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21 새비지에게 물었다

2021.09.07박나나

지구를 들썩이게 만든 래퍼 21 새비지를 허물없이 만났다. 21 새비지와 나눈 21개의 이야기.

GQ 당신을 위해 스물한 개의 질문을 준비했어요.
SV 재미있네요.
GQ 인터뷰하는 거 좋아해요?
SV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인터뷰는 익숙 해지지 않아서 말이죠.
GQ 그럼 <지큐>는 좋아해요? <지큐>는 몇 번이나 읽어봤나요?
SV 인터뷰보다는 좋아하는 편이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선 “A Lot”이라는 대답을 원하는 것 같군요.
GQ 이번 촬영을 위해 미국 전 지역에서 스태프 모두 애틀랜타로 모였어요. 당신이 애정하는 도시죠. 정확하게 애증의 도시라고 해야 할까요?
SV 맞아요. 이 도시에서 많은 일이 있었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이 도시에서 겪었어요.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내기도 했고, 이곳과 이별할 뻔도 했죠.
GQ 한국에서는 온갖 고난을 겪어 세상 일에 경험이 많을 때 산전수전 山戰水戰이라는 사자성어를 써요. 산에서의 싸움, 물에서의 싸움이란 뜻이죠.
SV 흥미롭군요. 하지만 싸움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죠. 새로운 희망은 생겨나고, 삶은 계속됩니다. 그래서 이곳 애틀랜타를 떠날 수 없어요. 다이내믹한 이 도시를 사랑합니다.

GQ 오늘 입은 루이 비통 2021 가을–겨울 캡슐 컬렉 션은 서울 근처 부천 아트 벙커에서 패션쇼를 진행할 정도로 차갑고 구조적인 에너지가 인상적이죠. 2018년 <코베튀르 Coveteur>와 인터뷰 에서 “The Way You Dress Says A Lot About You And Your Character. 당신이 옷을 입는 방식은 당신과 당신의 개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더군요. 오늘 입은 옷은 당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SV 크리에이티브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버질 아블로의 패션과 제 음악의 공통점도 바로 창의적인 파워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뿜는 데 있죠. 지난 3월에는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 봄–여름 캡슐 컬렉션의 모델로 활동했어요. 미국 서부 특 의 스케이트 문화와 예술가들에게서 받은 영감으로 시작한 버질 아블로의 아이디어 위에 여름 하늘의 다채로운 색깔을 녹인 컬렉션이었죠.
GQ 음악 얘기를 해보죠.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나요? 힘든 상황 속에서 음악을 어떻게 시작할 생각을 했는지, 음악이 당신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SV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한 건 사실이지만 음악을 ‘업으로 두자’ 마음먹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2013년쯤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응원을 받아 힘을 내 일하다 보니 벌써 여기까지 왔네요.
GQ 팬들은 당신의 랩을 두고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고 표현하더군요. 그만큼 부드럽고 차분한 리듬과 플로 속 강한 메시지가 있다는 얘기겠죠?
SV 팬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게 맞는 거겠죠.
GQ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긴 랩에는 귀를 기울이게 되죠. I Was> 앨범 속 ‘Monster’ 노래 가사엔 이런 내용이 있어요. “Pain And The Hunger Made A Savage. Came From The Bottom, Disadvantaged. Then I Started Livin’ My Dreams. 고통과 굶 주림이 나를 Savage(야만인)로 만들었지. 밑바닥부터 올라왔지. 손해 가득한 채로 그 뒤에는 꿈을 살고 있지.” 당신의 음악이 인기 있는 비결도 자전적인 스토리텔링을 담백한 래핑 Rapping으로 담았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SV 많은 래퍼가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죠. 래퍼뿐인가.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다 그렇죠. 하지만 그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GQ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준 인물은 누구인가요?
SV 한 명만 얘기해야 하나요?
GQ 당신이 원하는 만큼요.
SV 최근에는 비지 B.G. 구찌 메인 Gucci Mane과 제이지도 빼놓을 수 없고요.
GQ 당신 옆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많아요. 프로듀서 매트로 부민을 시작으로 포스트 말론, 제이 콜 등과도 시너지 효과를 냈죠. 협업하면서 의견 충돌이 생길 땐 양보하는 편인가요 그 반대인가요?
SV 양보라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 그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는 편이죠. 내 목소리만 낸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어요.
GQ 2020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랩 부문을 수상한 곡 ‘A Lot’ 샘플링에 이스트 오브 언더그라운드 East Of Underground가 1971년에 발표한 곡 ‘I Love You’를 썼죠. 공부를 해보니 50년 전 소울 트리오 더 퍼즈 The Fuzz의 노래 ‘I Love You For All Seasons’가 오리지널이더군요.
SV 네, 맞아요. ‘모든 계절 동안 당신을 사랑한다’는 제목에서부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죠. 곡 전체적으로 흐르는 사랑에 대한 강한 갈망이 느껴져서 이 노래를 선택하게 됐어요.
GQ 당신의 성공을 만든 가장 중요한 요소 세 가지를 꼽는다면요?
SV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투지와 각고의 노력.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
GQ 음악 외에 관심 가지는 분야가 있을까요?
SV 농구 좋아해요.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게임을 본 지 정말 오래됐네요.
GQ 타투도 많아요. 이마의 단검 타투를 모르는 팬도 없고 말이죠. 최근 새로 한 타투가 있을까요?
SV 최근엔 없어요. 당분간은 지금 있는 정도로 만족 할 것 같아요.
GQ 위협적이고 살벌한 가사와 대조되는 당신의 선행이 큰 이슈죠. 당신과 같은 비자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기부도 하고, 추수감사절에는 어려운 가정에 저녁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학생들을 위한 금융 교육 캠페인 ‘Leading By Example 은행 계좌 프로그램’(leadingbyexamplefoundation.org) 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진행하고 있죠.
SV 앞서 얘기했듯이 저는 이 도시를 사랑해요. 그저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에요.

GQ 포스트 말론의 ‘Rockstar’에 피처링을 했죠. 한국 에서 큰 인기를 얻었어요. 가사 그대로 옮겨 “Livin’ Like A Rockstar”. 그러니까, 최고의 스타로 사는 건 어떤가요? 평범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있나요?
SV 없죠. 매일 정신없이 지나가요. 오늘도 촬영 시간이 단 3시간밖에 없고, 당신과의 인터뷰도 아주 급하게 진행 중인 걸 보면 짐작할 수 있겠죠?
GQ 그렇게 바쁘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SV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평범한 것들을 하면서요. 시간이 나면 친구들과 카드 게임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고, 아이들과 놀며 행복을 채우죠.
GQ 두 아들과 사랑스러운 딸이 있어요. 아버지로서 21 새비지는 어떤 사람인가요? 어제가 일요일이었는데 아이들과 놀아주었는지 궁금하네요.
SV 어제는 못 놀아줬어요. 애들에게는 한없이 호락 호락한 사람이에요. 애들 눈을 보면 “안 돼”라는 말을 잘 못 하겠어요.
GQ 9월과 10월 미국 내 공연 계획이 있어요. 2021년 남은 하반기 계획은요?
SV 일단 다가오는 공연을 무사히 잘 끝내는 데 집중 하고 있어요. 그런데 질문이 스물한 개를 넘은 것 같군요. 아닌가?

    패션 에디터
    박나나
    포토그래퍼
    곽기곤
    Stylist
    Fatima
    Grooming
    Kenneth Williams at Cutz Barbershop
    Executive Producer
    Inyoung Park at Visual Park
    Local Producer
    Natalie Hales at Wild Dingo
    Text
    Kim Joo 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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