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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 “20대 초반에 입대했으면 그렇게까지 깊은 생각은 안 했을 것 같아요”

2024.04.22전희란

강태오의 다시, 시작.

셔츠, 디올 맨. 팬츠, 구찌. 이너 톱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스패니시 라운지 체어, 프레데리시아 at 에잇컬러스.

GQ 마지막에 “충성” 포즈를 시켜 미안합니다.
TO 전역하면 군대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웃음)
GQ 입대 전 마지막, 그리고 제대 후 첫 화보를 <지큐>와 함께잖아요. 오늘 어떤 이야기 할 것 같다, 예상한 것 있어요?
TO 음···, 군대에서의 제 변화요.
GQ 어떤 변화가 있었어요?
TO 생활 패턴이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었어요. 원래는 야행성이었는데, 이왕 1년 6개월 혹독하게 생활하는 거, 바른 생활 패턴을 몸에 지녀야겠다 다짐했어요. 그것을 지키려고 요즘엔 일부러 아침에 스케줄을 만들고 있고요. 작품을 위해 다이어트도, 피부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GQ “립밤 잘 발라라”라는 어머니의 당부도 여전히 지키고 있고요?
TO 아차, 그건 한동안 소홀했네요.(미소)

톱,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슈즈, 프라다.

GQ 전역 후 첫 공식 스케줄이 <SNL>인 것도 상당히 의외예요.
TO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었어요. <SNL>에서만 낼 수 있는, 거기서만 허락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오늘 화보처럼 저를 한 꺼풀 벗기는 경험이 될 것 같았고. <SNL> 크루였던 주현영 씨, 앞서 나온 임시완 선배에게도 조언을 구했어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걱정 때문에 설레면서도 겁이 많이 났는데, 솔직히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그냥 즐겼어요. 프로그램의 큰 틀은 있어도 크루분들, 연출자분들과 상황에 맞게 좋은 소스를 가미해 바꾸기도 하고, 만들어나가는 느낌이 너무 짜릿하고 재밌더라고요. 전역하자마자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긴 했지만.(웃음) 저는 겁도 많지만, 두려움과 도전을 즐기는 것 같아요.
GQ 겁과 호기심이 나란히 놓여요?
TO 잘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떡하지? 그래도 너무 하고 싶은데? 어쩌면 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데, 일단 질러놓고 생각해요.
GQ 둘 중 대체로 호기심이 이기는군요.
TO 그런 것 같아요. 고통을 알아야 겁도 나잖아요. 겁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본인이 만드는 거니까요. 그런데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더 큰 것 같아요. 거기서 느끼는 성취감도 크고요.

톱, 우영미. 팬츠, 다크파크.

GQ 군대에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나 경험 있었어요?
TO 제가 평균 입대 나이에 비해서는 많은 나이라, 남들보다 아는 것도 많고 어른스러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군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구나, 내가 아직 모르는 게 많구나 깨달았어요. 그래서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했죠. 내려놓으면서 많은 경험도 했고, 많이 배웠어요.
GQ 입대 전 인터뷰에서 말했어요. “입대까지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신드롬 같은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TO 처음엔 잊히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그래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연예 뉴스도 열심히 찾아봤죠. 그러다 어느 순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T’형이 되어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강태오가 아닌 조교 김윤환(강태오의 본명)으로 군 생활에 집중했죠. 결국, 그 시기에 입대하길 잘한 것 같아요. 전역자의 소감 한마디 할 때 제가 이렇게 운을 띄웠어요. “군대에서 20대의 마지막과 30대의 시작을 보냈습니다.” 제 자신에 대한 성찰을 많이 했어요. 자기 객관화도 더 또렷하게 하게 됐고, 그동안의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되뇄고요. (전에 알던) 그때 그 관계에서 더 잘할 걸, 더 고마움을 표현할 걸···. 20대 초반에 입대했으면 그렇게까지 깊은 생각은 안 했을 것 같아요.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로 여기는 시점에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에게 더 냉정해지고, 인생의 청사진을 그리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죠. 마음가짐도 달라졌고요. 아쉬울 땐 언제고, 사람이 참 간사하죠?(웃음)

톱, 준야 와타나베 × 스투시. 팬츠, 이곤 랩. 슈즈,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벨트, 바퀘라.

GQ 바로 차기작을 정했죠. 여러 안 중 하필 <감자연구소>였던 까닭은요?
TO 단순하게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어요. 말과 말 사이 생동감, 상반된 매력을 지닌 인물이 우당탕우당탕 부딪히면서 벌어지는 감정 로맨스가 쉴 틈 없이 읽혔어요. 아, 하고 싶다. 그때 그 느낌이 탁 들었어요.
GQ ‘우영우’의 준호와는 어떤 다름을 보여줄 거예요?
TO 준호와는 확실히 상반돼요. 말하자면, ‘냉미남’? 나쁘지는 않지만 어떤 면에서 차가움을 지닌 인물이죠. 제3자가 보면 귀여운데 제 자신은 되게 진지해요.
GQ 그건 강태오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지 않아요?
TO 혹시 농협은행, 기업은행 아세요?
GQ 네?
TO 드라마 PD님을 만나러 갔는데 저한테 대뜸 “기업은행”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주 거래가 국민은행입니다. 하나은행도 있고요” 했더니 이거 모르냐면서 막 웃으시는 거예요.(기업은행은 외국인이 말하는 ‘귀엽네’란 발음과 닮아 생긴 ‘밈’이다.) 그런데 저만 모르는 거 아니죠?

톱, 앤 드뮐미스터. 팬츠, 슈즈, 모두 알렉산더 맥퀸.

GQ (모르쇠) 스스로 ‘냉미남’ 같은 면모를 발견하기도 해요?
TO 그렇게 보이고 싶은데,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모습인 것 같아요.
GQ 강태오가 생각하는 강태오는 어떤 사람이에요?
TO 겁도 많고, 정도 많아요. 쿨한 줄 알았는데, 쿨하지 못하니까 쿨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을 방어 기제로 사용한다고 하잖아요.
GQ 요즘 제일 겁나는 건요?
TO 대단히 겁나는 건 없어요. 내일 촬영인데 떡볶이 먹고 부으면 어쩌지? 정도.
GQ 불안을 잘 다스리는 게 장점이라고 늘 말해왔는데, 여전해요?
TO 불안 다스리는 건 제가 좀 잘해요.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려면 생각을 많이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한때는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도 있었는데, 입 밖으로 내뱉으니까 ‘요만한’ 고민도 덩치가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털어놓는 게 저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단순해지자. 그렇게 마음먹었어요. 고민이 있을 땐 ‘지금 내가 해야 할 게 뭐지?’ 눈 딱 감고 거기에만 집중해요. 그러면 마인드 컨트롤이 돼요.

재킷, 이곤 랩. 셔츠,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팬츠, 베르사체.

GQ ‘잊히면 어쩌지’라는 불안 속에서 자신의 예전 작품을 찾아본 적도 있어요?
TO 거의 안 봤어요. 그런데 주변 친구들이 보여줘서 보게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맞아, 나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지? 나 연기하는 사람이었지?’ 새삼 살아 있음을 느꼈어요. 영상에 달린 좋은 댓글들 보면서 힘든 시간도 버틸 수 있었어요. 절 응원해주시는 분들 떠올리면서 느꼈죠. 아, 빨리 연기하고 싶다.
GQ 악플 앞에선 의연한가요?
TO 되도록 안 보려고 해요. 쿨하지 못해서 상처받으면 그 화살(가슴팍을 움켜쥐며)이 잘 빠져나가지 않더라고요. 밑도 끝도 없는 인신공격은 데미지가 덜한데, 디테일한 지적은 묵직하게 다가와요. 잠시 우울해져 있다가 넘기긴 하지만, 되도록 작품 중에는 리플을 잘 안 보려고 해요. 연기에 영향을 받을까 봐.
GQ 칭찬이 더 동력이 되는 편이에요?
TO 그런데 칭찬만 하면 오히려 의심해요. 둘 중엔 차라리 냉정한 편이 좋아요. “이 부분은 좋았고, 이 부분은 그렇네”라고 말해주면 그 말에 신뢰가 생겨요. 좋은 말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뼈 있는 말은 새겨두죠. 저는 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요. 저는 배우로서 객관화하는 일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은 자신을 주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다 보면 혼자 딴 세상에 빠질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이 날 볼 때의 내 모습을 알아야 시청자의 니즈를 반영할 수도 있고, 고쳐야 할 것에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작품 선택 같은 최종 선택권을 다른 분들에게 넘기기도 해요. 주변에 자꾸 도움을 요청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해달라고 하고요.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피드백을 구하고 저를 객관화하려 하는 거예요.

톱, 인스크리어.

GQ 고집은 잘 안 부려요?
TO 안 부려요. 아, 부리는 거 하나 있다. 어머니나 가족들과의 관계에서의 고집. “어제 뭐 먹고 잤니? 얼굴 부었다” 하고 어머니로부터 SNS 메시지가 오면 “부은 거 아니거든? 안 먹었거든?” 하고 기싸움을 하죠.(웃음)
GQ “립밤 발라라”처럼 새겨 듣는 어머님의 말씀은요?
TO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셨어요. “고개 숙이고 살아라, 겸손해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말아라”.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저 혼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항상 주변 사람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주는 분에 대한 공을 많이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요. 오늘 같은 화보 현장도 좋은 옷, 연출, 조명 등 보이지 않는 서포팅이 모여 저를 만들어주신 거니까요. 지금 먹고 있는 이 맛있는 떡볶이를 준비해주신 스태프분, 떡볶이를 만들어주신 이름 모를 분식집 아주머니께도 감사드리고 싶어요. 저의 ‘치팅 데이’를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GQ 감정, 기분을 컬러로 표현하는 습관이 있었죠. 지금을 색으로 칠해볼까요?
TO 단단한 조각상 겉면의 푸르른, 에메랄드빛이 떠올라요. 밝고 투명한···.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잘 다듬어 조각해서 단단해진 상태, 그 견고한 빛을 깨뜨리지 않게 소중하게 잘 품어야죠. 여러분들이 모두 이 빛을 맞이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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