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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시리얼 한 그릇을 먹고 싶은 충동에 관하여

2025.06.06.조서형, Ian Burke

밤늦게 먹는 시리얼 한 그릇만큼 만족스러운 건 세상에 드물다. 그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야식으로 먹는 시리얼이 건강에 미치는 의미는?

Michael Houtz

밤 11시 15분이다. TV에선 <30 Rock>이 나오고, 커피 테이블 위엔 찌그러진 탄산수 캔이 놓여 있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를 누리고 있다. 바로 맛있는 스페셜 K 레드 베리 시리얼을 연이어 퍼먹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트레이더 조에서 나온 모조품인 ‘플레이크 앤 스트로베리’를 의료적으로 권장되지 않을 만큼의 양을 입에 쏟아 붓고 있다. 오래된 ‘Life Is Good’ 티셔츠에 우유를 흘리지 않으려 허리를 구부리고 먹는 동시에, 내 귀를 찢을 듯한 바삭바삭한 씹는 소리 때문에 티나 페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TV 볼륨을 점점 더 키우고 있다. 그렇게 한 그릇을 비우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다시 볼륨을 줄이지만, 결국 마지막 그릇은 오지 않는다. ‘마지막 그릇’이란 건 없다. ‘우유가 다 떨어질 때’만 존재할 뿐이다.

어릴 적 나는 거의 매일 아침 시리얼을 먹으며 자랐다. 그러다 레슬링이라는 영광스러운 스포츠를 시작했고, 이후 시리얼은 큰 대회를 치른 뒤에야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 되었다. 옥수수 가루를 뭉쳐 튀긴 다음 설탕을 입힌 시리얼은 식사에 해당하지 못했다.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도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디저트는 크렘 브륄레도, 티라미수도, 정성껏 쌓아 올린 크로캉부슈도 아니다. 바로 설탕이 가득 묻은 프로스티드 플레이크 시리얼 한 대접이다. 시리얼 박스 하나와 저지방 우유 반 통이면 행복하다.

하지만 레슬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고, 나는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처럼 설거지가 귀찮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나는 아침을 고단백으로 시작하고 싶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한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내 기준으론 하루 단백질 225g을 섭취해야 한다. 얼마나 섭취했는지 누가 헤아리냐고? 나다. 매우 철저히. 시리얼은 아침 식사로서 남자들, 특히 나처럼 헬스에 진심인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떨어졌다. 그들은 시리얼 대신 단백질 스무디나 달걀 여섯 개를 택한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저녁으로 시리얼을 먹으라는 켈로그 CEO의 논란의 발언처럼 저녁 식사를 대체할 일도 없다.

그런데도 애플잭스를 들이붓고 싶은 남성적인 충동은 매일 밤 나를 덮친다. 그리고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이를 의식한 시리얼 브랜드들은 ‘스위트 드림스’ 같은 제품 라인으로 심야 시리얼 소비자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라벤더와 캐모마일 향이 첨가된 이 라인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내가 아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저녁 식사 후 출출할 때 시리얼을 찾는다. GQ 동료 몇 명도 예외가 아니다.

“시리얼은 벤치프레스 비결이지,” 내 친구이자 벤치 기록이 거의 나와 맞먹는 켄트 토어는 말한다. “벌크업 중에 칼로리를 늘리기 가장 쉬운 방법이 밤에 시리얼 몇 그릇 먹는 거야.” 퍼포먼스 셰프 댄 처칠도 한 영상에서 같은 얘길 한다. 고수준의 운동선수들도 칼로리를 효율적으로 섭취할 방법으로 시리얼을 활용한다고 한다.

“밤에 시리얼 먹고 싶은 충동만큼 참기 힘든 게 없어,” GQ 글로벌 리서치 디렉터 믹 라우스는 말한다. “허니 번치 오브 오트 좋아하지만, 솔직히 말해 영양을 제쳐두면 최고의 시리얼은 리시스 퍼프야. 그래서 요즘은 아예 시리얼을 집에 두지도 않아. 밤 9시만 되면 무조건 한 그릇 퍼먹고 싶거든.” GQ 수석 스타일 에디터 고는 “우리 집에선 시리얼을 원래부터 아침 식사보다는 디저트로 여겼어. 저녁 먹고 단 게 살짝 당길 때, 거대한 허니넛 체리오 한 그릇만큼 만족스러운 게 없어”라고 말한다. 아트 디렉터 마이클 하우츠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 그리고 그에 따르는 존재의 불안은 차갑게 먹는 게 제맛이다… 이왕이면 새벽 3시, 조명이 어슴푸레한 부엌에서.”

하지만 모든 남성에게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향수’다. “형 앤더스랑 나 어릴 때는 시리얼을 통으로 퍼먹었지,” GQ 글로벌 디자인 디렉터 키어 노브스키는 말한다. “지금도 하루 중 언제든 시리얼 한 그릇이면 좋아.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는 단연 밤늦게 먹는 그 한 그릇. 오랜 세월 다양한 브랜드를 사랑했지만, 추억을 떠올리며 말하자면 최고의 시리얼은 단연 프루티 페블스야.”

이처럼 밤늦게 먹는 당분의 폭격은… 기껏해야 살짝 건강에 해로우며, 최악의 경우엔 완전히 해로운 것처럼 보인다. 그럼 정말로 잠자기 직전 시리얼을 먹는 게 그렇게 나쁠까? “짧게 말하자면, 밤늦게 시리얼을 먹는 것 자체는 본질적으로 해롭지 않다,” 영양사 앤디 드 산티스는 GQ에 보낸 이메일에서 말한다. 하지만 긴 대답은 좀 더 복잡하다. “위식도 역류는 꽤 흔한 증상이고, 식사 후 너무 빨리 눕거나 기대면 소화가 되기 전에 음식물이 위에 남아 있어 역류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드 산티스는 또 “잠자기 직전에 음식을 먹는 것이 수면의 질을 방해할 수 있다는 근거들도 존재한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그 외엔 내 철학은 단순하다. 오전 8시에 건강한 음식은 오후 8시에도 건강하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그렇다면 시리얼 자체는 어떨까? 드 산티스에 따르면, 시리얼은 충분히 건강한 식단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섬유질 통곡물 시리얼 1컵에 시나몬을 살짝 뿌리고, 고단백 우유 1컵에 견과류나 씨앗, 베리류를 곁들이면 영양적으로 아주 우수한 식사가 된다. 일반 사람들의 평균적인 아침 식사의 질을 상당히 높여줄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남성들은 밤에 멍한 상태로 시리얼을 퍼먹으며 거기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드 산티스는 또 “고칼로리를 요구하는 사람이나 이미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라면, 전통적으로 ‘건강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시리얼을 가끔 먹는다고 해도 별다른 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양을 떠나, 그럼 도대체 이 밤중에 시리얼을 먹고 싶은 남성의 충동은 뭘 의미할까?

나 같은 사람에겐, 어린 시절에 참았던 욕구를 보상하고, 지금은 어른이 된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주권의 상징이다. 인공 색소와 텅 빈 칼로리, 그리고 설탕 가득한 플레이크를 밤중에 소파에 퍼질러 먹는 건 내게 주어진 자유의 표현이자,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얼음물에 얼굴을 담그라는 인스타 셀럽들에게 날리는 한 방이다. GQ 커머스 에디터 타일러 친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친구가 밤에 외출하면, 내가 스스로 먹을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만족스러운 음식은 시리얼 한 그릇이야. 선택지는 그거 아니면 마트 가서 로티세리 치킨 사오는 건데, 미지근하고 너무 익은 닭고기는 시원하고 바삭한 시리얼을 절대 못 이기지.” 그리고 어떤 이들에겐, 그게 시리얼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난 어릴 때 4살부터 12살까지, 엄마가 매일 밤 자기 전에 시리얼을 한 그릇씩 줬어,” 라우스는 말한다. “완전히 씻고 파자마 입고, 마지막 TV 프로그램 하나 보면서 먹는 달콤한 간식. 그 습관이 몸에 배었고, 아마 지금도 그때의 편안함을 무의식 중에 되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지. 어른이 되고 나서는 그런 기분을 느끼기 어렵잖아. 결국 이건 향수이고, 그리움이다. 모든 게 더 단순하고, 안전하게 느껴졌던 그 시절로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