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rink

주말에 데이트하기 좋은 티 카페 추천 4

2023.07.05김은희

피어오르는 온기, 누그러드는 화. 태양 아래 차린 차 한 바구니.

금류차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2, B1 오므오트

촉촉한 안개와 이끼가 소복한 산기슭으로 간다. OMOT 오므오트로 향할 때 이런 기분이 맴돌았다. 멀찍이 계단에서부터 녹음을 닮은 향내가 풍기고, 근엄한 다구가 법당의 부처처럼 가까이 놓여있다. 김혜진 대표와 노아 팽주가 전개하는 오므오트는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로부터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취지 아래 한국 차를 세밀히 다룬다. “이열치열 여름을 즐기는 차로 금류차를 권하고 싶어요. 금목서 꽃과 유자, 녹차로 이뤄진 차예요. 가향이나 착색없이 우리 자연에서 나온 원료 자체로 맛과 향을 전합니다. 일단 녹차는 차갑고 시원한 성질이라 열을 내려주는 데 좋고요, 유자의 상큼한 맛은 덥고 지치는 여름에 활력을 더 해줄 거예요. 금목서는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 복숭아, 망고, 살구같은 향이 나는 꽃이에요. 따뜻하게 즐기셔도 좋고, 얼음을 넣어 차게 마셔도 좋습니다. 얼음을 넣으면 유자와 꽃 내음이 더 잘 풍겨요.”

찻 잔 속에서 만개하는 노랑 초록 꽃잎에서 단 향이 오른다. “팽주라는 호칭은 꼭 적어주세요.” 찻상 너머 김혜진 대표의 부드러운 당부. “저희는 팽주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 원래 찻자리에서 차를 내어주는 사람을 팽주라고 부르거든요. 요즘 티 소믈리에, 티 바리스타, 무척 많지만 이렇게 차를 내어준다면 누구나 팽주가 될 수 있는 거예요.” 팽주가 금류차와 함께 건넨 모과양갱을 한눈에 담는다. 산뜻하다. 개운하다.

말차 서울 마포구 포은로 112, 2F 티노마드

“별로 있어 보이게 말씀드릴 게 없는데 괜찮아요?” 차선으로 힘차게 갠 말차를 내며 겸연쩍어하는 이는 티노마드의 주인장. 바람에 일렁이는 풀숲 풍경 영상이 벽 한 쪽에 투영되고 그 곁으로 새소리 물소리가 들린다. 가만, 소리는 없었던가? 나무, 돌, 물, 빛, 차로 이뤄진 자연스러운 그 곳의 공기를 떠올리니 상상일 지도 모를 배경음이 흐른다. “말차는 일반적으로 가루 녹차라고 여기는데 녹차와는 차원이 달라요. 수확하기 3개월 전부터 그늘막을 씌우고 차광 재배를 해서 찻잎에 엽록소를 가득 채우고, 그 찻잎을 맷돌로 간 거예요. 그만큼 건강한 음료예요. 사계절 내내 즐기셔도 좋고, 더워서 냉차로 즐기고싶으실 땐 얼음 몇 조각 띄우면 돼요 ” 이내 얼음을 넣어 건네주는 말차 맛이 부드러운 초록 그 자체다.

“말차는 가루이다 보니까 본래 격불이라 해서 차선으로 빠르게 쳐서 거품을 내라고 하는데, 다도는 어렵다고 여기면 너무 어려워요. 그냥 본인이 하고싶은 만큼, 말차 가루가 잘 풀어졌다 싶을만큼 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를 즐기려면 갖춰야 할 다구도 한 가득일 것 같은데 이 곳 티노마드는 정성껏 차릴대로 차려주곤, 즐기고 싶은 대로 즐기라고 말한다. “사람이 정제되는 것 같달까요. 차는 그 시간이 좋아요. 그 과정이 중요해요. 지금 차려낸 피크닉 차 바구니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꾸릴 수도 있어요. 구애받지 말고 즐기시면 좋겠어요.”

백아차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62-4, 3F 토오베

“중국 광저우에 살다가 차 마시는 게 너무 좋아서, 한국에도 편안하고 쉽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중국어로 ‘특별하다 特’는 뜻을 지닌 단어의 발음을 동그렇게 다듬어 토오베라 이름 붙인 이곳에 이세희 대표는 의지 그대로 친근하고 다정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이스트스모크 조희진 작가의 것처럼 자유로운 모양새의 도기들, 투명하고 분홍한 빛깔의 다구들. “백아차는 하얀 새싹이라는 뜻이에요. 열을 내려 몸을 시원하게 해주고, 새싹이라 푸릇푸릇한 맛이 나요. 얼음이랑 같이 드셔도 좋고, 냉침이라 하여 시원하게 마셔도 좋아요. 냉침은 정수에 찻잎을 넣고 냉장고에서 길게 우리는 거예요. 저는 실온에서 12시간 동안 우린 다음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만드는데, 자유로이 즐기시면 돼요.”

백아차에 담긴 커서 귀여운 네모난 얼음 한 덩어리가 살랑거린다. 깨끗하고 산뜻한 하이볼 한 잔이 겹친다. 그러고 보니 선반 한 쪽에 차통처럼 위스키가 모여 있다. “요즘 티 하이볼도 만들고 있어요. 찻잎으로 만든 시럽에 위스키와 얼음을 더해요.” 맑게 정신을 일깨우고 싶은 1인이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럼요. 시럽은 찻잎과 설탕을 1:1 비율로 넣어 만듭니다. 하이볼은 위스키가 메인이니까 그 맛을 방해하지 않는 연한맛,너무 강하지 않은 찻잎으로 즐겨보세요. 백아차나 우롱차 같은.” ‘토오베’하다.

봉황단총 밀란 향 우롱차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26, 월하보이

평소 즐기는 보이차를 중심으로 공간을 꾸린 월하보이 주은재 대표에게 이 공기는, 차라는 마실 거리는, 모두가 공평하게 즐기는 대상이다. 태양 아래서 즐길 차 바구니에 찻잔을 넉넉히 5잔이나 챙겨준 연유다. “보통 홀수로 구성해요. 3잔,5잔. 품品이라는 한자가 이렇게 생겼잖아요. 잔을 그 모양처럼 3잔 혹은 양 끝으로 더 두어 5잔을 놓고, 차의 품을 함께 보자는 거예요. 차가 어떤지 느껴보고 같이 공유하는 거예요. 지금 담아둔 이 차는 한 번 우리면 1리터에서 1.5리터는 나와요. 우릴 때마다 맛이 계속 달라질텐데, 다구 중에 공평할 공 公, 잔 배 杯라 하여 그 맛과 향이 공평하도록 잔에 차를 나누어 따라 주는 역할을 하는 공도배 公道杯가 있습니다. 공도배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해야 해요. 같은 맛을 느껴야 그 맛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누고 시간을 공유하죠.”

그리하여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몇 번이고 나누어 함께 즐기는 지금의 온기는 봉황단총 밀란 향 우롱차. “3백 종이 넘는 우롱차 중 우리 몸의 온도를 낮춰주는 것들이 있어요. 봉황단총은 중국 봉황산에서 채업한 차인데, 그 지역에서 난 찻잎으로만 만들어 단총이에요. 여러 향 중에서도 오늘 향은 꿀 밀 蜜, 난초 난 蘭, 꿀처럼 달달하며 난처럼 싱그러운 향이에요. 뜨겁게 후후 불어 마셔도 속은 시원할 거예요.” 과연, 그가 예고한 탄성이 새어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달지? 당신에게도 건넨다.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