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까르띠에 워치가 제시간을 가리킨 적 없는, 의외의 이유

2025.11.17.유해강

시간 위에 시계 있다. ‘어떤’ 시계 애호가들의 손목시계는 제시간을 가리키는 대신 엉뚱한 시간대를 달린다. 혹은 아예 멈춰 있다. 그들에게 “지금 몇시냐”고 물으면, 그들은 휴대전화 또는 여분의(!) 디지털시계를 보고 시간을 알려준다. 아니 그럴 거면, 시계를 왜 차냐고? 간단하다. 시간보다, 시계가 먼저니까.

그 시계가 ‘까르띠에’라면

까르띠에 애호가로 유명했던 팝 아트 미술가 앤디 워홀, 빈티지 시계 딜러 마이크 누보, 까르띠에 앰배서더 엠마 체임벌린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의 시계는 정확한 시간을 알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는 것. 누보는 “빈티지 까르띠에를 착용하는 경우, 시간 설정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00% 타임키핑보다는 케이스, 디자인, 모양에 더 중점을 둔다는 것. 단, 이 기준은 까르띠에 시계에 한정된다. “퍼페츄얼 캘린더를 착용하는 경우, 달의 위상을 포함해 모든 것이 100% 정확했으면 좋겠어요!”

디자인, 디자인, 디자인!

열렬한 시계 애호가들에게 ‘디자인 우선주의’는 그다지 이상한 태도가 아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한 작품이라도, 궁극적으로는 휴대전화의 디지털시계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 시계 제작자 로저 스미스는 “나도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며 “물론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긴 한다. 하지만 시계는 그저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멋진 물건이다. 그렇지 않나?”고 덧붙였다. 데일리 그레일의 설립자 제시카 오웬스도 “시계의 실용적인 측면은 부차적이다. 디자인이, 다른 모든 요소에 앞선다”고 강조했다.

내구성 보존 위한 ‘선택과 집중’

시계의 시간을 설정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보존’이다. 시계 딜러 케빈 오델은 “오래된 오토매틱 시계의 경우, 태엽의 70%도 감지 않는다”고 했는데. “더 많이 닳고 마모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시계는 정상 작동한다. 하지만 오델은 시계의 한정된 생명력을 절약해 저녁 약속 등 중요한 시점에만 사용하기를 택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선명한 ‘다이얼 뷰’ 위한 시간은?

직업적인 특성상, 시계를 특정 시간에 맞춰놓는 경우도 있다. 시계 제조업계의 얘기다. 발틱의 창시자 에티엔 말릭은 종종 ‘멈춰 있는’ 시계를 착용하곤 한다. “최근에는 많은 프로토타입 시계를 테스트하고 있는데, 방해받지 않는 다이얼 뷰를 얻기 위해 시간을 10시 10분에 맞춰놓고 있어요.” 그가 말했다. 그는 매일 두 개의 시계를 착용한다. 그 중 딱 한 개만 정확한 시간을 가리킨다.

유해강

유해강

프리랜스 에디터

유해강은 남자 시계와 자기 계발, 건강, 문화 등 생활 상식 전반을 다루는 프리랜스 에디터입니다. 동국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불교학을 전공했습니다. 2022년 여름부터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로 일했고, 씨네플레이 에디터를 겸해 영화 리뷰·큐레이션·배우 필모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한겨레신문 토요판 ESC 섹션의 커버스토리 기사 작성 경험도 있습니다. 유의미한 정보값을 가독성 있게 정리해 많은 독자에게 읽히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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