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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욕심이 많으면 돼요"

2021.09.28김영재

“되게 재미있어요”라고 대답할 때마다 이상윤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니트, 팬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GQ 지난 1년 동안 모두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나요?
SY 작년 여름에 연극 <라스트 세션>을 하게 되면서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 다른 작품은 하지 않았어요.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 <원 더 우먼> 전까지 생활인 이상윤의 시간에 충실할 수 있었죠.
GQ 생활인 이상윤의 삶은 어떤지 궁금해요.
SY 되게 재미있어요. 제2의 청춘이랄까, 그동안 마음에 뒀던 것들을 하나씩 실행으로 옮기고 있거든요. 삶에 새로운 활력이 더해졌어요.
GQ 그래요? 어떤 것들을 하고 있는데요?
SY 혼자 운동을 해오다 전문가에게 지도를 받고 있어요. 몸에 대한 연구를 깊게 하신 분인데 물구나무서기나 요가 동작을 곁들여 운동을 시키세요. 그게 좋더라고요. 지금껏 잘 쓰지 못했던 몸이 활성화되면서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굉장히 좋아요. 그리고 바이크도 타요. 몇 년 전부터 계획만 하다가 작년 가을에 면허를 땄어요. 사고 싶은 모델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올여름에 마련했죠. 또 흥미가 생겨 골프를 시작했어요.
GQ 와, 골프와는 잘 맞아요?
SY 골프는 초반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더딘 편이에요.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집중해서 해볼 생각이에요.
GQ 신나서 말하는 게 보여요. 그런데 어쩌다 여러 가지 취미에 빠지게 됐어요?
SY 지금 그게 딱 가능한 시기인 것 같아요. 이십 대, 삼십 대 때는 치열하게 사느라 그럴 겨를이 없었거든요. 사십 대가 되니 아무래도 전보다 여유가 생겼어요. 시간을 좀 더 낼 수 있거나 경제적인 면이 뒷받침된다거나. 이렇게 사는 것이 즐겁긴 한데, 한편으로는 이 나이에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철이 없나 싶기도 해요.
GQ 왜 그런 느낌을 받아요?
SY 저는 아무렇지 않은데 사회의 통념 같은 게 있으니까. 결혼이 필수는 아니지만…, ‘아직도 그렇게 노는 게 재밌어?’라고 보는 시선이 있지 않나. 친구들만 해도 저보다 어른처럼 느껴져요. 가족을 꾸려서 갖는 책임감, 절제가 있어요. 반면 저는 허황된 꿈을 꾸거나 하고 싶은 게 많아요.
GQ 그런 삶이라면, 다른 누군가에게 궁극적 목표일 수도 있어요.
SY 그래서 헷갈려요. 이렇게 철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면서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것 중에서 어떤 게 맞는 건지. 사실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낼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게 속 편해요.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라고.
GQ 맞는 말이에요. 그럼 연기는요? 재밌어요?
SY 네, 요즘 연기가 되게 궁금해요.

컬러 블록 니트, 드리스 반 노튼 at 분더샵 맨.

재킷, 니트, 팬츠, 모두 벨루티.

GQ 궁금하다?
SY 예전에는 어떻게 해낼까? 어떻게 소화하지? 시험을 보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어요. 상황과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연기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해볼까?’로 바뀌었어요.
GQ 그래서 뭐가 달라졌어요?
SY ‘어떻게 해낼까?’의 경우, 해냈는지 못해냈는지 결과가 분명히 갈려요. 따라서 일희일비하게 돼요. 하지만 오늘 이렇게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면, 생각대로 똑같이 되지 않더라도 비슷하게 흘러가면 그것도 괜찮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적고 연기가 재미있게 느껴져요. 그게 좋더라고요.
GQ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에서 그 차이를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SY 자연스럽고 살아 있는 연기를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뭔가 억지로 만들지 않고 제가 편하게 느끼면서 연기해야 보는 분들도 편하지 않을까. 제 캐릭터가 엄청 새롭거나 기존과 다르거나 하진 않아요. 대신 연기적인 측면에서 전보다 더 부드럽고 편하게 보이면 좋겠어요.
GQ 그런 변화를 갖게 된 건 연극 무대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맞나요?
SY 네, 연극을 통해 연기와 연기자란 직업에 대해 깊이 알게 됐어요. 신구, 남명렬, 이석준 선배님과 같이 공연했거든요. 연습 기간을 포함해 4개월 가까이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지지고 볶고 함께 지내면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느낄 정도로요.
GQ 그중에서 머리를 탁 치며 ‘유레카’를 외치게 만들었던 레슨은 뭔가요?
SY 영화나 드라마는 촬영을 마치면 그 장면은 그걸로 끝나거든요. 하지만 연극은 같은 장면이나 대사를 공연을 하는 동안 계속 주물럭거릴 수 있어요. 대본을 완전히 파악하고 그 안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것들을 다 뽑아냈다는 확신이 들더라도 무대에 오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해요. ‘오, 이런 것도 있네?’ 하는 게 자꾸 생겨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그동안 정말 자만했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대본을 다 봤다고 생각하며 연기했구나, 반성했어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배님들도 대본을 보고 또 보는데. 대본을 대하는 자세랄까, 그런 부분을 많이 배웠어요.
GQ 그렇다면 배우 이상윤은 연극을 전후로 크게 달라진 셈인가요?
SY 레벨 업이 되고,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 그렇다고 말하기는 섣불러요. 연극을 하면서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을 드라마에 나름 적용하고 접목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아직 모르니까요.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전과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연기를 대하는 마음이라면 확실히 달라졌어요.
GQ 이쯤에서 궁금해요. 지금의 마음가짐으로 다시 연기한다면 잘할 수 있는 캐릭터는 무엇인지.
SY 가장 최근작이기도 한 영화 <오케이 마담>이요. 가끔 “네 캐릭터는 이래야 해”라는 말에 눌리곤 하는데 이 작품도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아요.

터틀넥 니트, 팬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트, 셔츠,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 슈즈, 엠포리오 아르마니.

GQ 어떤 게요?
SY 영화의 분위기는 가볍고 코믹한데 제가 연기한 캐릭터는 그것과 결이 달랐어요. 진지하고 무거웠죠.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했고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만약 편하게 연기하자는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최근 드라마 홍보 차 출연한 예능에서 임원희 선배님을 만났는데 이 부분을 정확히 캐치하셨어요. 제 연기가 정리가 안 돼 보였다고, 차라리 생각을 덜고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하더군요.
GQ 그런 가르침을 좀 더 일찍 받았으면 어땠을까요?
SY 분명히 전에도 누군가 알려줬을 거예요. 선배님들이 수없이 하신 말이 있어요. “대충 해.” 지금 제가 추구하는 연기 방식을 뜻하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못 받아들였거나 그렇게 할 수 없었겠죠. 세월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인 것 같아요. 골프로 예를 들면 힘을 빼고 공을 쳐야 하는데 그러기까지 2~3년이 걸린다고 해요. 잔뜩 힘이 들어간 채 많이 쳐봐야 힘을 빼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거죠.
GQ 그런 점에서 연기도 하는 만큼 늘어요?
SY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재능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죠. 그렇지만 시작점의 차이만 있을 뿐 시간과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훨씬 크다고 봐요.
GQ 노력과 별개로 자신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SY 집중력요. 집중력은 어릴 때부터 꽤 좋았어요.
GQ 어떻게 하면 집중력을 키울 수 있나요?
SY 욕심이 많으면 돼요. 저는 욕심내는 게 있으면 자연스럽게 거기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가끔 “어떻게 하면 공부 잘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스스로 진짜 하고 싶어야 잘할 수 있어요. 저는 학창 시절에 공부를 무척 잘하고 싶어했어요. 그랬더니 집중해서 할 수 있었죠. 초등학교 때는 그런 목표가 없었거든요. 당연히 성적이 엉망이었어요.
GQ 승부욕도 강하죠? 농구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도 그렇고, <집사부일체>에서 “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라고 말했더군요.
SY 승부욕이 워낙 세서 가급적 자제하려고 해요. 승부욕이 발동됐는데 지거나 실패하면 짜증나고 괴롭거든요. 분위기가 과열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승부욕은 주로 저와의 싸움에서 꺼내려고 해요. 트레이닝을 받을 때 고난도의 어려운 자세를 어떻게든 해낸다거나.

셔츠, 르메르. 팬츠, 디올 맨.

레더 트렌치 코트, 터틀넥, 팬츠, 부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GQ 말이 나온 김에 연기 이외에 지금 제일 잘하고 싶은 건 뭔가요?
SY 골프요. 골프에 승부욕이 발동됐어요. 사실 이것 말고도 잘하고 싶은 게 많아요. 피아노도 다시 배우고 싶고, 친한 배우들과 했던 연기 스터디도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운동도 세분화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어리고 젊을 때 미리 시작했으면 좋았겠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그땐 그럴 수 없었죠. 이제라도 이렇게 해볼 수 있어 다행이에요.
GQ 보면, 인생을 재밌게 사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SY 듣고 보니 그렇네요. 재밌고 멋지게 살고 싶어요. 그러면 행복할 것 같아요.
GQ 그렇게 살기 위해선 뭐가 더 필요해요?
SY 시간이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해요. 일년이 3백65일이 아니라 5백일쯤 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똑같이 한 살을 먹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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