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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 우승할 수 있을까?

2024.04.16신기호

Monster is Back!

글 / 대니얼 김(야구 기자, KBO, WBC,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괴물 류현진이 돌아왔다. 무려 1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그가 아주 쿨하게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오퍼를 거절하고 KBO, 그러니까 대전으로 컴백했다. 류현진, 아니 과연 괴물다운 선택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외부의 선택이 아닌 류현진 스스로 마무리 지었다. 불러주는 팀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한화 이글스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의 제의를 거절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이는 더더욱 놀라운 결정이다.

그의 우뚝한 기록들을 먼저 살펴보자.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총 78승을 기록했다. 솔직히 어깨와 팔꿈치 부상만 없었다면 100승 도전도 충분히 가능했던 선수다. 부상이 아쉽기는 하지만, 류현진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감히 짐작건대 후회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2019년 시즌은 그에게 정말 특별했다. 적어도 그해만큼은 LA 다저스의 에이스는 클레이튼 커쇼가 아닌 류현진이었다. 이건 반박할 수 없는 팩트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한국 선수가 그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최고의 시즌을 달렸다. 기록?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했다. 별들의 잔치라는 올스타 경기에 선발 등판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인 투수가 이렇듯 우뚝할 날을 과연 우리는 다시 볼 수 있을까?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쉽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아주 유니크한 선수였다. 메이저리그를 관통하던 강속구 시대에 칼 같은 제구력과 커맨드로도 충분히 정상급 투수로 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어쩌면 유일무이한 투수였다. 실제로 뉴욕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애런 저지는 “류현진을 상대할 때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가 어떤 구종을 어떤 코스에 던질지 예상하기란 정말 어렵다”고 평가한 적 있다. 나아가 류현진의 시속 1백40킬로미터대 빠른 공이 다른 투수들의 시속 1백60킬로미터대 빠른 공보다 오히려 치기 어렵다고 그는 종종 말하곤 했다. 삐딱한 몇몇은 그저 립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019년 류현진은 분명 메이저리그 평균 자책점 1위를 한 선수이자, 올스타전 선발 투수였다. 이건 팩트다.

솔직히 류현진 선수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뿐 언젠가는 분명히 KBO로 돌아올 선수였다. 12년 전 한화 이글스를 떠나면서 그는 팬들과 굳게 약속했다.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뛰면서도 선수 생활의 마무리는 한화 이글스에서 하겠다고 늘 말해왔던 그다. 그리고 올해, 그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동안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았고, 그 이후 외롭고 힘든 재활 과정을 묵묵히 버텨낸 그지만, 모든 걸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대전 이글스파크로 돌아왔다.

반면 그의 고향팀, 한화 이글스는 최근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9년이고, 최근엔 우승은커녕 아쉽지만 2018년 이후 가을 야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더욱이 작년엔 한화 이글스의 리빌딩을 이끌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시즌 중 경질되었고, 4년 전 한화 이글스의 리빌딩을 주도했던 구단의 레전드 정민철 단장 또한 쓸쓸하게 구단을 떠나야 했다. 예상 가능하게도 그 과정 속에서 한화 이글스의 순위는 수년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23년 시즌엔 9위로 겨우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가을 야구 없이 시즌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돌아보면 한화 이글스의 리빌딩은 고통스러웠고, 많은 상처를 남겼다. 결과는 잠잠했다.

아쉬운 순위와 결과만 보면 작년 시즌 역시 실망스러웠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망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먼저 노시환의 포텐이 터졌다. 한화 이글스가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대해온 젊은 거포의 등장이었다. 노시환은 상대 팀 투수들이 두려워할 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그뿐인가. 마운드에는 문동주가 있었다. 문동주는 앞으로 한화 이글스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를 대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스타 투수다. 물론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에이스급 투수에게 필요한 많은 요소를 갖고 있는 선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작년 시즌 이 두 선수가 핵심 선수로 성장해주면서 ‘코어’가 강해진 팀이 바로 한화 이글스다. 이둘의 존재만으로도 예전의 이글스가 아니라는 기대는 거뜬히 해볼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의 깜짝 합류는 한화 이글스 팬들에겐 빅뉴스였다. 기다리던 영웅의 등장이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이런 질문 하나를 던져볼 수 있겠다. “작년에 9위를 한 한화 이글스가 류현진이 돌아왔다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까?”

물론 시즌에 들어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일단 리빌딩 완성 단계에 들어가는 팀은 대부분 ‘빅점프’를 한다. 단계별로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큰 점프를 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에 101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에서 우승한 볼티모어 오리올스다. 2년 전에는 분명 하위권에 머물렀던 오리올스가 한 방에 올라간 것처럼, 이제 한화 이글스도 충분한 새 전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류현진은 특별한 선수다. 그리고 그가 특별한 선수인 이유는 단순히 그의 성적이 좋아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급 선수들은 본인만 잘하는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즌 내내 팀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류현진도 마찬가지. 그의 존재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한화 이글스 투수진이 단숨에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류현진이 있기 때문에 당장 문동주 같은 어린 선수들이 심리적인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에이스가 있느냐 없느냐, 나아가 경험 많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 엄청 크다.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KBO리그도 일정이 타이트하다. 경기 수가 많다. 스프린트가 아니라 마라톤에 가깝다. 1백44경기 일정을 치르다 보면 위기는 분명히 찾아오고 슬럼프도 이겨내야 한다. 체력 관리도 잘해야 하고, 무엇보다 멘털 케어가 필요하다. 어쩌면 그동안 한화 이글스에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바로 ‘경험’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멘털 관리를 뜻한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쉽게 무너지고 긴 연패에 빠지는 모습을 보인 팀이 바로 한화 이글스였다. 이 세상에 완벽한 야구 팀은 없기 때문에 분명히 위기는 찾아온다. 그리고 위기의 시기가 닥쳤을 때 류현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날 것이다. 물론 감독도 있고 코칭 스태프도 있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류현진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류현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한화 이글스의 손혁 단장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오프시즌을 구상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강민, 안치홍 같은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한 것이 바로 그 해결책이 아니었나 싶다.

류현진의 컴백은 한화 이글스의 선택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도 아니다. 오로지 류현진의 선택이다. 사이영상 후보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리고 2019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기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그지만, 그의 마음속엔 항상 한화 이글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컴백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피칭 아티스트로 평가받았다. 구석구석 스트라이크존을 걸치는 구위는 그야말로 아트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이제는 새로운 작품을 위해서 대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새 작품 타이틀은 아마도 ‘한화 이글스 우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이 서 있는 승리의 날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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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한화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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