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마음에 들면 자꾸 남기고 싶어져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송강 "마음에 들면 자꾸 남기고 싶어져요"

2022-02-22T17:02:54+00:00 |interview|

송강이 흐른다. 미지를 향하여.

까르띠에 매뉴팩처 매뉴얼 와인딩 메커니컬 무브먼트와 1847 MC 칼리버가 장착된 엑스트라 라지 산토스 뒤몽 워치, 18K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모두 까르띠에. 니트 베스트, 포츠 브이. 와이드 팬츠, 렉토. 블랙 베레, 언더컨트롤. 타이, 질 샌더. 스퀘어 토 앵클부츠, 아워레가시.

GQ 아직 지우지 않았네요? 오늘 촬영 때 한 네일 아트.
SK 저는 제가 별로 안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하니까 예쁘더라고요.
GQ 네일 아티스트의 전언으로는 직접 해보겠다, 별도 그렸다던데요?
SK 아, 별이 아니라 새끼손톱에 ‘X’자 두 개. ‘XX’. 쉬운 걸로요.
GQ 저는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배우 송강의 초창기 시절 드라마.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며 친구들 손톱을 꾸며주던 유도선수 역할이었죠.
SK 아, <밥상 차리는 남자>(2017)요? 맞다. 그때 (네일) 바르는 것도 배웠는데.
GQ 직접 배웠어요? 꼼지락대던 큰 손이 실제 송강 씨 손이었군요?
SK 맞아요. 되게 어렵더라고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한 달 정도 배웠나? 네일 아트도 배우고 수세미 뜨기도 배우고. 많이는 못 배웠어요.
GQ 요즘은 날씨와 가깝게 지내고 있겠어요. <기상청 사람들>이 곧 방영이죠.
SK 날씨랑 6~7개월 정도 지냈는데 어려워요. 맑다, 비온다, 이렇게만 말할 줄 알았는데 날씨를 표현하는 전문 용어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GQ 어떤 날씨 좋아해요?
SK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그런···, 뭐라고 해야 하지? 세상이 종말할 것 같은 날씨 좋아해요. 그런 날이 많이 없어요. 그런 날씨일 때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GQ 그런 날씨 있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 날씨.
SK 예측할 수 없는.

GQ 기상 상황에 빗댄 표현 중 고르자면 이 묘사가 송강 씨 곁에 가장 자주 붙지 않았나 싶어요. “혜성처럼 등장한”.
SK 어우,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표현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주변에서는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해주시지만 저는 되게···, 오래 걸어왔다 싶거든요. 오디션에 다 떨어져서 ‘왜 그럴까’ 고민을 많이 해보기도 하고, 그래서 신문을 계속 읽어보기도 했고. 그런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도 좋죠. 과분하죠.
GQ 그러니까.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표현은 어느 순간 나타난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데, 그러기 위해 어떻게 달려왔는지는 가리는 장막이기도 하니까요.
SK 친구들도 “넌 되게 빨리 잘된 것 같아” 말하지만 저는 그게 아니긴 했어요. 멘털이 많이 흔들린 적도 있고. 그런데 본인의 시간은 자기만 아는 것이니까.
GQ 고민이 많아서 신문을 계속 읽었다는 건 어떤 연결고리예요?
SK 그냥, 다들 그렇게 연습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시작해볼까 하고 해봤어요. 녹음기를 켜고 신문 한 부를 일주일 동안 다 읽었어요.
GQ 신문 한 부 모든 면을요?
SK 네. 하루에 네다섯 시간씩 읽으면 일주일 걸리는데 목이 엄청 아팠죠.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을지는 잘···. 저도 반신반의하면서 했거든요? 그때가 <밥상 차리는 남자> 끝났을 때예요. 연습 더 해야겠다 싶어서. 그런데 이거 하고 나서부터 최종 오디션까지 많이 붙기는 했어요.
GQ 처음에 녹음 들어보니 어떻던가요?
SK 아 엉망이죠.
GQ 하하하하.
SK 한 번에 좋아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조금씩 좋아지는 변화도 발견하고, 그걸 일기로 쓰고, 그러면서 점점 좋아진 것 같아요. 조금씩.
GQ 그즈음이네요. 2017년에 한 인터뷰에서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수첩에 “배짱을 갖자”라고 적어두었다고. 배짱이 필요했어요?
SK 왜냐면, 작아지기 쉬웠거든요. 현장에 가면 전문 용어들을 말씀하시는데 이게 ‘풀샷’인지 ‘바스트샷’인지도 몰랐고, 아무것도 몰랐어요. ‘여기서 내가 얻어야 할 건, 해내야 할 건 배짱이다’ 이랬죠.
GQ 배짱은 어떻게 키워내나요?
SK 배짱은 아니고, 익숙함을 얻었어요.

GQ 익숙함?
SK 제 촬영이 없을 때 현장에 가서 계속 봤거든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2017) 찍을 때였는데, 매니저 형이랑 가서 어떻게 촬영하나 구경하고 그랬어요. 당시 멀리서 지켜봤는데 감독님이 부르시더니 “여기서 보면 안 되고 모니터로 연기하는 걸 봐야 한다”고 알려주셔서, 그런 것도 그때 알았어요. 그냥 무조건 부딪혀봤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잘 모르는 것 투성이였지만, 익숙해지긴 했죠.
GQ 부딪혀서 체득하게 되는 것들이 있죠.
SK 맞아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 보니 어느 정도는 알고 부딪혀야 더 습득이 잘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 저는 그냥 무작정 부딪혔던 거고.
GQ 저돌적인 면이 있군요. 승부 근성이랄까.
SK 저도 신기해요, 제 자신이. 낙천적이고 포기가 빠른 아이였는데.
GQ 낙천적이고 포기가 빠른 아이였어요? 그 일화 속 송강 어린이가 그려지네요. 어머니가 피아노 학원을 하셨는데 피아노 치기 싫어 도망 다녔다던.
SK 자주 도망 다녔죠. 여덟 살쯤부터 5, 6년 쳤나. 곡 한 번 치면 동그라미 긋는 거 있잖아요. 스무 번 쳐야 하는데 한 번 치고 동그라미 세 개 긋고, 나중에는 열 개 긋고, 그러다 옆에 아이한테 걸려가지고···, 좀 민망했죠.
GQ 그런데 그간 인터뷰 기사를 통해 활자 너머 상상한 것보다 훨씬 차분한 말투예요. 비유하자면 <좋아하면 울리는>(2019, 2021)의 선오나 <알고있지만,>(2021)의 재언이 아니라 <나빌레라>(2021)의 채록이나 <스위트홈> (2020)의 현수가 혼자 있을 때의 무드에 가까운.
SK 그래요? 속에 있는 말은 되게 많은데 어떻게 꺼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많거든요. 그래서 누군가와 다툼이 있을 때 상대방은 말을 엄청 많이 하지만 저는 많이 못 할 때가 있어요. 안에 있는 말은 많은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가만히 있을 때가 많아요.
GQ 예시가 다툼인 걸 보아하니, 뭔가 쌓인 게 많은 거예요?
SK 그런 상황 자체를 피하는 편이에요. 흘러가는 대로 두는. 흘러가는 대로 사는. 그런데 그게 좋아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빨리 잊어버리고. 상처 남았던 말들 다 잊어버려요. 듣기 좋았던 말들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조언은 새겨 듣죠. 그냥 좋거나 상처받는 말은 흘러가게 두는 편 같아요.
GQ 그럼 이 행위로는 무엇을 남기는 걸까 궁금해지네요. 송강 씨가 인터뷰마다 늘 언급하는 단어가 있죠. 메모. 무엇을 기록해요?
SK 요즘에는 제가 한 신기한 경험들을 써요. “내 감정이 너무 신기했다. 화내는 장면을 찍을 때 어느 순간 손이 떨리고 몸이 떨렸다” 이런. 연기를 하면서 일상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감정을 많이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러지 않아도 대본에 나와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실제로 신기한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이 있어요. 그냥 연기할 때랑은 다르더라고요. 입도 떨리고 손발이 떨리고···, 이런 것들을 적어요. 날짜와 시간을 적고.

GQ 가장 최근 메모는 뭐예요?
SK <기상청 사람들> 찍으면서요. 눈물이 차오를 때 심장이 엄청 벌떡벌떡하더라고요. 쿵쾅쿵쾅하고. 평소에는 이런 경험이 없는데 나와서 신기하다 그랬죠. 나이가 들면서 깨닫는 게 많아지는 건지 연기를 하면서 많아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깨닫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GQ 저는 그 장면의 잔상이 아직 남아 있어요. <나빌레라> 마지막 화에서 채록이와 할아버지가 헤어질 때와 다시 만날 때. 왜, 사람이 진짜 슬플 때, 상대를 바라보는 것도 너무 슬퍼서 못 쳐다볼 때 있잖아요. 시선이 막 아래로 굴러다니고 어쩌지를 못 하는. 송강 씨가 그때 딱 그 얼굴인 거예요.
SK 그 신은 아직도 생각하면 슬퍼요. 공항에서 헤어지는 장면은 갑자기 감독님이 말씀하셔서 생겨난 신이에요. 저는 사실 ‘그냥 헤어지면 되겠지’ 했는데 “액션” 하자마자 할아버지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엄청 나는 거예요.
GQ 실제로 그랬군요.
SK 네. 그리고 마지막 철길에서 다시 만나는 신은 두 가지 버전이 있었어요. 채록이가 앞머리도 올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지, (알츠하이머인 할아버지를 위해) 다시 채록이 집에 가서 옛날 채록이의 모습으로 바꾸고 등장할지. 감독님이 다들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GQ 송강 씨는 어떻게 하고 싶었어요?
SK 저는 TV에 나온 엔딩을 말했습니다.
GQ 변한 채록이의 모습을 고른 거네요. 왜요? 왜 그걸 택했어요?
SK ‘할아버지의 꿈을 내가 다 이뤘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런 메시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꿈을 이뤘다는.
GQ 송강 씨가 이루고자 바라보는 지점은 어디일지 궁금해지네요.
SK 저는 이제는 바라보는 지점을 정해두지 않았어요. 목표를 세우고 따라가다 마음과 다르게 잘 안 되면 엄청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보다는 매 순간을 즐기기로 지향점을 바꿨어요. 예전에는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였다면 지금은 내가 하는 것을 즐기고 행복을 느끼자, 그렇게 바꼈어요.
GQ 순간을 즐긴다.
SK 맞습니다.
GQ 오늘 순간이 남긴 손톱은 언제 지우려고요? 네일 아티스트도 이제 가셨는데.
SK 일단 헬스장까지 가보려고요. 해보고 싫으면 바로 지우는데 마음에 들면 자꾸 남기고 싶어져요.

까르띠에 아이콘 컬렉션
송강이 착용한 까르띠에의 아이콘 컬렉션에는 산토스, 탱크, 트리니티, LOVE, 저스트 앵 끌루, 팬더, 발롱 블루의 7가지 대표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 컬렉션들은 순수한 라인, 정밀한 형태, 섬세한 비율, 고귀한 디테일을 토대로 끊임없이 완벽한 형태를 갈망해온 메종의 까다로운 기준과 디자인 비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랑받는 아이코닉한 비전과 의도를 지니고 탄생한 라인을 통해 까르띠에의 아이콘 컬렉션은 문화의 한 부분을 형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