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죽을 때까지 표현하면서 살지 않을까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우즈 "죽을 때까지 표현하면서 살지 않을까해요"

2023-02-07T11:25:48+00:00 |ENTERTAINMENT|

아무것도 아닌 것과 아무것, 지금 우즈(Woodz) 조승연의 장르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제이백 쿠튀르. 선글라스, 젠틀 몬스터.

베스트, 앤 드뮐미스터 at 아데쿠베. 팬츠, 리바이스.

GQ 촬영하면서 느꼈어요. ‘Boyish’, ‘Lovely’ 중 선택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에서 느닷없이 ‘Creepy’를 외친 사람답다. 칭찬이에요.
WZ (꾸벅 절하며) 감사합니다.
GQ 사진 마음에 들었어요?
WZ 자연스러운 모습이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좋았어요. 아, 내가 이렇게 웃는구나,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의외로 웃는 사진이 별로 없어요.
GQ 늘 웃었던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요?
WZ 억지 웃음이 많았죠. 어릴 때는 남한테 맞추는 게 옳은 줄 알고 살았어요. 의외로 제가 대화할 때 상대 눈도 잘 못 쳐다봐요.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웃었죠. 그러다 광대가 아파오면 그 느낌이 너무 싫었어요. 나 억지로 웃고 있네.
GQ 생각의 큰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네요.
WZ 작년에 2주 동안 홀로 유럽 여행 가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서울에 있을 때는 혼자 있어도 오롯이 내가 되기는 어려워요. 오늘 만난 사람들의 영향이 제 안에 들어와 있으니까. 여행에서 완전히 혼자가 되어 생각했죠. 나 어쩌면 꽤나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는데? 조금 나를 드러내도 괜찮지 않을까?
GQ 어릴 땐 덤프트럭 같은 성격이었다고요? 지금은 차종이 바뀌었어요?
WZ 덤프트럭의 엔진을 단 세단? 얌전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죠.
GQ 발톱을 감춘 고양이처럼.
WZ 꽤나 침착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확실히 전보다는 덜 즉흥적이에요. 필요한 자유 시간만 남겨두고 대체로는 체계적이죠. “자유 시간을 줄게. 딱 이만큼.”
GQ 좋았다가 싫었다가 하는 변덕 속에서 일관적으로 좋은 건 뭐예요?
WZ 사람만큼은  ‘좋은 것’이라는 범주에서 잘 벗어나지 않아요. “네 가장 큰 복이 뭐니?” 라고 물으면 늘 인복이라고 해요.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결정을 할 수 있거든요. 사람 만나면 하염없이 좋아요.(씨익)
GQ 우즈에게 좋은 사람이란?
WZ 저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있는 사람. 제가 안 좋은 생각을 할 때 “이거 안좋은 생각이야”라고 말해주고, 좋은 것에 칭찬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유죠.
GQ 솔직함이 중요하군요.
WZ 맞아요. 자연스럽고 물 같은 사람이 좋아요. 너무 두텁지 않으면서 탄력이 있고, 유연하게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멋있어요. 아니면 아니야, 단정 짓기 전에 ‘왜 아닐까?’를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
GQ 자신에게는 얼마나 솔직하다고 생각해요?
WZ 지금 딱 50퍼센트까지 올라온 것 같아요.
GQ 자신에게 100퍼센트 솔직해지는 게 정답일까요?
WZ 아니요.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솔직한 생각을 부정함으로써 발전하는 부분도 있잖아요. 100퍼센트는 아닌 것 같아요.
GQ 어떤 마음을 부정해요?
WZ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 운동 가기 너무 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렇게 나약한 생각이 들 때, 부정하기도 전에 제 몸을 운동하는 곳으로 보내버려요. 육체는 껍데기고 그 안에서 조종하고 있는 사람이 저라고 생각해요.

블랙 울 카디건,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 팬츠, 앤 드뮐미스터 at 아데쿠베.

GQ 김영대 평론가도 언급한 적 있는데, 우즈는 인생의 단계별로 꾸준한 준비를 해왔단 말이죠. 그게 다 조종사가 있기에 가능했던 거군요.
WZ 저를 어딘가에 자주 던져놓으면 제가 어떻게든 수습하더라고요.
GQ 신이 한 스푼씩 더하는 것처럼 지금 음악적으로 더하려고 하는 건 뭐예요?
WZ 이제는 반대로 뭘 좀 안 해볼까 하고 있어요. 순수하고, 솔직하게. 전에는 나중에 이 음악을 어떻게 홍보하면 좋을까, 춤을 추는 게 좋겠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어요. 지금은 음악은 음악대로, 영상은 영상대로, 활동은 활동대로 순수하게 좋았으면 해요.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감추려고 덧칠하는 대신, 그 자체로 드러내려 하고요. 어쩌면 그 미완성이 완성이 될지 모르니까.
GQ 작업 방식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찾아왔겠네요.
WZ 한날 곡 쓰는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나 이런 이야기 쓰고 싶어” 하고 불쑥 던졌어요. 거기에 맞는 곡 분위기를 만들었죠. 장르적인 걸 먼저 정했던 이전 방식과는 확실히 달라요. 최근에는 작업 방 안에 있던 세팅을 다 거실로 꺼냈어요. 음악하면서 일하는 느낌을 받고 싶지 않아서요. 거실에서 다 같이 떠들다가 기타 치는 호호에게 “이렇게 코드 짚어줄래?” 하고, 네이슨에게 “드럼은 이렇게 갈까? 아니면 트리플?” 구체화하면서 옷을 입혀 나가요. 지금껏 해온 효율적인 방식을 버리고 순수한 음악의 재미에 가까워지려고, 굳이 굳이.
GQ ‘굳이 굳이’ 정신은 우즈의 DNA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WZ 아마도.(웃음)

터틀넥 니트, 슬랙스, 모두 프라다. 안경, 프라다 at 에실로룩소티카.

GQ 글을 쓴다면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쓸 것 같다고 한 적 있는데,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겠네요?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음악은 없었잖아요.
WZ 그럴 수도 있어요. 지금 하는 작업은 소설 쓰는 사람의 자소서 같달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혹은 무엇이 더 나은 사람일까를 매번 고민해요. 아직 답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처음 변화를 추구했던 시절에는 지금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감독들의 인터뷰를 보면 굉장히 재밌잖아요. 지금이 마치 그런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요.
GQ 다음 음악엔 결국 조승연이라는 사람이 담기게 되겠네요.
WZ 맞아요. 그 전 작업을 돌이켜보면 결과물은 늘 만족스러웠지만 그 안에 제가 없었어요. 조금 더 근본적인 만족을 찾고 싶었죠.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지난 앨범 <Colorful Trauma>예요. 꽤나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한 앨범이거든요. 그때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아 몰라 그냥 하고 싶은 거 하자”.
GQ So What 정신.
WZ 그중 첫 번째 트랙 ‘Dirt On My Leather’가 굉장히 과감한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우리 생각이 맞았어, 그 확신을 더 키워나가 보자 결심했죠.
GQ 부산록페스티벌 무대에서 그 록 스타 같은 발칙함과 맹렬함이 보이더라고요. 김도헌 평론가도 부산록페스티벌 라인업 중 가장 눈길이 가는 이름으로 우즈를 꼽았죠. “<컬러풀 트라우마>를 록으로 제대로 뽑은 앨범”이라고 말하면서. 그나저나 ‘슬픔의 시작’은 여전히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인가요?
WZ 자주 이야기해요.
GQ 조승연은 왜 슬퍼요?
WZ 저는 슬픔이 많지 않은 사람이에요. 무의식 속에서 누르는 건지 모르겠지만 감정이 없나 싶을 정도로 무딘 것 같아요.(웃음)
GQ 슬픔의 시작에 대해 조금은 짐작하게 되었어요?
WZ 개인적으로는, 바람과는 다른 상황이 나타날 때 슬픈 것 같아요. 깊이 파고들었던 건 사실 공포였어요. 비행기 탈 때도, 귀신도, 벌레도 매번 무서웠어요. 왜 무서울까? 그 근원에는 죽음이 있더라고요. 죽음의 공포를 극복해서 잘 정리가 된다면 무서울 게 별로 없겠구나 싶었고, 실제로 겁이 많이 없어졌어요.
GQ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예요?
WZ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인간의 당연한 끝 지점이라고 계속 세뇌를 해요. 항상 겁에 질린 채 살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럴 바에는 끝을 인정해버리고 그 시간을 즐겁게 채워 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 했죠. 다리 많은 벌레는 아직 무서워요.

스카프, 카디건, 팬츠,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우즈의 음악에서 맑은 날의 슬픔 같은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WZ 저는 무언가를 볼 때 여러 감정을 떠올려요. 그 점이 은연중에 제 음악에 담기는 것 같아요. 행복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요. 지금의 행복은 얼마나 지속될까? 그 끝 지점은 어디일까? 펑펑 우는 것보다 웃고 있는 게 더 슬퍼 보일 때가 있어요. 슬픔을 통째로 건네는 게 아니라 곱씹어볼 때 진짜 슬프다고 느끼게 되는, 어찌 보면 모노톤 같은 감정선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좋아해요. 우리가 현실에서 슬플 때 늘 울지는 않잖아요. 슬퍼도 일을 해야 하고, 기뻐도 참을줄 알아야 하고, 사실은 실제 마음과 반대되는 생활을 하잖아요. 그런 게 잘 보이는 작품을 좋아해요. 그게 진짜 사람 사는 것과 닮은 것 같아서요.
GQ 지금 번뜩 떠오르는 작품 있어요?
WZ 최근에 본 단편 영화 <니믹>. 어떤 사람을 똑같이 따라 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스토리인데, 제가 느낀 메시지는 이러했어요. ‘어떤 사람이건 그 사람을 따라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까지는 표방하지 못한다.’
GQ 누군가 우즈의 무언가는 결코 따라 할 수 없다면?
WZ 어렵네요. 음···마음요. 제가 이렇게 살아가는 건 어떤 마음가짐이 있기 때문인데, 행동은 표방한다 해도 그 마음이 없으면 결국 무너지지 않을까요.
GQ 그 마음을 계속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WZ 끊임없이 질문해야 해요. 아직도 이거 하고 싶어? 여전히 이걸 원해?
GQ 음악이 계속 간절하고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요?
WZ 필요라기보다는, 제가 제일 잘하는 표현의 수단이 음악이에요. 제가 만든 노래를 사람들이 듣고 좋다고 반응해주는 게 계속해온 힘인 것 같아요. 10년, 20년이 흐른 뒤에는 또 어떤 수단으로 표현할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죽을 때까지 표현하면서 누군가 만족하는 리액션을 보며 기뻐하면서 살지 않을까 해요.
GQ 아주 무수한 장르 속에서 지금 이 순간 우즈의 장르는 뭐예요?
WZ 누군가에겐 실재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니믹>의 대사를 빌려볼게요. “아무것도 아닌 것과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