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rink

면 ‘덕후들’에게 고함

2018.07.31GQ

찔 듯이 덥더라도 면만큼은 늘 새롭게.

타일, 윤현상재. 유리컵, 이딸라.

Fagp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재미있는 파스타를 선보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메뉴마다 주연이 되는 맛을 정하고 거기에 약간의 재치를 더합니다. 오징어 리가토니는 탄 향이 주인공이라 구운 레몬, 브라운 버터 등 태운 식재료를 사용했고, 고수 스파게티니는 고수의 맛을 살리기 위해 퓌레, 오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수를 요리했어요. 팩피만의 위트는 산미입니다. 파스타에서 신맛이 난다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분이 많은데, 새콤한 맛은 음식의 균형을 맞춰서 쉽게 질리지 않게 해줍니다. 그래서 팩피의 파스타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새로운 맛이죠.” 이종혁(성수동 ‘팩피’ 셰프)

위| 오징어 리가토니 오징어 한 마리가 모두 들어가 아쉬울 것 없이 풍성하다. 브라운 버터에 볶은 견과류로 고소함을 더하고 그릇에 담은 파스타를 한 번 더 토치로 구워 향을 입힌다. 견과류를 뿌린 후 로메인을 얹은 채 토치로 구웠기 때문에 여러 겹의 향이 살아 있다. 너무 스모키할까 걱정할 틈도 없이, 마지막에 더한 레몬즙의 싱그러움이
입 속에 확 퍼진다.

아래| 고수 스파게티니 코코넛밀크와 고수가 들어가 이탈리아보다는 영락없이 동남아가 고향일 것만 같은 파스타다. 수북하게 올린 고수와 오이 슬라이스 덕분에 파스타와 샐러드의 경계를 오가는 맛이 새롭다. 향이 약한 국내산 고수를 사용해 고수 초심자도 두려워할 것 없이 도전해볼 만하다. 접시 한 쪽엔 고수 퓌레를 살포시 놓고, 마지막엔 고수 오일을 휘휘 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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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 윤현상재. 유리컵, 이딸라.

Noodle Bar Myeon
“누구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면 요리의 가장 큰 장점이죠. 그 점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식재료나 조리법을 소개하려고 노력합니다. 식재료의 맛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면 요리를 연구하는 거죠. 소프트 셸 크랩은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처음 그대로의 바삭함을 느낄 수 있도록 타피오카 펄을 갈아 만든 튀김가루를 묻혀 튀겨내고 성게 알에는 바나나 식초 몇 방울을 더해 단맛을 끌어올렸습니다. 쯔유를 만들 때도 마지막에 태운 숯을 담가 비린내를 제거했어요. 이렇게 맛과 식감을 섬세하게 조정하면 면 요리를 새로운 장르로 이끌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목진석(신사동 ‘누들바 미연’ 셰프)

위|성게 소바 메밀국수에 맛이 잘 든 여름 성게 알을 얹었다.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든 섬세한 감칠맛의 쯔유가 이 메뉴의 숨은 주인공이다. 쯔유가 맛있어야 성게 알의 맛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성게 알을 올린 후엔 바나나 식초를 살짝 뿌려 맛을 살렸다. 간 무와 고추냉이, 김, 잘게 썬 쪽파를 따로 담아낸다.

아래| 블랙페퍼 소프트 셸 크랩 누들 탄력 있는 에그누들에 향긋한 블랙페퍼 소스, 소프트 셸 크랩 튀김을 곁들였다. 동남아시아의 머드 크랩 요리에서 영감을 얻은 블랙페퍼 소스에 진한 버터 향을 더해 게살의 단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소프트 셸 크랩은 타피오카 펄 튀김가루를 묻혀 바삭하게 튀겨내고 소스는 정제 버터를 녹인 후 건고추, 캐러멜화한 양파와 통후춧가루를 섞어 만든다.

 

타일, 윤현상재. 유리컵, 이딸라.

타일, 윤현상재. 유리컵, 이딸라.

Dotz
“홍콩에서 볶음밥만큼이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메뉴인 차우멘에 다츠만의 스타일을 입혀봤습니다. 감칠맛이 휘감아치는 노두유로 만든 달콤한 간장 소스에 쫄깃한 식감을 더해줄 다양한 버섯을 더해 누구라도 좋아할 맛의 면 요리를 만들었어요. 거기에 가볍게 ‘후루룩’ 넘어가는 면 요리만의 즐거움을 살리기 위해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얇은 에그 누들을 사용했어요. 아, 버섯 누들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맛이 강한 메인 메뉴에 이 요리를 곁들이는 것입니다. 버섯 누들이 자극적인 맛을 완화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줘요.” 현상욱(한남동 ‘다츠’ 셰프)

버섯 누들 중국 전통 간장인 노두유의 깊은 감칠맛과 씹을수록 아삭한 식감이 살아나는 백목이버섯이 제대로 맞붙는 느낌의 요리다.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양송이버섯도 제 역할을 다한다. 소스는 상노두유, 간장, 설탕을 같은 비율로 섞은 뒤 참기름을 조금 더하면 된다. 에그 누들에 미리 볶아둔 버섯, 쪽파, 소스를 더해 센 불에서 빠르게 익히는 게 중요하다.

 

타일, 윤현상재. 유리컵, 이딸라.

타일, 윤현상재. 유리컵, 이딸라.

Red Moon
“레드문의 상징과도 같은 ‘참지마라(參知麻辣)’라는 문구 그대로 참을 수 없는 마라의 맛이 한 그릇에 녹아든 면 요리입니다. 원래 사천의 맛은 우리 생각보다 더 맵고 혀가 마비되는 듯 얼얼하지만, 레드문에서는 한국인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강도를 조금 조절했어요. 단맛, 짠맛, 매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한 접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앞에 두고 연구했죠. 이 요리는 본격적인 붉은 맛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의 준비운동이랄까요? 보는 것보다 입 안에선 맛이 좀 더 가볍지만, 먹는 순간 술 생각이 번뜩 스칠 요리입니다.” 김우택 셰프(한남동 ‘레드문’ 셰프)

차가운 시추안 비빔면 중국 사천성 청두 지방의 길거리 음식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탄탄한 식감의 카펠리니에 당근, 쪽파, 마늘종으로 만든 향긋한 다진 양념, 매콤한 사천 고추기름, 달콤한 간장, 놀랍도록 바삭하고 고소한 돼지고기를 한데 섞으면 술맛을 돋우는 메뉴가 탄생한다. 마지막엔 사천 고추기름과 단간장을 넉넉히 두른 후 튀긴 브뤼셀 스프라우트와 돼지고기, 땅콩을 곁들인다.

    에디터
    프리랜서 에디터 / 김나영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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