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사이버펑크 2077’의 불쾌한 이면

2021.02.15GQ

 8년을 기다려온 ‘사이버펑크 2077’은 뛰어난 스토리텔링 뒷면에 불쾌한 완성도가 놓여 있다.

“조니 실버헤드?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 테러리스트가 들어 있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놈이 내 정신을 서서히 지배한다고?” 복잡하지 않은 일이었다. 거대 기업이 극비리에 개발한 칩을 조용히 훔쳐오면 됐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계획은 예정대로 풀리지 않았고, 칩은 손상되어 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고민할 시간이 없다. 주인공은 로봇 장비로 개조된 자신의 머릿속에 칩의 내용을 복사한다. ‘사이버펑크 2077’은 시작부터 끝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게이머를 몰입하게 만든다. 2077년, 세상의 모든 시스템이 붕괴되고 거대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자유 도시를 창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 위치한 나이트 시티에서 주인공인 V가 재키라는 길거리 깡패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본디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는 1980년대에 정립된 미래의 이야기다. 쉽게 말해 지금 기준에선 레트로와 뉴트로적 요소가 뒤섞인 미래다. 그래서일까. 게임 속 분위기는 흥미로우면서도 혼란스럽다. 주요 배경이 되는 도시는 건물이나 구획이 기능적이지 않다. 디자인도 산만하다. 자동차는 30년 전에 등장한 콘셉트 카처럼 올드하다. 반면 사람들의 파격적인 패션 스타일, 첨단 무기와 로봇, 인공지능 기술은 뛰어난 설득력으로 시선을 끈다.

게임을 88시간 플레이해서 엔딩을 경험했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스토리다. 한 편의 영화처럼 흥미롭고,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어 끝까지 신선하다.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 게임 전체의 기획력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다양한 상호작용 요소, 볼거리, 아이디어도 가히 환상적이다. 미래 스타일을 해석한 부분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멋진 아트웍이라 평하고 싶다. 아트팀이 일을 제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배우의 연기를 모션 캡처하는 기술로 캐릭터의 얼굴에 감정이 잘 실렸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또 정식으로 한글 더빙을 제공해 스토리의 몰입감을 배가한 점도 만족스럽다. 문제는 게임의 특장점이 딱 여기까지라는 점이다. 게임 코딩이나 프로그램, 인공지능의 반응, 미구현 디자인, 캐릭터의 3차원 모션과 애니메이션 효과 등은 악몽 수준이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부분이 미완성이다. 좋게 말해서 미완성이지, PS5 콘솔에서 갑자기 튕기는 일이 허다하다. 버그로 게임 진행이 안 되는 문제도 일상다반사다. 이쯤 되니 수많은 사람이 환불 신청했다는 소식이 이해가 간다. 개발사인 CD 프로젝트 레드는 이후 플레이스테이션 5용 게임에서 대대적 패치를 약속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버그 리스트를 다 수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속는 셈 치고 기다려보려고 한다. 그래서 당신이 아직 ‘사이버펑크 2077’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최소 6개월은 더 기다리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1년, 어쩌면 2년 후에 시작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김태영(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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