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너머에 진짜 카타르가 숨 쉰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
도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이 문제가 스피드 퀴즈에 출제된다면 많은 이들이 감각적으로 이렇게 외칠 것이다. 코르니시 Corniche. 우아하고 길쭉한 도하의 해변 코르니시의 풍경에는 늘 이슬람 예술 박물관(이하 MIA)이 주인공처럼 담겨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가 설계한 MIA는 이슬람 예술 1400년 사가 압축된 곳이다. 2008년 개관 이후 오랜 시간 도시의 랜드마크였지만 재정비를 위해 문을 닫았다가 지난 10월 5일, 마스크를 벗고 진화된 얼굴을 드러냈다. 신규 소장품을 포함한 1000점이 넘는 작품이 상설 전시관으로 모였고, 1층에는 박물관 전체를 먼저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 같은 공간이 새로 추가되었다. 재개관 후 첫 전시는 이들의 방향성을 이해하기에 좋은 전시가 될 것이다. 첫 기획전 ‘바그다드: 보는 즐거움(Baghdad: Eye’s Delight)’은 세계사에서 가장 혁신적 시기라고 할 만한 당대의 바그다드를 실감하게 하는 전시다. 기획 전시와 함께 MIA 4층에서는 ‘신기루의 도시: 바그다드(City of Mirages: Baghdad, 1952-1982)’가 열리는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르코르뷔지에, 발터 그로피우스, 알바 알토와 아이노 알토를 포함한 건축가 11인의 완성 및 미완성 건축물을 조명한다.
카타르 국립 박물관
사막의 장미. 고전 순정 만화에나 나올 법한 수식어가 카타르 국립 박물관의 첫머리에는 늘 붙어 있다. 이 거대한 건축물은 멀리서 바라보면 절로 안경을 치켜올리게 될 만큼 기묘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기묘함은 더 구체화된다. 316개 원형 패널이 뒤범벅되어 건물 전체가 기하학적 형상을 이루고, 내부는 얼기설기 꼬인 각양각색의 패널과 계단으로 채워져 있다. 혁신을 좇는 건축가 장 누벨의 솜씨다. 장 누벨은 이 도시에서 물에 갇힌 해수가 증발해 생긴 모래 덩어리 침전물이 장미 형상을 띠는 현상을 발견하고, 곧장 그림으로 옮겼다. 수많은 원형 판이 여러 각도로 뒤섞여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는 그의 실험적이며 퍽 비현실적인 설계도는 마침내 이 도시에서 현실이 된다. 거대한 꽃 속에서 헤매는 기분이 바로 이런 걸까, 박물관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까무룩 상상에 빠진다.
더 펄
도하의 번화가 웨스트 베이 지구 근처 인공 섬.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고 말하는듯한 위풍당당함이 이곳에 잠자고 있다. 지중해 스타일의 요트가 늘어선 정박지, 주거용 타워, 빌라와 호텔이 줄지어 있고, 럭셔리 브랜드부터 디자이너 부티크와 쇼룸, 지폐 한 장짜리 아이스크림부터 별 다섯 개의 수준 높은 미식 공간까지 폭넓은 다이닝도 즐길 수 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다. 공들여 가꾼 정원이 걷는 동안 다정한 동반자가 되어줄 테니.
수크 와키프
수크 와키프는 카타르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전통 시장이다. 19세기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고자 한차례 재정비한 뒤에 보다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진화했다. 도하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두루 관람할 수 있고, 그 자리에서 구입도 가능하다. 국왕, 낙타, 꽃, 일상 등의 여러 주제를 담은 유화를 감상하다 보면 잠시 다른 시대에 온 것 같은 생경함이 든다. 도자기, 조각, 자수 등 로컬의 삶을 짐작하게 하는 공예품도 즐비하다. 어디에도 없는 기념품을 캐리어에 담아 돌아가고 싶다면 목적지는 수크 와키프다.
포에버 발렌티노
메종 발렌티노는 카타르 뮤지엄과 협업해 <포에버 발렌티노>라는 이름의 대규모 전시를 연다. 메종 발렌티노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여는 전시이자, 중동에서 여는 첫 전시다. 전시는 팔라초, 광장, 중정 안팎으로 관람객을 안내하는 동시에 발렌티노 아틀리에, 메종의 유서 깊은 아카이브, 로마 미냐넬리 광장에 있는 발렌티노 본사의 피팅 살롱 등 쉽게 들춰볼 수 없는 은밀한 공간을 이례적으로 탐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는 오는 10월 28일부터 2023년 4월 1일까지 도하의 미쉐립 다운타운에 위치한 디자인 & 혁신 허브 M7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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