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사람들이 84년에 태어난 소설가와 87년에 태어난 시인에게 관심이 있다.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Questions
1 당신은 누구입니까?
2 저렇게 어린 친구가 작가가되는 게 옳을까? 란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3 닮고 싶은 작가가 있습니까?4 당신 글의‘원천’은무엇입니까?
5 서른 다섯이 될때까지 등단하지 못했다고 합시다. 서른 여섯에도 등단준비를 하고 있겠습니까?
6 문단이란 울타리 안에서계속 살아남아 글을 쓸 수 있을것 같습니까?
7 독자들이현재의 당신을 주목해야 한다면 이유는 무엇입니까?
8 지금 우리 문학은 어떤 면에서 옳고 그르다고 생각합니까?
9 짧은 시간,겪은 문단을 간단하게 표현한다면 무엇입니까?
10 나이만큼,당신의 작품은 새롭습니까?
1 시인. 22세. 200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 어설픈 자기 변호보다 한 편의 좋은 시를 쓰는 것이 그런 우려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3 니체. 그이 덕분에 시인은‘펜을 벗 삼아 춤을 추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얼마만큼 깊이 고뇌할 수 있는가가 인간의 위치를 결정짓는다’는 충고를 들을 수 있었다.
4 흐르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 낯선 장소들. 혼곤하고 미묘하여 종이 위에 붙들어 놓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 것들. 지금도 꾸준히 증발하고 있는, 나를 포함한 모든 생들.
5 ‘벌써’와‘아직’은 둘다 불우한 단어들로,그들 중 어떤 시간도 나를 시에게 데려다 주지는 못할 것이다.
6 진정‘살아남는다’는 것은 다른 세계에 속해있는 일이 아닐까? 이를테면 흐르는 시간, 바뀌는 생각, 시대의 공기 같은 것들. 끊임없이 바뀌고 새롭게 흘러 시인과시를 퇴색시키는 것들 말이다. 고대의 조각가들처럼, 우리는 그런 것들로부터 내가 쓴 시의 형상을 보호하려 애써야 할 것이다.
7 궤적.
8 ‘지금의 우리 문학’이라는 것이 잘 잡히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 문제고, 그것은 장단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다. 형식으로서의 해체가 아니라 그저 산재해 있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조차 흩어져 있다. 이것은 되려 좋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래서 더 모호하다.옳다 그르다 나눌 것이 아니라 이 흩어짐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9 따스하고 아름다운 가시둥지.
10 진부함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을 때 새로운 것을 쓸 수 있을 거다.
1 소설가. 25세. 2005 제8회 창비 신인 소설상 수상.
2 이상한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게 옳을까?
3 나는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에서 시작된 (서구)근대문학의 전통을 존중한다.그러나 그것은 가라 타니 고진이 말한 것처럼 종언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소설가들의 세계는 점점 더 현실세계와 분리되고 있고 그래서 소설은 점점 왜소해지고 있다.난 이런 상황에 굉장히 실망하고 있다. 미셸 우엘벡은 생존작가로는 거의 유일하게 이런 흐름을 거부하고 세계에 맞서 정면으로 사유하려 하는 작가이다.
4 세계(타인)와 고통에 대한 관심. 즐거움과 기쁨에 대한 열망.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사랑. 호기심.
5 난 안 되는 건 쉽게 포기한다.
6 쓰고싶은 게 있고 그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면 인터넷에 올린다거나 직접 복사를 해서 나누어주는 등 어떻게 해서든 보여줄 거다. 중요한 것은 내가 글을 쓰고 싶은가, 그게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가 이다. 나는 살아남는다는 말을 싫어한다. 어떤 것은 그냥 존재한다. 그것을 위해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7 만약 당신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능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고 유머와 장난을 좋아한다면 내 글을 좋아할 것이다.
8 사람들이 한국 소설을 멀리하는 이유는 지루하고, 무겁고, 재미가 없으며, 오만하며,게으르기 때문이다. 거기엔 물론 나도 포함된다. 그리고 내가 요즘 한국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오히려 마음에 따뜻하고 작은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9 담배 (절은) 냄새가(너무) (많이) 난다.
10 내 글이 새로울 수록, 나는 젊다.
그리고 42년생 조세희 우리는 귤을 먹었다. 그는 DSLR 카메라 하나가 들어갈 만한 가방을 열어, 가득 담긴 약들을 보여주었다. 꼬박꼬박 챙겨 먹는 일이 더 아플 것 같았다. 책상엔 포스트 잇이 여럿 붙어 있었다. 대부분 몇 년 전의 메모였다. 컴퓨터 키보드 옆엔 방금 읽던 것처럼 펼쳐진 책 몇 권도 있었다. 가만 보면 그 책들도 오래전부터 거기, 그대로 있던 거였다. 긴 시간, 아무도 그 책상을 치우지도 어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방금 전까지 책상에 앉아, 모니터 앞에서 무언가 한 흔적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됐을 것이지만,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해 말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 출간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그는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첫 번째로 어렵고, 두 번째로 어려운 것은 안 쓰는 것, 세 번째로 어려운 것은 침묵”이라고 했다. 침묵이라…, 그건 단지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란 걸, 알 것도 같다. 여러 차례 밝혔듯, 미완의 작품, <하얀 저고리>는 완성될 것이다. 어느 추운 날 이불 속에서 귤을 까 먹으며, 또 누군간 한달음에 읽어버릴 것이고.또 그렇게 우리는 ‘잘’ 살아질 것이고. 그렇지만 이제, 못 가진 자들의 비명은 듣고 싶지 않다.
- 에디터
- 이우성
- 포토그래퍼
- 안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