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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올랜도 블룸의 새로운 여정

2021.07.16GQ

할리우드 영화 속 전형적인 영웅의 삶의 단계엔 올랜도 블룸의 삶과 겹치는 지점이 있다. 모험의 신호로부터 시작해 맹렬히 뜨거운 멕시코 길 위를 걷고 이제는 프로듀서로, 다정한 가장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보상’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선글라스, 스웨터, 모두 휴고 보스. 오버 코트, 벨루티. 팬츠, 에르메스. 이후 나오는 시계는 모두 로얄 오크 오데마 피게. 팔찌, 까르띠에. 스니커즈, 컨버스.

카디건, 구찌. 티셔츠, 휴고 보스. 팬츠, 에르메스.

스웨터, 선글라스, 모두 휴고 보스. 수트,톰 브라운. 팔찌, 까르띠에

슈트, 돌체&가바나. 폴로 셔츠, 휴고 보스. 브레이슬릿, 까르띠에. 브레이슬릿, 티파니앤코.

1949년 신화학자이자 작가, 사회학자인 조지프 캠벨은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모든 신화의 본이 되는 영웅의 원형을 등장시킨다. 그가 계획한 ‘영웅의 여정 Hero’s Journey’에서 이후 어드벤처 영화에서 따라야 할 단계가 탄생했다. 할리우드 필수 교양서로 알려진 이 계획에서 캐릭터는 다음과 같은 여정을 따른다. 미션을 받은 인물은 처음에는 미션 수행을 거부하지만, 일련의 테스트를 통과하고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달해 어떤 보상을 받으며 영웅이 된다. 물론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지만. 수십 년 전에 확립된 원형은 계속 반복되어 지금까지도 시각 예술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모험의 ‘신호

올랜도 블룸의 여정은 1990년대에 시작됐다. 어린 시절 그는 어떤 ‘신호’를 정확하게 들었다. “아홉 살 때였어요.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변호사나 카우보이 같은 특정 캐릭터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폴 뉴먼이나 로버트 레드포드, 다니엘 데이 루이스, 로버트 드 니로 그리고 말론 브란도는 저에게 멋진 영화를 알려준 훌륭한 배우들이에요. 아홉 살이었는지 그보다 좀 이후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못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나 크리스토퍼 리브의 클라크 켄트, 람보, 록키 같은 여러 캐릭터로부터 영감을 받았죠. 그때는 내가 배우가 된다면 어떤 캐릭터라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국 배우는 고백한다.

살아 숨 쉬던 캠벨의 계획처럼 블룸은 그를 연기의 세계로 안내할 결정적인 단계를 밟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난독증이었다. 하지만 그가 상황을 분석하고 무대에 대해 깨닫기 시작하자 이런 장애는 사라졌고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에는 난독증 때문에 조금 힘들었어요.” 그가 고백한다. “하지만 연극 공부를 할 때, 무엇보다 무대에 섰을 때 증상이 완벽하게 사라졌어요. 무대에서는 모든 것이 명확했고, 맹렬한 집중력을 보였죠. 그 경험을 즐길 수 있었고, 자유롭게 시나리오를 읽고 말할 수 있었어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을 결정하는 여정을 거쳐야 한다. 신기하게도 올랜도 블룸에게 멕시코 여행은 그의 삶과 경력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전화가 잘 터지지 않아서 대화가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을 때 그가 전한 것은, 그가 멕시코와 멕시코시티에 대해 느끼는 애정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추억들이다. 올랜도 블룸이 멕시코시티를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꼽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가 열아홉 살이었던 25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장 친한 친구와 배낭여행을 떠났어요. 우리는 그 나라의 수도를 거쳐, 그곳에서 오악사카 Oaxaca주의 치폴리테 Zipolite와 킨타나오루 Quintana Roo주의 툴룸 Tulum을 여행했어요. 멋진 여행이었죠. 아마도 제 인생 최고의 여행 중 하나일 거예요. 그 후 우리는 과테말라에 도착했죠.” 그의 감정은 디지털로도 전해졌다. “저는 치폴리테를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곳은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Puerto Escondido 옆에 있어요. 25년 전이어서 치폴리테에는 사람이 없었어요. 너무 아름다웠고, 특히 해변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서핑 보드를 구하기 위해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에 다녀왔어요. 치폴리테의 파도는 아주 거대해서 서핑을 연습하기에 너무나도 완벽한 조건이었죠. 전문 서퍼가 아니기 때문에 먼저 배워야만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서핑을 했고, 여전히 제 몸에서는 당시 느꼈던 파도의 힘이 느껴져요.”

GQ – 음식은 어땠어요?
OB – 음식은 다 맛있었어요. 어디서든 잘 먹었죠. 한번은 배낭을 챙겨 과테말라로 24시간 동안이나 버스를 타고 간 적이 있어요. 웃기는 경험이었죠. 버스에는 사람이 가득 찼고, 닭도 있었어요. 위에 있던 짐이 다른 쪽으로 왔다 갔다 하기도 했고요.
GQ – 멕시코는 아주 위험한 나라로 여겨지곤 해요. 당신은 두렵지 않았나요?
OB – 전혀요. 당시는 25년 전이었고, 그사이에 멕시코가 얼마나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사람들은 늘 친절하고 또 친절했습니다. 저는 늘 해먹을 지니고 다녔어요. 5페소를 지불하면 공간이 있는 사람들의 집에서 머물 수 있었어요. 당시 툴룸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현재 엄청난 관광지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죠. 그때는 호텔도 없었어요.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몇몇 집만 있었을 뿐이죠. 여자들은 남는 방에서 자고 우리의 잠자리는 별빛 아래 해먹이었어요. 가장 마법 같은 휴가 중 하나였죠. 영화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삶이었습니다.

수트, 알렉산더 맥퀸. 티셔츠, 안경, 모두 휴고 보스. 브레이슬릿, 까르띠에.

봄버 재킷, 팬츠, 선글라스, 모두 휴고 보스. 티셔츠, 팔라스.

선글라스, 바지, 모두 휴고 보스. 폴로 셔츠, 로퍼, 모두 구찌.

다시 멕시코 수도로 돌아와 올랜도 블룸은 그곳에서 절대로 잊지 못할 장면을 기억한다. 그는 소칼로 Zocalo 광장 한가운데 서서 거대한 삼색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을 보았다. “깃발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고 아름다워서 잊을 수가 없죠. 깃발이 바람에 움직이는 방식을 좋아했어요. 여행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온몸을 사용해서 움직여야 하는 과제가 있었어요. 멕시코 국기가 떠올랐고 곧바로 그걸 선택했죠. 그리고 결과는 제법 좋았습니다.”

 

 

시험과 동맹

멕시코 모험은 곧 일어날 일에 대한 좋은 징조였다. 1990년대 말 올랜도 블룸은 첫 번째 테스트를 받았다. <캐쥬얼티>와 <미드소머 머더스> 시리즈 그리고 영화 <와일드(1997)>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를 알린 결정적인 시기는 바로 2001년이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레골라스 역을 맡으며 관객은 비로소 그를 기억하게 된다. “그는 내 인생에서 그 시점에 딱 맞는 훌륭한 역할이었어요.” 상징적인 엘프를 구현할 수 있는 최고와 최악이 무엇인지 묻자 그가 답한다.

“그 당시의 저는 집중력이 뛰어나 항상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당시의 집중력이 그립네요. 항상 강한 집중력의 엘프가 되려 노력해요. 가장 최악은, 글쎄요, 금발이 재밌었다는 거?(웃음) 아뇨, 농담이에요. 레골라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의 말은 옳았다. J.R.R 톨킨이 창조해낸 신화적인 우주에서의 이 중요한 캐릭터는 올랜도 블룸에게 할리우드의 문을 열어준 열쇠가 되었다. <블랙 호크 다운, 2011>,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2003)>, <트로이, 2004>, <킹덤 오브 헤븐, 2005>, <뉴욕 아이 러브 유, 2008>는 잉글랜드 캔터베리 출신 영화배우의 모멘텀을 확인시켜주는 몇 가지 타이틀에 불과하다. 그는 커리어 내내 올랜도 블룸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와 장르에 계속해서 참여했으며, 그러한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문학작품을 기반으로 한 작품에서도 올랜도 블룸의 성적은 합격이었다. 갑자기 그가 연기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고 고백한다. 햄릿.

“큰 도전이 될 거예요. 셰익스피어는 아주 뛰어난 작가입니다. 저는 몇 년 전에 로미오를 연기했고, 그 후로 햄릿을 위해 나이가 들었지만, 어쨌든 햄릿은 큰 도전이 될 거예요.”

 

 

보상

블룸의 미디어 노출이 최근 몇 년 동안은 간헐적으로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배우의 일을 전혀 멈추지 않았다. 2010년대 초, 그는 <호빗> 3부작에서 다시 엘프의 의상을 입었고, 4년 전에는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위해 해적 의상을 다시 입었다. 최근 그는 몇 년 전에 촬영한 프로젝트 <리탈리에이션>에 착수했다. 올랜도 블룸은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해 과거의 귀신과 현재의 공포에 맞서는 젊은 남성 역할을 맡았다.

GQ –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캐릭터는 무엇이었나요?
OB – 최근 영화 <리탈리에이션>에서 아주 강렬한 역할을 맡았어요.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남자였기 때문에, 그가 자라면서 보게 되는 풍경은 파괴된 자연이죠. 도전적인 역할이었지만 이 세상에는 이러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분명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같은 맥락에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고문하는 사람들 혹은 가로등 기둥에 대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요. 이 작품은 이 세상에 많은 존재들이 싸우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가 그들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어요. 저는 고통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GQ – 믿음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한 영화에서 믿음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OB – 기회라고 생각해요. 나는 늘 모든 종류의 믿음과 그것을 지닌 사람들을 존경해요. 저는 불교 신자예요. 불교는 조화의 철학이죠. 저에게 잘 맞는 종교예요. 하지만 저는 다른 종교의 신념도 존중해요. 종교는 사람들을 이 세상과 효과적으로 연결해주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믿음은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게 만들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비극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믿음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하게 이해한다면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어요.

올랜도 블룸은 올해 전염병 문제만 해결된다면 빅토리아 시대에서 라이크로프트 필로스트레이트 Rycroft Philostrate를 연기하는 <카니발 로> 두 번째 시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상황은 점점 나아질 거라는 거예요. 코로나19로 우리는 몇 달 동안이나 멈춰야만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모든 것이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길 바라고 있어요.” 그는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영화 산업을 오히려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영화의 르네상스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죠. 특히 독립 영화에 더 많은 기회가 오길 바라요. 바이러스 같은 현상은 주변 환경을 더 어렵게 만들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전과 다르게 소비하고 집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돼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상황이 영화에는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예요.” <니들 인 어 타임스택>은 올랜도 블룸이 참여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로 레슬리 오덤 주니어 Leslie Odom Jr.와 신시아 에리보 Cynthia Erivo 그리고 프리다 핀토Freida Pinto가 함께하는 장편 영화다.

“저는 작은 역할을 맡고 있지만 콘셉트는 제법 흥미로워요. 줄거리는 이래요. 미래 배경인 시점에서 과거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시대이죠.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이동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모든 것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어요.” 그가 말한다. 시간은 캠벨의 영웅이 자신에게 할당된 임무를 수행하고 자신을 다시 찾고 그의 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다.

아버지가 되면서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방식이 바뀌었는가? 올랜도 블룸은 답한다. “예, 어느 정도는요. 시간이 더 소중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순간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결심을 할 때 더 멋진 일을 해야 해요. 요컨대 시간이 더 소중해진 거죠. 저의 다음 영화가 될 작품, 젊은 배우들의 재능을 키우고 대하는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저의 제작사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돼요.” 그렇게, 이 영웅은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셔츠, 팬츠, 모두 루이 비통. 스니커즈, 컨버스. 브레이슬릿 티파니앤코. 브레이슬릿, 까르띠에.

셔츠, 미소니. 티셔츠, 휴고 보스. 팬츠, 준야 와타나베 × 리바이스.

 

 

    Writer
    Jesús Alberto Germán
    Photographer
    Alexi Lubomirski
    Producer
    Fernando Carr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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