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담배, 오래된 책 냄새를 담은 향수

2016.03.03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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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졸릴 계절이다. 바보처럼 보여도 어쩔 수 없다고 자책하면서 운전하다가 소바를 먹다가 심지어 자다가도 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독한 것들이다. 목구멍이 불타는 위스키, 달팽이관이 날아갈 것 같은 전자음악, 니코틴이 너무 많아서 한 대 피우면 목소리가 없어질 것 같은 담배, 온몸이 촛농처럼 녹아내릴 것 같은 지독하게 센 향수. 톰 포드의 투스칸 레더를 처음 뿌렸을 땐 모두 고개를 돌렸다. 가죽 소파 냄새, 담배 파이프 냄새, 오래된 하드커버 책 냄새가 섞인 향이 익숙할 리 없을 테니. “독하다 독해!” 소리를 버럭 지르는 자도 있다. 그러나 잠시 후, 그 향에 홀딱 반한다. 아주 잠깐 만나선 이 향수의 매력을 느낄 틈이 없다. 궁금하면, 알고 싶으면 기다려야 한다. 3월, 더 이상 졸고 있을 순 없다. 머뭇거리지 말고 어슬렁거리지 말고 미루지 말고 빨리 걸어야 한다. 바로 지금, 이 향수가 필요하다.

강지영

강지영

편집장

강지영은 2002년부터 'GQ KOREA' 패션 에디터를 거쳐 패션 디렉터로 일했고 2018년부터 'GQ KOREA' 편집장으로 난리 법석 에디터들과 함께 매일이 드라마인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날 'HIM', 'ESQUIRE KOREA' 등의 남성지 패션 에디터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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