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누군가를 초대하는 건 좋아하지만, 요리엔 일자무식인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가스레인지 불도 겨우 붙이는 사람이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열 수 있을까? 질문 자체가 머쓱할 정도로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누구나 파티 호스트가 되어 요리를 하고, 손님도 맞을 수 있다. 집으로 줄기차게 손님을 초대하면서 쌓인 실패와 경험을 모아 ‘오답 노트’처럼 묶어봤다. 요리라면 학을 떼는 사람이라도 겨울엔 집으로 손님을 불러 음식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해는 ‘쿡방’의 영향으로 집에서 여는 파티가 잦아질 테니 초대받은 사람도 알아두면 손해 볼 것 한 톨 없는 정보를 모았다.
01 파티를 주최한 사람이 부엌에만 갇혀 있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한다. ‘홈파티’ 요리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인이 부엌에 최소한의 시간만 머무를 수 있는 요리여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식탁 가장자리에 앉아 부엌을 들락거리는 게 주인의 임무라 해도, “뭔데? 무슨 얘기했는데?”라는 말을 반복하는 어정쩡한 상황은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만들기가 라면만큼 쉬워도 파스타와 스테이크는 ‘홈파티’ 메뉴에서 탈락이다. 스테이크는 익는 소리와 연기가 대화를 방해하고, 파스타는 면 삶는 것부터 시작해 부엌에 붙어 있어야 하는 시간이 의외로 길다. 그러니 간단히 데우기만 하거나, 손님 앞에서 1~2분 이내에 차려낼 수 있는 요리여야 한다.
02 계량이 분명하지 않아도 맛에 큰 영향이 없는 요리를 중심으로 준비한다. 평소 혼자 만들어 먹을 땐 분명히 맛있었는데, 왜 손님 앞에서 요리하면 그 맛이 안 날까? 술 챙기고, 전화 받고, 이야기하고, 집 안 구석구석에 얽힌 질문에 답하면서 하는 요리는 평정심이 전제됐던 평소와는 아주 다르다. 그럴수록 정확한 계량을 하지 않아도 그럴싸한 맛이 나거나, 대충 해도 충분히 완성할 수 있는 요리를 하는 게 좋다. 그런 의미에서 한식보다는 양식이 훨씬 수월하다. 소스는 시판용을 활용하고, 완전히 새로 도전해보는 요리는 피한다.
03 몇몇 식재료는 예상보다 훨씬 많이 준비해둬야 아쉽지가 않다. 4명이 모이든 6명이 모이든, 늘 생각한 것보다 많은 양을 준비해둬야 하는 식재료가 있다. 빵, 얼음, 라면. 스튜나 까수엘라처럼 빵을 찍어 먹기 좋은 요리를 할 때는 필히 “이쯤이면 충분하겠지”보다는 “이 정도면 먹고도 남겠지” 정도의 분량으로 준비한다. 그리고 냉동실에 얼려둔 얼음이 아무리 냉동실에 많아도 손님과 함께 술을 먹기 시작하면 얼음은 금방 동난다. 화이트 와인을 칠링할 때도 쓰고, 하이볼처럼 간단한 칵테일을 만들 때도 쓰고, 냉수에도 필요하다. 라면도 꼭 넉넉하게 챙겨둔다. 보통 레스토랑에서는 3시간을 넘기기가 힘들지만 홈파티는 6시간도 거뜬하다. 그러니 두 끼를 차린다는 생각으로 준비할 일이다. 게다가 손님들은 식사와 함께 수다를 떨면서 소화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는다. 이들의 끝나지 않는 식욕에는 라면이 마지막 무기다. 다듬고 남은 새우 머리나 해산물을 조금 넣고 끓이면 손님들의 만족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04 술은 화이트 와인 중심으로 준비한다. 와인을 마시기로 작정했으면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을 더 넉넉히 준비한다. 의외로 화이트 와인이 집에서 만든 간단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고, 가격이 비싸지 않아도 만족도가 높다. 특히 치즈 안주는 화이트 와인과 더 잘 맞는다. 게다가 화이트 와인은 많이 마셔도 (복싱하다 입 안이 터진 것처럼) 치아가 붉게 물들지도 않고, 비싼 레드 와인을 손님들이 음미도 없이 홀라당 마셔버려 서운할 일도 없다. 와인이 다 떨어지면 위스키를 온더록으로 내거나 하이볼이나 러스티네일처럼 간단한 칵테일을 만든다.
05 간접조명을 준비한다. 홈파티에서 간접조명은 프라이팬만큼 중요한 존재다. 구석구석 정돈하지 못한 집 안을 단박에 어둠 속으로 감추고 음식마저 맛있어 보이게 한다. 은은한 조명은 마음을 내려놓고 술 마시기 좋은 포근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단, 간접조명을 켠다고 향초를 꺼내는 실수만 하지 않으면…. 아무리 향기로워도 음식이 넘나드는 식탁 근처에선 그저 훼방꾼일 뿐이다. 초를 켜고싶다면 무향의 티라이트 양초를 물 받은 종지에 띄우는 것이 더 낫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정우영
- 푸드 스타일리스트
- 김보선, 박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