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어, 박명수네?

2011.03.04GQ

모퉁이를 돌아서는 그를, 잠깐 붙잡았다.

유재석 강호동은 지겹지 않지만 ‘유재석’ ‘강호동’이라는 이름을 듣는 건 때로 지겹다. 그런데 박명수는 아무것도 지겹지가 않다. 웬일인가?
지금 사실 넘버 투까지는 됐다. 하지만 <무한도전> 레슬링 때도 그랬고 욕도 많이 먹는 걸 안다. 하지만 이것도 전략이다. 사람이 계속 잘돼서 칭찬 받으면 좋지만, 동생들이나 동료들이 더 빛을 발할 땐 내가 옆에서 조연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그램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곧 일인자가 될 것이다. 난 나 혼자 잘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내용을 빨리 파악할 뿐이다.

<두 시의 데이트> 하차 이유가 행사 뛸 시간이 없어서라는 당신다운 얘기가 떠돌았다. 사실인가?
그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라디오를 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라디오의 장점 중 하나인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런데 매일매일 라디오를 해오다 보니 딸인 민서나 가족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고, 몸도 관리를 하지 못했다. 쉬는 날이 없었으니까. 조금 쉬면서 가족과 몸에 더 투자할 생각이다. 라디오를 그만둔 지금도 행사는 하지 못한다. 녹화가 많아서 시간을 낼 수가 없다. 이게 바로 내가 잘나가는 이유다.

외식업에, 탈모 치료 사업에, 엔터테인먼트까지…. 사업에 자꾸만 손을 대는 진짜 이유는 뭔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기에 방송 외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물론 나 혼자 하지는 않고 주변 도움은 받는다. 흑채 같은 경우도 내가 써봤기 때문에 아픔도 알고 장단점도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 단점도 개그 소재로 쓴다. 머리가 없다, 빠졌다, 난 개그맨이다, 웃기면 되는 것이다. 왜 그걸 숨겨야 하나. 버라이어티에는 주인공이 없다. 그날 그 프로에서 가장 웃긴 사람이 주인공이다. 개그맨은 주변 모든 상황을 가지고 웃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정말 재능은 있는데 여건때문에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처음에 (김)경진이는 정말 ‘없어 보였다’. 경진이를 보고 매니저랑 많은 얘기를 했다. 어떻게 도울 수 없을까 막막하긴 했다. 솔직히 내 매니저도 내 일만 보면 다른 사람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해도 된다. 그러니 경진이와 계약하고 나서 매니저에게 일 많이 잡아줘라 했을 땐 미안했다. 근데 나도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나 다른 피디들한테 경진이 좀 써달라고 얘기한다. 신인들은 어떻게 해서든 한 번이라도 더 나가는 게 좋으니까. 계약 전에 경진이 통장에 60만원인가 있었다. 방값에 차 끌고 다니고 핸드폰 요금에 뭐가 남을까 걱정스러웠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거의 쉬는 날 없이 일이 많다. 차도 바꿨고 통장 잔고도 많아졌고 집도 이사를 했다. 믿고 따라와준 경진이도 열심히 했고, 매니저가 열심히 했다. 내 거보다 경진이 걸 더 잡던데. 다른 후배들에게도 잘될 거라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내가 뒤에 있으니까. 너네들 사장은 박명수다. 어디 가서 무시당하면 전화해라, 그런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조경아
    포토그래퍼
    박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