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좋은 등산화의 네 가지 조건

2015.11.13GQ

가을이면 산을 생각하지만, 산은 운동화를 허락하지 않는다. 등산화를 고를 때 고민해야하는 네 가지 면면.

가죽

151010 GQ(detail)_10311

최상급 면피 가죽을 이용해 만든 중등산화는 잠발란 토페인. 69만7천원.

질 좋은 가죽은 오랜 산행을 견뎌야 하는 중등산화에 적합하다. 일단 튼튼하기 때문이다. 소가죽 중에서 최상급으로 여기는 바깥쪽의 가죽, 즉 면피 가죽은 잘 늘어나거나 잘 변형되지 않는다. 어떤 특수한 재질을 더하지 않고 가죽만으로도 충분히 방수와 투습력이 좋다. 우리의 겉 피부가 비가 오면 물을 튕겨내고, 땀을 배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최첨단 소재가 개발되었지만, 여전히 전문 등산화에 최상급 가죽을 사용하는 이유다. 한편 가죽 안쪽에 고어텍스를 덧대면 쉽게 방수 능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고어텍스가 손상되면 등산화가 젖고 겨울에는 발이 얼 수 있어 오히려 잘 관리한 가죽 등산화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질 좋은 면피 가죽을 사용한 등산화는 촉감도 부드럽고, 신을수록 편안해지기 때문에 서서히 자신만의 등산화로 변해간다. 소의 안쪽 가죽, 즉 진피 가죽을 가공한 스웨이드는 뻣뻣한 가죽을 가공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끈과 발목

151010 GQ(detail)_10330

발목이 조금 올라온 경등산화 레니게이드 DLX GTX 미드는 36만원.

등산화 끈은 대부분 동그랗다. 운동화에 많이 사용하는 납작한 끈보다 동그란 끈이 힘을 지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발목이 있는 등산화를 신을 때 발목 끝까지 끈을 매면 처음에는 불편하다. 그럴 때는 발목 부분의 끈을 푼 상태에서 신발을 길들이라고 권한다. 최근엔 발목에 있는 ㄷ자형 고리에 다른 쪽 끈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끈을 맨 다음 꼭 등산화 안쪽으로 숨기는 것이 좋다. 만약 불안하면 ㄷ자 고리를 폐쇄형 고리로 교체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장시간 산행을 하려면 발목 끝까지 끈을 매야 한다. 그래야 발바닥부터 발목으로 올라오는 피로를 줄일 수 있다. 한편 보아 시스템이 장착된 등산화는 신고 벗기가 편하다. 끈 대신 낚싯줄 같은 와이어가 다이얼을 돌리면 조여준다. 하지만 발목이 있고, 가죽으로 덮인 중등산화에는 대체로 사용되지 않는다.

 

밑창

151010 GQ(detail)_10321

그 밑창을 사용하는 중등산화 한바그 알래스카 GTX. 44만9천원.

등산화의 바닥은 사실 갑피의 재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오직 가벼운 천으로만 만든 등산화는 보통 경등산화로 분류하는데, ‘당일 산행’에는 충분하지만, 백팩킹이나 장시간의 트래킹에는 아무래도 일부분 혹은 전부 가죽을 사용한 중등산화가 필요하다. 밑창과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오랜 산행을 하려면 중창(미드솔)을 두껍게 만들어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데 가벼운 천으로 만든 등산화에 이런 밑창을 붙이면 갑피가 밑창을 견디지 못한다. 그 탓에 천으로만 만든 등산화는 밑창을 상대적으로 얇게 만들 수밖에 없다. 경등산화를 신고 오랫동안 산행을 하면 “발에서 불이 난다”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 등산화 브랜드에서 중등산화를 만들 때는 비브람에서 만든 밑창을 선호한다. 접지력이 뛰어난 스텔스 창은 암벽 등산용 등산화에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일반 산행에선 내구성과 마모성, 충격 흡수 등 여러모로 비브람 창이 더 낫다. 우리나라의 산엔 화강암이 많아 딱딱한 비브람 창으로 디디면 잘 미끌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최근에는 부드럽고 접지력이 좋은 것도 많이 출시되었다. 뒤꿈치에 충격 흡수재가 장착된 비브람 퓨오라FUORA 밑창.

 

족형

151010 GQ(detail)_10336

넓은 발볼에 잘 맞는 코오롱스포츠 하이클래스2 29만원.

등산화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지점은 가격도, 가죽도, 밑창도 아닌 족형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발볼의 모양, 즉 라스트Last를 다양하게 적용해 여러 가지 넓이로 만들기도 한다. 예전 유럽에서 만든 등산화는 일명 ‘칼발’이라고 불리는 발볼이 좁은 족형에 맞게 제작한 것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 시장이 어느 나라보다 중요해지면서 넓은 발볼의 라스트로 제작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인의 족형을 제일 잘 아는 건 역시 국내 등산화 회사다. 다양한 라스트의 등산화가 출시되어 있지만, 개인의 발 모양에 따라 완벽하게 맞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등산화는 신었을 때 발가락 끝이 닿지 않고, 뒤꿈치를 들었을 때 등산화가 함께 올라오는 것을 골라야한다. 또한 발을 등산화 앞부분에 밀착 시켰을 때 검지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가 적당하다.

    에디터
    양승철
    포토그래퍼
    이신구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