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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트니가 어디든 차고 다니는 애착 시계의 정체

2026.03.24.조서형, Oren Hartov

비틀즈 멤버는 파텍 필립 스틸 아쿠아넛에서 시계적 소울메이트를 찾았다. 화보 촬영부터 자신의 결혼식, 딸의 패션쇼까지 어김없이 잘 어울린다.

폴 매카트니만큼 자연스럽게 멋을 풍기며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 또 있을까. ‘렛 잇 비’, ‘예스터데이’, ‘헤이 주드’, ‘밴드 온 더 런’을 만든 인물이라면 이미 시대정신의 영원한 관리자가 된 셈이고, 마음껏 살아도 된다. 과한 과시를 좋아하지 않는 매카트니도 단 하나의 사치는 허락하는데, 바로 파텍 필립 아쿠아넛이다.

럭셔리 시계 기준에서 아쿠아넛은 매카트니처럼 절제되고 세련된 모델이다. 카풀 카라오케 출연, 롤링 스톤 커버 촬영, 자신의 결혼식까지 수년간 착용해온 이 시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튀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어울리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다. 이달 초에도 그는 파리에서 열린 딸 스텔라 매카트니의 패션쇼에 참석하며 오른손에 이 시계를 착용했다. 참고로 매카트니는 오른손으로 베이스를 연주하는 대표적인 왼손잡이다.

아쿠아넛이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걸까?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자매 모델 노틸러스와 달리, 아쿠아넛에는 럭셔리 스포츠 워치를 상징하는 일체형 브레이슬릿이 없다. 대신 엠보싱 처리된 러버 스트랩이 더 스포티한 인상을 주면서 파텍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적절히 중화한다. 결혼식 슈트에는 더 드레시한 시계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매카트니라면 그런 관습을 깨도 충분하다.

1997년 ‘젊은 층을 위한 럭셔리 시계’라는 콘셉트로 출시된 아쿠아넛은 노틸러스에서 많은 요소를 가져왔다. 시그니처인 8각 베젤, 새틴 브러시드 케이스가 주는 은은한 고급스러움이 대표적이다. 이 감각은 젠타 디자인 전반에 흐르는 특징이기도 하다. 참고로 아쿠아넛 자체는 젠타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의 작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결국 말하자면, 약 4천 만원에 이르는 이 시계는 여전히 ‘조용한 레전드’로 꼽히는 모델이다. 파텍의 클래식 계열과 달리 1940~60년대가 아닌 1970년대 디자인을 참조하며, 훨씬 현대적인 감각을 지닌다. 지난 30년간 이어진 ‘지금의 순간’을 담고 있는 셈이다. 60년이 넘는 커리어 동안 자신과 팝 음악을 끊임없이 재창조해온 매카트니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선택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