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몇 년간 수많은 명감독의 경력에 상처를 줬다. 승승장구 중인 무리뉴는 마드리드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조세 무리뉴의 ‘프로필’ 은 레알 마드리드의 전통과 현 회장인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열망에 딱 들어맞는다. 무리뉴는 전설적인 감독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룩한 업적을 이미 능가하거나 도달했다. 그런 점에서 일단 그는 감독계의 ‘갈락티코(스페인어로 은하계라는 뜻)’, 그것도 이 시대 최고의 갈락티코다. 레알 마드리드는 카를로스 케이로스부터 무리뉴까지 단시간에 감독이 열 번이나 바뀐 팀이다. 하루살이 목숨의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무리뉴가 그 대열에 낄 것 같지는 않다. 설사 그가 취임 첫해에 레알 마드리드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이루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데려올 만한 감독은 이제 씨가 말랐을지도 모르는데 그마저 내칠 것인가? 레알 마드리드조차도 무리뉴를 쉽게 버리는 것이 손해를 볼 짓임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선 그의 이전 팀 첼시나 인터 밀란에 문의해봐도 좋을 것이다. 당장 옆 동네 원수 바르셀로나를 봐도 답이 나온다. 리오넬 메시가 여전히 창창한 나이인데다 올해는 다비드 비야까지 데려왔다. 어떻게 할 건가? 바르셀로나의 시대를 지켜보고만 있을 건가? 바르셀로나의 물 흐르듯 유기적인 ‘점유율 축구’ 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레알마드리드에도 확실한 전술적 기조와 규율을 지닌 지도자가 필수다. 무리뉴의 ‘실용주의 축구’ 가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면 그들은 바르셀로나의 승승장구를 계속 구경하면 될 일이다. 결정적으로 그는 운까지 따르는 감독이다. 그리고 그의 운은 유효기간이 아직 많이 남은 것처럼 보인다. 한준희(KBS 축구 해설위원)
밀라노에서의 그는 정말 특별했다. 그는 선수들의 역량을 120퍼센트 끌어냈고, 이기는 법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마키아벨리적인 전략가일 뿐 축구의 혁명가는 아니다. 무리뉴가 추구하는 축구는 ‘안티 풋볼’, 즉 현대 축구의 공격성과 유려함에 반하는 승리지상주의 축구다. 레알 마드리드는 브라질 대표팀처럼 이겨도 ‘아름답게’ 이기지 않으면 비난을 받는 팀이다. 무리뉴의 안티 풋볼이 현대 축구의 아름다움을 선도하려는 마드리드에서도 허용될지, 혀용된다면 어떤 식일지 일단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의 ‘토털 풋볼’ 이 등장한 이래 필드는 갈수록 좁아졌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필드가 가장 좁은 곳이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베르나베우다. 레알 마드리드는 과전력이 팀 전체의 전력을 저하시키는 과유불급의 딜레마를 갖고 있다. 과전력을 총전력으로 전환시키는 힌트는 다름 아닌 토털 풋볼의 창시자 미헬스에게 있다. 유로 88 대회에서 네덜란드를 우승으로 이끈 미헬스는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인 루드 굴리트의 플레이를 제한했다. 그에게 한정된 역할을 맡김으로써 팀 전체 전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런데 ‘스페셜 원’ 무리뉴에게 ‘장군’(미헬스의 별명)만 한 권위가 존재할까? 인간적 매력만으로는 선수들을 지배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모두가 스페셜 원인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 선수들은 다루기 힘든 피지배자임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마드리드는 스페셜 원에게 약속의 땅이기 이전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뢰 지대다. 필독(<딴지일보> 기자>
무리뉴의 성공, 바꿔 말해 레알 마드리드의 원대한 목표는 이뤄질 공산이 크다. 다만 성질 급한 페레스 회장이 인내심을 갖고 그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내버려둘 필요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03년 6월, 네 시즌간 클럽을 이끌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현 스페인 국가대표팀 감독) 이후 무려 9명의 감독을 갈아치웠다. 그중에는 카펠로(그 또한 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처럼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는 이유로, 페예그리니처럼 팀 역대 최다인 승점 96점을 획득하고도 무관이란 이유로 경질 당한 감독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 모두 챔피언스 리그 16강 탈락이란 공통된 책임을 갖고 있긴 하다. 레알 마드리드가 무리뉴를 영입한 이유는 다름 아닌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특히 챔피언스 리그에 대한 꿈이 더 큰데, 만약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성공한다면 세 개의 팀에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라는 본인의 목표를 달성함은 물론이거니와 ‘스페셜 원’ 이라는 별명에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는 분명 특별한 감독이다. 전술적으로 무척 뛰어날 뿐 아니라 선수 개개인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즉 사람 다루는 능력까지 갖췄다. 레알 마드리드가 전력이 나빠 우승하지 못한 게 아니다. 좋은 선수들을 갖추고도 원하는 만큼 그림을 그려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무리뉴가 왔다. 그는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고 오직 승리만을 생각하는 감독이다. 그는 결국 완벽한 밑그림을 그려내고 팀을 한 폭의 명화로 발전시킬 것이다. 박찬하(KBS N 축구 해설위원)
- 에디터
- 문성원
- 아트 디자이너
- Illustration / Lee Jae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