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숏 컷 <1>

2013.10.04장우철

박진영은 대중에게 잡히지 않는다. 어떨 땐,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고 달아나는데, 사람들이 잘린 꼬리를 붙들고 도마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동안, 다른 꼬리를 달고 저쪽에서 나타난다.

박진영은 왜 박진영은 헷갈리게 만든다. 이유는 단순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 중에 비슷한 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중은 항상 어떤 ‘틀’을 만들어서 그것 으로만 판단하려는 성향이 있는데, 그는 틀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느낌이다. 헛소리 한다느니, 미쳤다느니, 제아무리 호오를 강하게 드러내도 그는 좀처럼 틀에 잡히질 않는다. 더구나 변방이 아닌 주류의 중심이다. 데뷔 후 20년 동안 줄기차게 순위 프로그램에 나가 아이돌과 ‘겨루는’ 노래를 발표하는 다른 가수가 혹시 있나? 그것도 앞섰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한 가지 더 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판 주류 중의 주류인 아이돌을 만드는 프로듀서이자 제작자다. 대중은 어떤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그를 몰지만, 그에겐 한 번 더 틀을 벗어날 수 있는 통로일 뿐이다. 요컨대 그는 대중에게 잡히지 않는다. 달아났다 돌아왔다 또 달아난다. 어떨 땐,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잘린 꼬리를 붙들고 도마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동안, 다른 꼬리를 달고 저쪽에서 나타나는 식이다. 여전히 생기가 넘치는 그가 이번엔 결혼을 발표했다. 사람들은 헷갈린다. “박진영이 미혼이었나?” 금세 사실을 안다 해도 달라지진 않는다. 그는 거기에 없다.

    에디터
    장우철
    스탭
    illustration/김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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