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디즈니 애니메이터 윤나라가 ‘위시’에 그려 넣은 희망의 메시지들

2023.12.28신기호

지금보다 더 큰 꿈 꿀 수 있는 우리.

GQ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위시>에 메인 애니메이터로 참여하셨죠? 디즈니와는 <겨울왕국> 때부터 함께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NR 네, <겨울왕국>(2014)을 시작으로 <겨울왕국 2>(2019), <빅 히어로>(2015), <주토피아>(2016), <주먹왕 랄프2 : 인터넷 속으로>(2019),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2021) 등 여러 작품에 참여했어요.
GQ ‘애니메이터’라고 하면 단편적으로 상상되는 직업적인 모습이 있긴 합니다만, 자세히는 어떤 작업을 하는지 직접 들어볼 기회가 적었던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는데 말이죠.
NR ‘애니메이션’이라는 작업이 아무래도 관심이 있어야 더 들여다보게 되는 영역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또 나라마다 작업 방식도 다르고요. 디즈니 애니메이터를 예로 들면, 캐릭터들을 가지고 마치 인형극처럼 연기를 입히는 작업을 ‘애니메이터가 하는 일’이라고 정리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구현 방식이 2D였다면, 지금은 3D 애니메이션을 함께 섞어서 작업하고 있고요.
GQ ‘연기’라면 캐릭터의 ‘움직임’을 말하는 거죠?
NR 맞아요, 쉽게 말해 눈썹부터 치아, 혀, 발가락 등 모든 부분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작업이에요.
GQ 당연한 물음이지만 대단히 섬세한 작업이겠어요.
NR 맞아요. 그럴 수밖에 없죠. 그래서 대부분의 애니메이터가 캐릭터를 최대한 빨리 발굴하고,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요. 그래야 캐릭터의 연기를 더 생생하게 구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GQ <위시>의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NR 애니메이터로서 작업 기간은 1년 정도요. 보통 디즈니 영화의 경우 애니메이터가 8개월에서 1년 정도 작업을 하는데요, 캐릭터가 저희한테 오기까지는 2~3년 정도 선행 작업 시간이 필요해요. 이건 한국의 애니메이션 작업 방식과 범위가 좀 다를 수 있어요. 가끔 몇몇 분이 애니메이터가 작품을 전부 만드는 것 아닌가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희의 작업은 전체의 4분의 1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영화 <위시>

GQ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페이퍼 맨>(2012)을 보고 나서 애니메이터라는 꿈을 처음 떠올리게 됐다고요.
NR 군 복무를 마치기 2개월 전쯤 <페이퍼 맨>이 개봉했어요. 입대 전에 ‘드림웍스 픽처스’에서 5년 정도 일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군 복무를 마치면 돌아가려고 했죠. 그런데 그때 <페이퍼 맨>을 보게 됐어요. 2D 적인 3D 애니메이션을 처음 본건데, 너무 매력적이었던 거죠. 2D의 그림 스타일을 3D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새삼 다시 알게 됐어요.
GQ 이 이야기의 다음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디즈니로 향했다’겠죠?(웃음)
NR 네.(웃음) 다행히 디즈니에서 일하게 됐어요. 아, 작년 7월이 디즈니에 입사한지 꼭 10년이 되는 때였어요.
GQ 그럼 입사 10주년을 맞은 올해는 <위시>와 함께 보낸 셈인가요?
NR 아주 바쁘게요.(웃음) 이런 기념비적인 작품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굉장한 영광이죠. 무엇보다 애니메이터로서는 ‘저와 같은 직업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감을 전해줄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이 생겨난 것이 가장 기뻤어요.
GQ 나라 애니메이터님이 그랬던 것처럼요?
NR 네. <위시>는 제가 어려서 보고 자란 클래식 디즈니 영화의 스타일을 굉장히 유사하게 구현한 작품이기도 해요. 그래서 작업 과정에 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굉장히 좋은 영향으로, 또 도움으로 전해지기도 했거든요. <위시>가 다음 세대들에게 좋은 영감이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위시>

GQ <위시>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자면 어떤 가치가 함께 있을까요?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 외에.
NR 제작진의 구성도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만큼 특별하죠.
GQ <겨울왕국> 시리즈의 크리스 벅 감독이 참여했죠?
NR 네, 뿐만 아니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 참여한 폰 비라선손 감독까지, 두 분이 메인 감독을 맡아주셨어요. 여기에 디즈니의 작품 다수에 참여한 제니퍼 리와 앨리슨 무어 등 디즈니를 대표하는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고요. 제작진의 이름만 보더라도 <위시>는 아주 특별한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GQ 윤나라 애니메이터님 개인적으로 <위시>라는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면요.
NR ‘위시 Wish’라는 테마는 사실 디즈니 작품에 늘 등장하는 메시지예요. 디즈니 영화는 언제나 희망과 영감을 전해왔거든요. 수십 년 전의 고전적인 영화부터 지금 개봉을 앞둔 <위시>까지, 변함없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부분이 참 좋았어요.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저는 클래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굉장한 팬인데요, 당시의 작품들만 갖고 있는 ‘수채화 느낌’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위시>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2D 애니메이션이 가진 아웃라인을 입혀보는 등 당시의 수채화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는데요, 저는 아직 결과물을 보지 못했지만 굉장히 아름답게 완성됐을 거라 믿어요. <위시>의 이런 연출들을 함께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영화 <위시>

GQ <위시>의 캐릭터로는 주인공 ‘아샤’와 ‘별’을 작업하셨죠?
NR 네, ‘매그니피코 왕’이라는 악당도 작업했고요.
GQ 모두 주인공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재밌게 작업한 캐릭터를 물으면 너무 짓궂을까요?(웃음)
NR 아뇨, 이건 바로 답할 수 있어요. 전 ‘별 Star’이라는 캐릭터를 작업할 때 굉장히 재밌었거든요. ‘별’은 무한한 에너지를 가진 작은 공 같은 아이예요. 별은 무엇보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캐릭터라서 팬터마임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제가 참고한 래퍼런스가 둘 있는데, 하나는 아기 팬더들, 그리고 다른 하나는 6개월 된 제 딸아이였어요.
GQ 아기 팬더들과 6개월 된 딸이라니, ‘별’이라는 캐릭터가 벌써 상상이 되네요. 
NR 맞아요. 회사에 “별이 가진 에너지를 그대로 갖고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 집에 있다!”라고 말했어요.(웃음) 딸아이의 표정과 움직임을 관찰하고, ‘별’에 그대로 적용해보고 그랬죠. 물론 아기 팬더들의 알 수 없는 귀여운 움직임들도요. 
GQ 듣다 보니 이렇게 행복한 작업 환경이 또 있을까 싶네요.(웃음) 나중에 아이가 크면 캐릭터 ‘별’ 이야기를 꼭 전해주세요. 큰 감동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NR 그럼요. 그래서 앨범도 하나 만들어뒀어요.(흐뭇)
GQ 애니메이터님이 <위시>에 숨겨둔 이야기, 그러니까 메시지가 분명 있을 테죠. 
NR 아까 이야기했듯이 ‘위시’라는 테마는 디즈니에 늘 존재했던 메시지예요. 각자가 꿈을 향해 노력하고, 싸우는 의지만큼 강한 것은 이 세상에 없어요. 꿈을 위해 당돌하게 싸우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든요.
GQ 윤나라 애니메이터님도 꿈을 향해 달려온 용감한 이들 중 한 명이고요.
NR 저 역시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위시>작업을 하면서 행복했던 건, <위시>가 꿈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행복했거든요. 앞으로는 제 개인적인 목소리도 들려드리고 싶고, 개인 작업도 해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대학생 때 쓴 스케치북을 다시 꺼내보고 있기도 해요.(웃음)

*인터뷰는 윤나라 애니메이터가 방한한 지난 9월 19일에 이루어졌습니다.

포토그래퍼
김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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