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책 ‘우울과 몽상’

<어셔가의 몰락>말고 앨런 포의 다른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정말이지 큰 재미를 놓친 거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앨런 포 작품 58편을 환상, 풍자, 추리, 공포로 나누어 실은 <우울과 몽상>은 경이로울 정도로 흥미롭다. 시와 단편, 문학 이론과 산문으로 끝없이 확장되는 작가의 지식과 상상력이란. 읽다 보면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847페이지 두툼한 양장 제본의 압도적 볼륨감도 호기심을 부추긴다. 안으로 끝도 없이 숨고만 싶은 아주 추운 날, 자세를 반듯하게 잡고 읽기를 권한다. 바깥 날씨 따위는 까맣게 잊게 된다. 코냑 한잔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