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레스토랑에 관련된 알 듯 말 듯한 궁금증, 서양 식문화의 장벽을 허물 만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들을 모았다.
호프집의 ‘호프’는 무슨 뜻일까? 독일어 ‘Hof’에서 유래된 말이다. 마당, 정원, 궁중이라는 뜻이며, OB 맥주에서 맥주집을 내면서 ‘OB Hof’라고 이름 붙인 것이 처음이다. 호프집이 맥주집의 또 다른 표현처럼 군림하게 된 시작점이기도 하다. 우리 국어사전에도 호프집은 “생맥주를 파는 집”이라고 올라와 있다. “호프나 한잔 할까?”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국어사전엔 ‘호프’를 ‘생맥주’라고 명시하고 있다. 독일에선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이 말이 다 맞다. 다만 최근 맥주의 원료인 ‘홉’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호프집의 호프가 ‘Hop’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크래프트 맥주의 열풍으로 홉 향이 강렬한 IPA 맥주가 인기를 얻으며 맥주가 맥아, 홉, 물로 이루어진다는 정보를 알게 됐고, 호프집의 호프를 자연스럽게 홉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오히려 ‘Hop’가 진짜 어원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그럴싸하지만, 진실은 재미있게도 전혀 다른 맥락이다.
셰프복은 왜 앞부분을 겹쳐서 여미는 형태로 제작했을까? 셰프복은 대부분 양쪽으로 똑딱 단추가 줄지어 있는 더블 브레스티드 형태다. 최근엔 셔츠처럼 몸에 딱 붙는 것을 입거나 검은색 천으로 만든 것을 입기도 하지만 고전적인 형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것이다. 요리하기에 불편할 텐데 왜 이렇게 이중으로 된 옷을 입을까? <요리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라는 책을 보면, 주방에서의 업무를 끝내고 손님 앞에 나설 때 깨끗한 반대쪽을 위로 올려 여미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나와 있다. 날카로운 것이나 뜨거운 것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몸을 더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똑딱단추는 셰프복을 주방의 다른 물건에 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납작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다. 불과 칼이 넘나드는 정글 같은 주방에서 이 정도의 치밀한 계산은 필수다.
‘레스토랑’의 어원은 무엇일까? 레스토랑은 ‘레스토레restaurer’라는 말에서 유래한 단어다. 체력을 회복시킨다는 뜻의 불어로, 1765년 블랑거Boulanger라는 사람이 파리 루브르 근처에 문을 연 ‘부용Bouillon’이라는 가게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스태미나에 좋은 수프를 팔던 가게로 따로 떨어진 몇 개의 식탁과 메뉴판이 있었고, 고기와 달걀로 만든 수프를 팔며 레스토랑restaurant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 가게를 모방한 몇몇 가게들 덕에 레스토랑이란 단어가 파리 시내에 퍼져 나갔다. 파리에서 최초의 럭셔리 레스토랑이 생긴 것은 1786년이고, 캐주얼한 레스토랑이라는 뜻의 ‘비스트로’는 1814년에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가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군대에 함락 되자 파리 시내 모든 레스토랑에서 배고픈 군인들이 러시아어로 ‘비스트로(빨리)’를 외치면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설도 있다. 커피와 브랜디를 섞은 커피술을 프랑스어로 비스토이bistrouille라고 하는데, 비스트로가 이 단어에서 파생됐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쿡Cook’과 ‘셰프chef’는 어떻게 다를까? 셰프가 우리말로 요리사인데, 그 둘의 차이를 왜 묻는지 의아한 사람도 있을 테다. 단순히 한글로 비교하면 좀 우스운 결론이 나온다. 이 질문은 “쿡과 셰프는 어떻게 다른가?” 라고 물어야 더 정확하다. 그리고 이 쿡과 셰프의 차이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셰프’라는 직함을 누구에게까지 붙여야 할지를 두고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구 문화권에서 쿡은 주방의 보조 역할을 주로 하고 식재료를 다듬거나 아직 배우는 단계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반면 셰프는 일정 수준의 경력을 가지고 주방의 레시피에 관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셰프는 주방 전체를 돌며 일을 하지만 요리사는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만 일하는 경우가 많다. <요리학교에서 배운 101가지>에서는 이렇게 정의한다. “요리사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알지만 셰프는 왜 그 방법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타파스? 타파스 스타일? 요즘 시내 음식점에 가면 메뉴판에 ‘타파스’라고 분류된 카테고리가 자주 눈에 띈다. 타파스는 작은 접시에 안주처럼 조금씩 음식이 나오는 스페인의 식문화다. 타파스의 ‘타파’는 뚜껑 혹은 덮개 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와인을 마실 때, 파리가 꼬이는 것을 막기 위해 빵이나 햄으로 잔 위를 막았던 데서 유래했다. 와인에 어울리는 작은 식재료들을 조합해 타파스를 맛깔나게 구성하는 것이 타파스의 기본이다. 요즘은 이 타파스가 서울 시내에서 ‘조금씩 나오는 음식’이라는 말의 다른 뜻으로 통용되면서 묘하게 악용되는 것을 종종 본다.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고, 음식의 조합이 타파스처럼 술맛을 살리는 것도 아닌데, 그저 음식의 양을 좀 줄인 것을 편의상 ‘타파스 스타일’로 부르는 곳을 봤다. 장사하기 쉬운 구실로 타파스를 끌어들이다니 안초비보다 더 짜디짠 주인의 심보랄까….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