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이선태의 발

현대무용가이선태 “나는 기도할 때 그들의 힘줄을 떠올린다.”-김행숙, ‘발’ 중 무용수들이 발로 바닥을 지그시 디딜 때, 허공으로 몸을 가뿐히 띄울 때면 드는 생각 하나. 무용이란 발끝으로 무대를 들어 올리는 일이 아닐까? 여기 가장 힘센 발을 가진 남자를 소개한다. 현대무용가, 이선태. LDP무용단에 소속된 그는 동아무용콩쿠르 대상과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시니어 1위를 휩쓸었고, Mnet의 <댄싱 9>에 출연해 현대무용과 대중 사이의 가교를 놓기도 한 무용가다. 포즈를 요청하자, 자유로운 두 발과 팽팽한 양발이 스튜디오를 누비기 시작했다.

 

손이 커요. 내 움직임을 찍어봤을 때, 몸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늘 손이었어요. 키가 크고 팔다리도 길다 보니, 손이 조금만 정리가 안 돼도 지저분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손의 움직임을 더 디테일하게 사용하다 보니, 오히려 장점이 됐어요. 표현력이 좋아졌죠.

 

어깨 팔 움직임의 기본이 되는 부위예요. 어깨가 자유로워야 팔도 확장되고, 무대에서 더 크게 보일 수 있으니까. 카포에라라는 브라질 민속 무술을 하면서 유연하게 단련시켰어요. 그간 부드럽게 움직여왔는데, 이젠 좀 더 키워서 투박한 움직임도 해보고 싶네요.

 

골반 전설적인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은 골반 안에 우주가 있다고 말했어요. 생식기도 골반에 있고, 아기도 거기서 나오죠. 무용을 할 때, 골반에 광활한 우주가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요. 골반을 움직일 때, 우주가 움직여서 내 몸도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거죠. 에너지의 원천이랄까. 저는 골반이 넓은 편이에요. 발레의 기본 동작인 턴 아웃에서도 유리하죠.

 

무용수들은 발에서 ‘고’를 중시해요. 발끝을 세우는 포인 자세에서 발등이 꺾이는 라인을 고라고 하는데, 많이 꺾일수록 아름답다고들 하죠. 한국인은 고가 잘 도드라지지 않는데, 전 뼈가 유난히 돌출된 편이에요. 발레가 포인 자세로 몸을 곧추세워 올린다면, 현대무용은 바닥으로 잘 눌러주는 게 중요해요. 플로어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거죠. 발을 디딜 때, 정확하게 몸의 무게를 실으면서 바닥을 민감하게 느끼죠. 발 너비가 넓고 두꺼워 현대무용과도 잘 맞죠.

 

무용에선 목이 자유로워야 해요. 자기 시선을 따라가지 않도록, 거울을 안 보고 목을 푸는 훈련을 해야 하죠. 저도 잘 안 됐는데, 해외 안무가와 몸이 녹아내리는 안무를 훈련하면서 유연해졌어요. 멋진 척, 잘난 척 하는 걸 버리고, 자신을 버려야 목이 자유로워지더라고요.

 

가슴 가슴 근육이 잘 안 생기는 체질이에요. 게다가 신체를 최대한 많이 늘리면서 사용하다 보니, 벌크업되기보단 잔근육이 더 많죠. 현대무용은 수축보다는 이완을 하는 동작이 더 많거든요. 너무 울퉁불퉁하면 무대에서 짧아 보여서 슬림한 몸이 더 유리하긴 한데, 전 좀 더 근육이 붙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너무 판판하네요.

 

허벅지 축구 같은 걸 했으면 다리 근육이 투박하게 잡혔을 텐데, 무용만 한 덕에 라인이 예쁘게 잡혔어요. 보기엔 예쁘지만 하체 힘이 좀 아쉽기도 해요. 어렸을 땐 발레와 비보이를 하면서 허벅지가 탄탄했는데, 지금은 현대무용을 하면서 슬림해진 편이거든요. 무게중심을 낮췄을 때 무리가 오기도 하죠.

 

“목과 어깨, 등과 장단지, 팔을 펼쳤을 때의 길이와 존재감, 허리를 튕겼을 때의 반동, 박차는 점프, 무엇도 이길 수 없는 악력…. 그들은 어떻게 그몸을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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