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개월이 아닌 김예림으로 <A Voice> <Her Voice> 두 장의 미니 앨범을 연달아 발표했다. 두 번이나 ‘목소리’를 강조하는데도 지나쳐 보이지 않았다. 계란을 맛으로 먹는 게 아니었다.
평소에 목 관리해요?
제 컨디션은 제가 잘 아니까, 안 좋다 싶으면 물 마시고 목을 따뜻하게 해요. 제 목이 꽤 튼튼하더라고요. 슈퍼 위크 때도 밤새면 애들은 목이 갔는데 전 괜찮았어요.
라디오나 예능에서 너무 말이 없어서 목 보호하는 줄 알았어요.
급 소심해지네요….
잘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잘하면 좋죠. 근데 막 욕심이 나진 않아요.
MC들의 물음에 단답을 하는 게 문제 같아요. 예, 아니오, 는 더 이상 말 시키지 말라는 거거든요.
그렇죠. 혹시 제가 지금 그러고 있나요?
아직까진 괜찮아요. 추석 때 한복 입고 찍은 사진을 봤어요. 이마를 확 드러내니까 보이던데, 눈썹 위에 점이 선명하더라고요. 그래서 괜히 한번 찾아봤어요. 눈썹 위에 점이 있으면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래요.
아, 정말요? 뻥 아니에요?
사교성이 안 좋다고 생각해요?
막 두루두루 친한 편은 아니에요. 잘 맞으면 엄청 친해지는데, 그게 아니면….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운 소위 ‘여신’ 분위기가 있잖아요. ‘인어’이자 ‘마녀’이기도 하고….
그렇네요…. 어렸을 때부터 다가가기 어렵다는 얘기를 꽤 들었어요. 뭣 때문인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특별히 “가까이 오지 마” 한 건 없는데, 뭘까요?
자기 혼자서 충분할 수도 있고,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도 있고.
혼자서 충분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근데 타인에 대해선 때에 따라 무관심해요.
근데 지금이 편하고 자연스럽다고 느끼죠?
네.
그럼, 고민할 것도 없어요. 밀어붙여요.
근데 제가 이런 성격이 형성될 만한 환경에서 자란 것 같긴 해요. 미국에서 기숙사 학교를 다녔는데, 뭐든지 누구의 도움보단 어떻게 혼자서 해결할까, 생각했어요.
도전 1000곡에서 한영애의 ‘누구 없소’ 부르는 걸 들었어요. 뭔가 페이소스가 있는 가수들의 노래가 참 잘 어울려요.
우리나라에 한이라는 정서가 있다 보니…. 하지만 제가 노래 안에서 감정 표현을 많이 하진 않아요. 덤덤하게 가죠.
물론 그렇죠. 스타일이 비슷하기보다 그들처럼 확 가라앉히는 분위기가 있달까.
음,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 미니 앨범의 노래들은 생각보다 귀여웠어요. 페퍼톤즈의 ‘넘버원’이나 검정치마의‘컬러링’, 이규호의 ‘캐럴의 말장난’까지. 어색하진 않던가요?
저한테 뭐가 어울린다기보다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요. 안 해본 느낌의 곡이어도 아직 제 고유의 색깔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잘 부르면 제 노래가 되더라고요. 곡은 정해져 있지만 그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저고, 어떤 느낌으로 부를지 결정하는 것도 저니까요. 제 맘대로 불렀거든요.
노래 부를 때 윤종신 씨는 어느 정도로 관여해요?
이 곡은 이런 이야기야, 정도? 세세한 설명을 하진 않아요. 네가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라고. 윤종신 선생님이나 저나 새로운 시도를 좋아해서 사실 두려움이 없어요. 프로듀서와 가수로서 좋은 관계 같아요.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봐라, 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 사람을 알려면 선생님을 보는 것도 괜찮아 보여요. 돌이켜보면 윤종신 씨도 편식을 안했어요. 그가 어떤 가수였는지 알아요?
완전 신비주의 발라드. 그러다가 갑자기 예능에 나오면서 다른 이미지. 아닌가요?
예능처럼, 기획을 중요하게 생각한 가수였던 것 같아요. <공존> 같은 앨범의 복고라든지, <그늘>의 여름이라든지.
작곡가, 작사가와 프로듀서의 역량은 다른 것 같아요, 확실히. 윤종신 선생님은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이 대단해요. 제가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아는 분 중에서는 정말 유일한 것 같아요.
그의 곡 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은 뭐예요?
옛날 노래도 좋지만, <월간 윤종신>으로 내는 노래들이 참 좋아요. 좀 더 삶이 느껴져요, 지금의 목소리가. ‘나이’ 같은 곡의 가사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 아니까 일기장 훔쳐보는 느낌도 좀 있고요. 하하.
제가 선생이었으면 엄청 기특했겠네요. 지금 그 말이.
보여드려야겠다, 뜯어가지고. 흐흐.
<슈퍼스타 K> 때 윤종신 심사위원이 편식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네요. 윤종신을 빌려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자기 이름을 건 첫 앨범을 만들면서 이것만은 지켜지거나 실현되었으면 했던 부분이 있나요?
노래 안에서 어떻게 나를 보여주느냐, 이 노래를 어떻게 ‘나’화시켜서 표현하느냐는 제 책임이잖아요. 제 책임을 다하려고 했어요. 각각 다른 작곡가의 노래를 받았지만, 전체적으로 저에게 많이 맡겼거든요. 선배님들 눈에는 부족했을 텐데, 제가 주도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줬어요.
그래도 춤은 좀 의외였어요.
저도 할 줄 몰랐는데, 윤종신 선생님과 얘기하다가 결정했어요. 무대에서 노래를 잘 표현하려면, 노래에 어울리는 볼거리도 필요하다고요.
미니 앨범 1집은 만족해요?
저는 늘 만족해요, 사실. 나중에 부족한 게 보이더라도, 그때 최선을 다한 거고, 앨범은 저한테 일기 같은 거니까요. 사실 활동을 끝내면서 부족한 것들이 보이긴 하지만 앞으로 발전해나가면 되니까 후회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1집은 팝송에 충실하고 2집은 좀 더 뮤지션십이 반영된 앨범으로 들려요.
말씀하신 것처럼 팝적인 노래가 많았고, 여름에 맞추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보려고 했어요. 2집은 1집보단 통일감이 있죠. 가을에 맞춰서 좀 더 깊어진 부분도 있고. 팝송과 뮤지션십으로 색깔을 나눈다기보단 시기가 중요했어요. 해보고 싶은 게 많았고요. 어떤 사람이 좋아할 것 같다면서 음악을 만들진 않아요. 1집과 2집이 달라서, 각각 재밌었어요.
편식의 좋은 면도 있어요. 잘할 수 있는 걸 충분히 하는 건 젊을 때만 할 수 있어서.
그런가요?
아무래도 시간이 갈수록 한 가지에만 빠지는 게 쉽지 않죠. 문제가 지금보단 크고 많아지니까.
그쵸. 저도 그런 생각이 들던데, 벌써.
하하. 무대에서든 예능에서든 나이답지 않게 무게감 있고 조용한데, 앨범 발표 후의 음악 감상회에서는 발랄한 스무 살 소녀가 보이더라고요.
아, 그게 뭐냐면, 낯을 가리는 거죠. 이 일이 사람 만날 일이 많잖아요. 토크쇼에 가든지, 라디오에 가든지, 새로운 환경 투성이에요. 새로운 환경은 좋은데, 아직까지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말도 없고 조용하다 보니….
무대에서나 예능에서나 긴장하는 것 같진 않던데.
음악 감상회에서는 친한 언니 오빠가 옆에 있었고, 제 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였고요. 가수가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이제는 다양한 일을 하는 직업이 되었잖아요? 예능에도 나오고, 연기도 하고, 아직은 그런 게 좀 낯설어요.
하지만 잘할 거예요.
그럴까요?
김예림이 아는 김예림이, 김예림이 아닐 수도 있어요. 눈썹 위에 점 있는 사람은 사교성이 좋다니까요.
하하하.
GQ TABLET!
김예림 촬영 현장의 스케치 영상은 디지털 매거진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에디터
- 정우영
- 포토그래퍼
- 신선혜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오선희, 메이크업/신애(고원)
- 기타
- 어시스턴트 / 정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