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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벌어진 클럽 릴레이 레이스

2022.04.04신기호

해저드를 돌파하고, 그린 위를 종횡무진 내달리는 레이스가 있다면?

F I R S TㅣCADILLAC XT5
STARTING LINE ― 출발을 알리는 다섯 개의 녹색 신호 대신, 클럽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스타팅 시그널은 또르르, 골프공이 홀 컵으로 떨어지는 경쾌한 소리다. 바닥은 매끄럽게 다듬은 아스팔트가 아닌 송송 솟아오른 잔디 위니까, F1 레이스처럼 출력을 끌어올린 채로 기어를 변속했다가는 분명, 출발과 동시에 차체가 빙글 돌아설 게 뻔하다. 3.6리터 V6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까지 가진 캐딜락 XT5의 보닛이 들썩이지 않는 이유다. 첫 번째 주자로 XT5가 나선 건, 미끄러지지 않고 잔디를 밟아 눌러가며 달릴 수 있는 묵직함 때문이었다.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곧게 달리려면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4륜구동의 영리함이 필요하다. 노련한 드라이버는 다이얼을 두 번 눌러 주행 모드를 AWD로 바꿔 설정하고, 골프공이 홀 컵으로 사라지기만을 기다린다. 준비 끝!

S E C O N DㅣBMW MINI JCW CONVERTIBLE
UP HILL COURSE ― 미끄러운 잔디로 된 업 힐 코스를 달려야 하는 두 번째 주자로 미니 JCW 컨버터블을 세운 건 힘보다는 빠른 반응 속도가 유리할 거란 판단에서다. 하늘에서 떨어지고 땅에 부딪쳐, 다시 튀어 오르는 골프공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야 한다면, 그런 게임에는 미니 JCW 컨버터블이 제격이다. 306마력의 출력까지 갖췄으니, 모터스포츠에 어울리는 힘도 가졌다. 경쟁자들은 미니 JCW 컨버터블의 작은 몸집만 보고 업 힐 코스를 힘겹게 오를 언더독으로 예상했겠지만, 천만에. 특유의 날렵한 핸들링과 거침없는 엔진 출력, 여기에 자동 8단 스포츠 변속기까지 갖춘 멀티플레이어를 보았을 리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공기역학을 고려해 다듬은 둥근 프런트 범퍼와 리어 스포일러 덕분에 언덕을 오르며 맞는 역풍도 거뜬하다.

T H I R DㅣAUDI SQ5 SPORTBACK
IN BUNKER ― 경사각이 높은 모래 벙커라면 아우디 SQ5가 나서야지. 가속패달을 밟을 때마다 바퀴를 더 깊게 끌고 들어가는 모래 위에서도 SQ5가 제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있는 건 아우디의 콰트로 시스템 덕분이다. 콰트로 4륜구동 시스템이 앞뒤 액슬 간 동력을 순간순간 가변적으로 분배하며 어떤 지형도 돌파할 수 있게 도와주니까. V6 엔진의 폭발적인 힘이 적시적기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통제하는 유능한 ‘레이스 엔지니어’인 셈이다. 피트월이나 피트 안 모니터 앞에서 커다란 헤드셋을 쓴 채 무전기로 레이스를 진두지휘하는 코치가 동승한 것과 다름없으니, 드라이버는 오직 벙커를 빠져나오는 핸들링과 패달링에만 집중하면 될 일이다. 바퀴 뒤로 아치를 그리며 흩뿌려지는 모래 먼지 사이로, 아우디의 고성능 모델에만 부여되는 S 배지가 번쩍, 빛난다.

F I N I S H E RㅣMASERATI QUATTROPORTE S Q4
FINAL LAP ― 구불구불 흐르듯 이어지는 마지막 코스에는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가 올랐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공명하듯 우아하게 증폭되는 배기음만으로도 콰트로포르테 SQ4의 마지막 레이스가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출력을 끌어올리고 요란하게 내달리는 다른 차들과는 달리 묵직하게 내려앉아 비행하듯 움직이는 콰트로포르테 S Q4의 보닛에는 무려 580마력을 가진 V8 엔진이 들어 있다. 피니셔답게 가장 빠른 스프린터 능력을 가진 콰트로포르테 S Q4가 순간 속도를 올린다. 불과 4.5초 만에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어서고, 얼마 되지 않아 속도계는 숫자 320 앞으로 기울어져 있다. 점잖을 것만 같았던 이 럭셔리 세단의 믿기 어려운 능력은 DNA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거기에는 1963년 모터스포츠로 제작한 레이싱카가 서 있다.

    피처 에디터
    신기호
    포토그래퍼
    이우헌 (wooheon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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