. 블랙 니트 톱, 쇼츠, 샌들 모두 렉토. 삭스, 코스.

레더 슬리브리스,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네크리스, 노스웍스. 슈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니트 톱, 팬츠, 모두 발렌시아가. 네크리스, 528헤르츠.

프린트 반팔 셔츠,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 at yoox.com. 팬츠, 준지.

베스트, 팬츠, 모두 렉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머슬 티셔츠, 마틴 로즈 at 무이. 데님 팬츠, 캘빈클라인 × 헤론 프레스톤. 벨트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레더 슬리브리스,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GQ <나빌레라>의 첫 회에서 일흔 살의 덕출(박인환)이 발레 교습소를 찾아가 “발레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던 것처럼, 송강이 맨 처음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꺼냈던 장면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SK 그렇게 드라마틱하진 않았어요. 7, 8년 전이었나, 부모님한테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말을 처음 꺼냈어요. 어머니는 힘든 일 하지 말라고 반대하셨지만 아버지가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한번 해보라며 흔쾌히 승낙하셨어요. 시작은 순탄했어요.

GQ 그럼 연기를 위해 생애 최고의 용기를 냈던 순간 은 언제였나요?

SK 용기는 항상 필요해요. 고질적인 약점인데 남들의 시선을 잘 견디질 못 해요. 꽤 나아지긴 했지만 스태프들 앞에서 연기할 때 여전히 긴장되고 떨려요. 보조 출연자분들이 많이 등장하는 장면은 특히 힘들어요. 수많은 눈이 저를 향하는 것 같아서, 땀이 막 나고 집중하기가 어려워요.

GQ 그런 고충 속에서 비로소 ‘연기를 하는 사람’이 됐구나, 자각하게 된 계기도 있겠죠?

SK 제가 나온 작품을 자주 보곤 해요. 혼자 있을 때도 틀어놓고, 밥 먹으면서도 보고, 잠 못 드는 새벽에도 봐요. 그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는다면 <좋아하면 울리는>이에요. 주인공을 처음 맡아 부담이 컸는데 5회 장면을 찍을 때쯤 눈이 번쩍 뜨이는 것처럼 연기의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됐어요.

GQ 구체적으로 어떤 면요?

SK 제가 ‘선오’라는 인물로서 말하고 행동하는 게 신기했고, 단순히 대사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리액션을 하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이 작품을 통해 현장의 즐거움도 알게 됐어요. 한두 시간 자고 촬영을 했는데 그럼에도 빨리 일어나 현장에 가고 싶었어요.

GQ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알고있지만,>은 어떤 부분이 특히 즐거워요?

SK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예요. 감독님께서 웹툰 캐릭터와 저의 실제 모습이 적당히 섞이길 원하셔서 제가 연기하는 ‘재언’은 원작과 다소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상대역인 (한)소희는 원작 캐릭터와 굉장히 닮았어요. 함께 연기할 때마다 웹툰 속 장면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재미있어요. 그리고 제가 애드리브를 좋아해서 툭툭 던지면 소희가 그걸 잘 받아줘요. 동갑내기라서 그런지 서로 호흡이 잘 맞아요.

GQ 송강의 행보를 보면 불과 작년만 해도 ‘기대주’라 고 소개됐다가 올해 ‘주인공’이라는 자리를 꿰찼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직접 체감하는 속도 는 어느 정도인가요?

SK 생각보단 지금 위치에 빨리 도달한 것 같아요. 순전히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았고, 현장이 재미있어서 계속 작품을 하고 싶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 주인공 역할을 맡게 됐어요. ‘얘는 운이 좋아 보이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름 힘든 과정을 겪었다는 걸 스스로는 알아요. 한번은 6~7개의 최종 오디션에서 연달아 떨어졌어요. 여태껏 해온 것들 이 무너진 것 같아 되게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GQ 어떻게 견뎠어요?

SK 일기를 수도 없이 썼어요. 하루에 두세 번씩, 떠 오르는 생각을 적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아요. 몹시 힘들거나 ‘내가 잘났다’고 자만해지는 느낌이 들 땐 예전에 쓴 내용을 꺼내 봐요. 그땐 그랬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돼요.

GQ 좋은 방법이네요. <나빌레라>의 엔딩 대사이기도 한데 과거의 송강이 찾아와 “날아올랐어?” 라고 묻는다면요?

SK 드라마들을 보며 언제쯤 나도 저렇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내심 부러워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완벽히 훨훨 날아올랐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일기에 계단을 그린 그림이 있어요. 대학에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할 무렵 그렸죠. 그 때 제 위치가 반 계단도 안 됐다면 지금은 세 계단쯤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꼭대기에 뭐가 있을 지 모르지만 한참 멀었어요. 계속 올라가야 해요.

GQ 일 년 사이 큰 변화를 맞이했는데 작년 여름은 어떻게 기억해요?

SK <나빌레라> 촬영 전에 여름부터 시작해 6개월 정도 발레 연습에 매달렸어요. 시간 나는 대로 했죠. 어떤 날은 턴 연습을 하도 해서 집에 가는 길 에 현기증이 일기도 했어요.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아침에 헬스장 가고, 필라테스 하고, 종일 발레 연습하고, 거기다 취미인 검도까지 했 으니, 하루 시간을 꽉 채워서 수련을 했어요.

GQ 치열하게 살았네요. 쉴 때는 주로 뭐 해요?

SK 아침 먹고 나서 운동 가고 집에 와서 TV 보다가 잠깐 친구 만나 커피 마시거나 그런 편이에요. 책을 읽기도 하고요. 그것 말고는 혼자 있을 땐 되도록 가만히 지내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요. 멍 때리고 있는 것 같지만 머릿속은 계속 굴러가요. 재밌는 생각이 떠오르면 혼자 피식 웃고. 되게 지루하게 산다고 할 수 있지만 나름 재미있어요.

GQ 최근 제일 신났던 일이 있었나요?

SK 음… 마트에서 제가 좋아하는 음료수가 원 플러 스 원 행사하는 걸 발견하곤 신나게 담았어요. 기분이 끝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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