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실이 다시 출시한 빅 틱 시계는 동그랗고 장난스럽고 친근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1990년대 Y2K 블롭 디자인 호황 시기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20만 원대에 살 수 있다.

이 글은 캠 울프가 매주 시계 세계를 깊이 있게 다루는 뉴스레터 ‘박스 + 페이퍼스’의 한 에디션이다. 육아 휴직 중인 캠을 대신해 시계 전문 기자 제러미 프리드가 대신 맡고 있다.
모든 시계는 그 시대의 산물이지만, 어떤 시계는 특정 역사적 순간과 특히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피아제 폴로가 디스코 시대의 산물이고, 스와치 젤리피시가 1980년대의 화려한 포스트모더니즘을 반영한다면, 포실의 빅 틱 역시 보이밴드와 CK 원의 시대를 완벽하게 상징하는 제품이다. 1999년에 출시된 빅 틱의 가장 큰 특징은 아날로그 시침과 분침 아래에서 초를 세는 둥글게 부풀어 오른 애니메이션 디스플레이였다. 출시된 지 25년이 넘은 지금, 빅 틱은 오아시스부터 루즈핏 수트까지 2020년대에 다시 등장하고 있는 Y2K 이전 문화의 복귀 행렬에 합류한 최신 사례다.
지난주 공개된 2026 Y2K 빅 틱 컬렉션은 총 다섯 가지 모델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1990년대 후반의 분위기를 강하게 담고 있다. 가죽 커프 스트랩을 사용한 스팀펑크 스타일 모델, 가이 피에리 스타일의 불꽃 장식이 들어간 모델, 그리고 쇼핑몰 고스 스타일의 지갑 체인이 달린 포켓워치 버전도 있다. 거의 원본과 동일한 모습의 이 시계들은 배기 진, 가죽 블레이저, 버킷햇 등 다시 유행하고 있는 90년대 스타일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하지만 빅 틱은 단순히 20세기 후반 패션을 흉내 낸 제품이 아니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숫자와 반투명한 캔디 컬러 플라스틱 스트랩을 갖춘 원래의 빅 틱은 1999년에 정점에 가까워졌던 하나의 디자인 흐름, 즉 ‘블롭젝트’ 시대의 산물이었다.
부드럽고 유기적인 형태와 밝은 색상을 특징으로 하는 블롭젝트 디자인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최첨단 디자인을 정의했다. 오클리 아이 재킷? 블롭젝트. 폭스바겐 뉴 비틀? 블롭젝트. 반투명 파란색 아이맥 G3? 블롭젝트의 정점이다. 빅 틱만이 유일한 블롭젝트 시계는 아니었다. 나이키 트라이액스나 오클리 타임 봄 역시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빅 틱의 유기적인 아날로그-디지털 결합 디자인은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포실 워치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이언 화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빅 틱은 90년대 후반 기술 문화의 아주 특정한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기술이 더 표현적이고 친근해지는 변화의 시기였죠.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시간 자체를 장난스럽고 움직이는 경험으로 만들었습니다.”
빅 틱은 스마트워치 이전 시대에 포실이 만든 가장 인기 있는 시계 중 하나였고 수십 가지 변형 모델이 출시됐다. 필리프 스탁이나 프랭크 게리처럼 블롭 스타일을 좋아하는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모델도 있었다. 지금도 많은 모델을 이베이에서 찾을 수 있다. 1999년에는 최초의 카메라폰, 최초의 블랙베리 양방향 호출기, 그리고 애플 아이북 G3 ‘클램셸’ 노트북이 등장했는데, 빅 틱 역시 같은 기술 변화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제품이었다. 1990년대 블롭젝트 디자인을 선도한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는 이렇게 말한다. “밀레니엄 전환기는 디지털 낙관주의와 기술적 흥분, 그리고 회색빛 기업식 모더니즘을 거부하는 분위기로 특징지어졌습니다. 기술은 점점 개인적인 것이 되었고 블롭젝트는 미래를 인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기기들은 감정적이고 장난스럽고 친근해졌죠.”
그 이전 시대의 무미건조한 베이지색 박스형 제품들과 달리, 이런 디자인은 사물의 성격을 실용적이고 괴짜 같은 것에서 친근하고 다채로운 것으로 바꾸는 전환점을 상징했다. 물론 이전 시대에도 둥글고 유기적인 형태의 디자인은 존재했다. 임스 체어, 노구치 테이블, 라바 램프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컴퓨터 설계 기술과 사출 플라스틱의 발전이 결합되면서 1990년대에는 블롭젝트 디자인이 전례 없는 규모로 확산됐다. 『20세기 디자인』의 공동 저자 샬럿 피엘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것은 부드럽고 감각적인 곡선과 반투명 소재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네오 모던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냈습니다. 밀레니엄이 다가올 무렵 Y2K 스타일은 완전히 블롭 미학 중심이었습니다.”
이 장난스럽고 즐거운 디자인 흐름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공상과학적인 나이키 에어 폼포짓, 소니 S2 오디오 컬렉션 등이 그 예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이 흐름은 점차 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대에 등장한 미니멀리즘, 이른바 ‘애플 스토어 미학’이라 불리는 단정한 직선과 날카로운 모서리, 절제된 디자인 역시 블롭젝트 디자인의 선구자들이 만든 것이었다. 애플 워치 디자인에도 참여한 마크 뉴슨은 1980년대 중반 록히드 라운지 같은 작품으로 블롭 스타일을 선보였고 이후 시계 브랜드 아이케포드를 공동 창업했다. 한편 아이폰과 아이팟을 디자인한 조니 아이브 역시 1990년대 애플에서 하만 카돈 사운드스틱 같은 대표적인 블롭젝트 제품을 만들었고, 이후 애플의 단색 알루미늄 중심 디자인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와 비교하면 빅 틱은 1999년보다 2026년에 오히려 더 재미있고 장난스럽고 기묘하게 느껴진다. 90년대 스타일 중에서도 가장 괴짜 같은 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라시드에 따르면 빅 틱과 블롭젝트 디자인은 더 깊은 감정도 자극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디자인은 심리를 반영합니다. 문화가 긴장되어 있을 때 사물은 갑옷처럼 단단해집니다. 문화가 희망적일 때 사물은 부드러워집니다. 단단하고 각진 형태는 불안과 통제, 방어를 반영하고 블롭젝트는 유연함과 포용성, 편안함을 표현합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지구 온난화나 Y2K 버그에 대한 불안이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당시 미국 문화는 전반적으로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1999년의 아마존은 단순한 온라인 서점이었고, 도널드 트럼프는 B급 유명인이었으며, 공항에서 신발을 벗을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가 평등과 계몽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제로 존재했다. 빅 틱과 같은 블롭 디자인 시계는 바로 그 시대의 감각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훌륭한 빈티지 시계가 늘 그렇듯, 다른 시간과 직접 연결되는 물리적인 통로가 되어 준다. 그 시대가 지금보다 더 다채롭고 더 희망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은 이 시계를 사랑할 이유를 더욱 늘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