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부터 책까지 올해 꼭 봐야 할 문화 예술 작품 6 | 지큐 코리아 (GQ Korea)

전시부터 책까지 올해 꼭 봐야 할 문화 예술 작품 6

2023-01-04T16:56:59+00:00 |culture, ENTERTAINMENT|

새 기운 모아 벼려서 준비 중인 2023년 올해의 문화 예술들.

통영국제음악제 <미셸 판 데르 아: 북 오브 워터>
2023년 회심작ㅣ2002년부터 통영 출신 작곡가 윤이상을 기려온 통영국제음악제가 2023 년에는 3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열린다. 음악제의 이번 주제인 ‘Beyond Borders’를 풍성하게 만드는 여러 무대 중에서도 지난 2022년 9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막 세계 초연을 한 공연이자 한국 초연인 <미셸 판 데르 아: 북 오브 워터 >(4월 4~5일 공연 예정)를 소개한다. ‘북 오브 워 터’는 스위스 작가 막스 프리슈 Max Frisch의 소설 <홀로세의 인간>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극이다. 주인공인 가이저는 아내와 사별하고 기억 손실을 걱정하는 일흔세 살의 남자다. 작곡가 미셸 판 데르 아 Michel van der Aa와 드라마투 르그 마델론 코이만 Madelon Kooijman은 원작에서 가이저가 집중호우로 고립되는 상황에 집중했다. 기상 악화로 인한 재난은 오늘날 중요한 이슈인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쇠락하는 것은 가이저의 정신만이 아니다. 집 밖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나 자연 경관도 무너져 내린다. ‘북 오브 워터’는 자연과 개인의 쇠락에 직면하여 그 자신과 문명의 가치를 명확히 인식할 마지막 기회를 두고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를 묘사한다.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게.
기획자의 노트ㅣ미셸 판 데르 아를 세계적인 작곡가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령 그의 전작 ‘Up-close’는 첼로 독주와 현악 앙상블이 영화 상영과 동시에 연주되는데, 영화에 주인공 으로 등장하는 배우가 첼리스트의 또 다른 자아를 맡아 실제 무대 위 빈 곳을 돌아다니거나 무언가를 적는 등, 영화와 무대를 넘나드는 생동과 호흡이 이뤄진다. 이 작품으로 그는 현대 서양 고전 음악 작곡가에게 수여하는 그라베마이어상을 수상했다. 음악과 비주얼을 고루 신선하고 아름답게 다루는 작곡가로서 그의 장점이 이번 ‘북 오브 워터’에서도 가감 없이 부각될 것이다. 이런 작품을 한국 관객에게 빨리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공동 위촉,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이 작품과 마주한다면 지금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을 선명히 읽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포일러ㅣ작품의 중요한 축이자 세계가 직면한 기후 변화 문제를 홍보 과정에서부터 관객에게 잘 전달할 방법을 고심 중이다. 이를 통해 예술이 사회를 반영하며 생각거리를 공유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번 무대의 연주는 세계 클래식계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 가고 있는 한국인 현악 4중주단 에스메 콰르텟 Esmé Quartet이 맡을 예정이다.
이 공연을 선물하고 싶은 2023년의 타인ㅣ음악 애호가가 아닐지라도 지금의 시류에 민감 한분들, 기존 클래식 장르에서 확장된 새로운 재미를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사업본부장

 

Zadie Xa, Homecoming, 2022 (detail), Oil on canvas, 240 x 260 cm

타데우스 로팍 서울 <지금 우리의 신화: 정희민, 한선우, 제이디 차>
2023년 회심작ㅣ한국 작가와의 협업은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의논해 온 프로젝트다. 한국 작가 또는 한국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의 긴밀한 소통 및 협업은 타데우스 로팍이 서울 갤러리를 열면서 가장 고대하던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 서울에 둥지를 튼 이후부터 꾸준히 다양한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했고 또 많은 영감을 얻었다. 서울에서의 1년은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우리 갤러리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면, 2023년의 문을 여는 이번 그룹 전에서는 한국 작가를 해외에, 그리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며 유럽 미술계와 한국 미술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일출을 보며 마음을 다지듯, 이번 전시를 기획하는 갤러리 입장에서도 그 의미가 새롭다. 세계 속 한국 미술의 입지를 견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라며 비장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기획자의 노트ㅣ이번 전시에 협업한 작가들은 정희민, 한선우, 그리고 제이디 차다. 정희민은 기술의 변화와 발전이 미술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에 주목하고, 기술 중점의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개인과 그를 둘러싼 미디어의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작가는 3D 이미지의 평면화, 평면의 물질화, 그리고 물질이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질문하며 다양한 작가적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회화의 고유성을 지향하고 그를 주 매체로 두는 작가는 여러 가지 재료와 기법을 도입하며 입체성이 두드러지는 평면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디지털 이미지를 가상 세계에 거주하는 무형의 “몸”이라 여긴다는 한선우는 디지털 도구와 전통적 매체인 회화를 혼용해 작품을 제작한다. 작가 는 디지털(포토샵 등)로 먼저 이미지를 제작한 후 캔버스 위로 옮겨온다. 붓과 에어브러시를 활용해 캔버스 위에 그려진 이미지, 디지털 물성이 제거된 채 회화로 치환된 작가의 작품은 매끈한 화면과 사이버틱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특유의 초현실성을 자아낸다. 제이디 차는 한국인 디아스포라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식민화와 여성, 이주와 숨겨진 전통, 기후 등의 폭넓은 마이너리티적 요소들을 연구한다. 한국 설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는 작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그의 관점에서 재정립시키고 다시 나열함으로써 그 만의 색이 돋보이는 패치워크 작품들을 선보인다. 조각조각 모은 이야기를 흡수하고 소화해 깁는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 들며 광범위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서울 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이는 그룹전인 만큼 다양한 면모를 담아내고 싶었다. 하나의 키워드로 작가들을 섭외하고 주제를 국한하기보다는, 나 또한 관람객 의 한 사람으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에게 궁금 한 것을 물어보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그들의 요즘 생각,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가.
이 전시를 선물하고 싶은 2023년의 타인ㅣ새해를 맞이하며 통통 튀는 영감이 필요한 모든 분에게! 김해나·지혜진 전시팀장,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절창 I>

국립창극단 <절창 III | PEERLESS PANSORI III>
2023년 회심작ㅣ2021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판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절창’이라는 공연을 기획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젊은 소리꾼들은 어린 시절부터 구전 전승이라는 방식으로 전통 판소리를 배우고 끊임없이 수련하는 예인들이다. 이 젊은 소리꾼들에게 오랜 시간 체득해온 자신들의 진면목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고, 앞으로 국악 계를 이끌어 갈 이들과 함께 판소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다 감각적으로 사유해 쉽고 재밌는 전통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완성한 ‘절창’이 좋은 호응을 얻어 2023년에는 지난 <절창 I>과 <절창 II>에 이어 신작 <절창 III>를 선보인다.
기획자의 노트ㅣ판소리는 소리꾼 한 명이 고수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간다. ‘절창’이 차별화된 점은 소리꾼이 두 명 등장한다는 점이다. 혼자보다는 둘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긴장감을 기대했다. 각자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소리를 진중하게 독창하는 때가 있는 반면, 둘이서 분창하거나 서로 춘향이와 몽룡이가 되는 등 연극적인 재담을 곁들일 때도 있다. 판소리를 매개로 전통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고자 한다.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소리가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젊은 소리꾼들이 지닌 각자의 장기와 매력, 내공을 어떻게 하면 온전하게 발산하는 무대를 만들지 고민한다.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춘향가>, <흥보가>) 중에서도 동시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을 찾고, 무대 연출 방법도 소리가 돋보일 수 있는 여러 방향으로 브레인스토밍 중이다.
스포일러ㅣ새로이 준비 중인 <절창 III> 무대에 대해 미리 귀띔해드리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이번에는 연극계에서 연극 <월화>, <신에 대한 두 가지 담론>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로 정평이 난 젊은 연출가 이치민이 무대 연출을 맡는다. 원래 국악, 창극, 판소리 분야만 연출하는 연출가는 없다. 때문에 혹 소리에 대해 잘 모를지라도, 오히려 그렇기에 소리에서 무언가 신선하게 재발견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연출가를 찾는 것도 우리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전과는 또 다른 결로서 새로운 느낌의 <절창 III> 무대를 준비해보려고 한다. 그 연장선에서, <절창 I>에서는 김준수와 유태평양, <절창 II>에서는 민은경과 이소연이 무대를 채웠다면 이번에는 이광복과 그룹 이날치에서 보컬로 활동하는 안이호가 소리를 한다. 그동안 국립창극단 의 단원들이 무대에 오르던 것에서 확장해 안이호처럼 극단 외 소리꾼을 통해 극단 내외부의 젊은 소리꾼과 두루 한바탕 무대를 꾸며보고자 한다.
이 공연을 선물하고 싶은 2023년의 타인ㅣ모든 공연이 그러하듯 관객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특히나 소리는 무대와 관객이, 말 그대로 ‘인터렉티브’, 상호 교감하는 게 무척 중요하고 정말 잘되는 장르다. 언제 어디서든 객석에서 “아유 잘한다, 잘하네” 추임새도 할 수 있고, “그건 아니지”말도 걸 수 있다. 자연스럽게 열려있는 구조다. 저절로 감탄, 추임새, 웃음, 눈물이 쏟아졌다는 평을 보면 무대를 꾸리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힘이 된다. 흥에 겨워보고 싶은 분들께, 조금 재미없게 말하자면 국악이 멀고 어렵게 느껴졌던 분들께 자신 있게 건네드린다. 이주미, 국립창극단 PD

 

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2023년 회심작ㅣ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한국 데뷔 30주년 기념 프로젝트. 한국인이 사랑하는 외국 소설가이자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전 세계를 매혹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는 첫 소설 <개미>를 통해 1993년 한국 독자들과 만났다. 이후 발표한 많은 작품은 2021년 총 3천 쇄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작가의 한국 데뷔 30주년을 맞이해 열린책들은 그의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 될 신간, 리커버 기념판 세트, 작가의 다양한 면모를 한데 모아볼 수 있게끔 여러 채널을 통한 독자와의 만남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신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은 1월 중 발간 예정이다. 이번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탁월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관찰력이 향한 곳은 고양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에서는 작가의 고양이 3부작(<고양이>, <문명>, <행성>) 의등장 묘물 苗物인 실험실 출신 고양이 피타고라스가 인간들이 미처 몰랐던 고양이의 역사와 생태를 낱낱이 알려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관찰력이 궁금하고 엿보고 싶은 사람은 물론, 고양이를 사랑하고 그들의 모든 걸 알고 싶은 이들에게 만족스러운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스포일러ㅣ표지 디자인 시안을 예고하자면, 마치 고양이 한 마리가 책으로 변신한 것 처럼 표지 전면에 강렬한 파랑과 노랑의 오드아이 눈동자가 반짝인다. 책 속에도 고양이 사진이 가득하다. ‘스파이 고양이’의 엑스레이 사진, 이집트에서 숭배받은 고양이 여신의 벽화 등 무려 1백30여 장이나 되는 도판이 읽는 즐거움을 더할 것이다. 책갈피를 끼워두고 싶은 페이지가 그 어떤 책보다 많은데, 그중에서도 두 번째 장의 고양이의 눈, 코, 혀 등의 디테일을 각각 확대해서 보여주고 설명하는 페이지가 무척 사랑스럽고 귀엽다. 그중 한 부분을 소개한다. “고양이들은··· 상대의 냄새를 맡아 그가 친구인지 적인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얼마나 건강한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양이의 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돌토돌한 주름이 있는데, 이는 마치 인간의 지문처럼 고양이마다 전부 다르다고 한다.” — 102페이지
비하인드 에피소드ㅣ이 책의 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막연히 백과사전처럼 묵직한 견장정 형태를 떠올렸다. 그런데 편집과 디자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든 좀 더 많은 독자가 부담 없이 넘겨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성격에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점에 모두 동의해 방향을 바꾸었다. 독자 여러분은 가벼운 연장정 형태로 책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2023년의 타인ㅣ만약 우리 집 고양이가 말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한 사람에게. 함지은, 열린책들 디자인 팀장

 

간송미술관 소장품 중 하나인 혜원 신윤복의 ‘야금모행’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보물전>
2023년의 회심작ㅣ“무인년(1938) 윤 7월 5일에 전군(전형필)의 보화각 상량식이 끝났다. 내가 북받치는 기쁨을 이기지 못해 이에 명 銘을 지어 축하한다. 우뚝 솟아 화려하니, 북곽을 굽어본다. 만품이 뒤섞이어, 새 집을 채웠구나. 서화 심히 아름답고, 옛 골동품은 자랑할 만하다. 이곳에 모인 것들, 천추의 정화로다. 근역의 남은 주교 舟橋로, 고구 攷究 검토할 수 있네. 세상 함께 보배하고, 자손 길이 보존하세.” 간송의 스승 위창 오세창 선생은 보화각(간송미 술관의 시초) 설립 이후 이런 글을 남겨 그 의미를 되짚어주셨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의 뜻을 잇고 위창의 바람을 담아 개관전을 준비한다.
기획자의 노트ㅣ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간송은 1906년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많은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자 이를 막고자 집안 대대로 내려온 재산을 바탕으로 문화재를 수집했다. 이러한 문화재를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 서울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이다. 이후 50여 년 동안 간송 선생의 수집품을 정리 연구해왔으나 연구 중심의 미술관이라는 지향과 시설 노후화로 인해 대중과의 소통에 다소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2010년대에 들어와 대중의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폭증하며 미술관 신관 건축과 지방 분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를 계기로 타진 해온 몇몇 지자체 중 대구와 6~7년간의 협의 끝에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대구로 지방 분관을 결론 내린 이유 중 하나는, 대구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민 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이자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한 도시로서 간송의 문화 보국 정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향후 개관전을 시작으로 상설 전 시와 국내외 교류전, 전통과 근현대를 결합한 전시와 같은 대형 기획전을 꾸릴 예정이다.
스포일러ㅣ개관전은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와 보물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훈민정음’과 ‘미인도’,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 첩’ 같은 문화재처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데 반해 제대로 선보일 기회가 적었던 간송미술관 소장 대표 문화재 40여 점을 전시하고자 한다. 영국인 변호사 존 개스비 John Gadsby가 도쿄에 살며 수집한 여러 고려청자를 간송이 충남 공주의 5천 석 전답을 모두 처분해서 구매한 일명 ‘개스비 컬렉션’도 전시할 예정이다.
이 전시를 선물하고 싶은 2023년의 타인ㅣ간송 전형필은 평소 이 말을 자주 했다. “예술품의 존귀한 바는 그것이 우수한 작품일 수록 그 시대와 문화를 가장 정직하게, 똑똑하게 우리에게 보여주는 까닭입니다.” 우리 고유의 미감과 정취에 몰입하고 싶은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김현권,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학예연구실장

 

앙드레 김의 스케치와 작품.

서울공예박물관 <衣·表·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
2023년의 회심작ㅣ1월 31일부터 3월 26일 까지 개최하고자 예정하는 전시 <衣·表·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가제). 1935년에 태어나 2010년에 작고할 때까지 한국 오트쿠튀르를 이 끈 앙드레 김, 남성용 수트를 제작하는 양복점에서 여성용 양장을 제작하던 1900년대에 여성전용 양장점인 ‘은좌옥’을 열고 한국 근현대 패션을 이끈 최경자 등 우리나라 1세대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에서 공예적 요소를 찾아보는 전시다. 이러한 패션은 대개 ‘공예’보다는 ‘디자인’과 붙어있을 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공예적 관점에서 패션을 바라보고 싶었다. 가령 이번 전시 작품 중 하나이자 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인 근대 서구식 대례복은 1백 년이 넘은 예복이다. 1900년 4월 문관복장규칙이 제정되며 문관 관료들은 영국식 궁중 예복을 모방한 대례복을 착용해야 했고, 당시 만들어진 이 대례복에는 금속사로 무궁화꽃을 수놓았다. 직접 보면 일품이다. 이것이야말로 공예가 아닌가 싶었다.
기획자의 노트ㅣ사람이 의복을 착용하게 된 연유에 대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신체보호는 필수적인 기능이었다. 더불어 사회적 일원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동조의 기능이나 신분을 표현 하는 기능도 있었다. 이러한 기능을 기반으로 신분제 사회를 지낸 후 현대에 와서 패션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기성품과 대량 생산에 익숙해진 우리도 이제는 ‘나만의 것’을 추구하게 되었는데, 패션에 나타난 공예적 기법이야말로 ‘나만의’ 패션을 찾아가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일러ㅣ기본적으로 전시에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패션은 우선 예쁘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준비한 다양한 콘텐츠 중에는 드레스로 둘러싸인 거울의 공간도 기획 중이다. 모두가 즐겁게 셀피를 남기면 좋겠다. 덧붙여 특히 이번에는 패션의 공예적 기법을 탐구하는 전시인 만큼 한 점 한 점 꼼꼼히 관람해보시기를 권한다. 오래 볼수록, 천천히 볼수록 아름답다. 비하인드 에피소드 패션에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이슈가 늘 따라다닌다. 전시 역시 친환경적으로 구성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아주 긴 기간 동안 전시하지 않더라도 관람객들이 안전하게 관람해야 하기에 부실하게 만들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에는 그러한 면면을 고려해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지 않으면서 안전한 전시를 구성하는 데도 신경쓰고 있다.
이 전시를 선물하고 싶은 2023년의 타인ㅣ‘옷장에는 옷이 많은데, 왜 입을 건 없을까’에 공감하시는 분들께. 오셔서 패션과 공예의 디테일을 직접 확인하시고 각자의 일상이 보다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하시기를 바란다. 이승해, 서울공예박물관 전시기획과 학예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