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차가 너무 많아 곤혹스러울 때, 우리는 단 한 대의 차에 집중했다. 12월의 명예는 BMW 750Li xDrive다.
BMW 750Li xDrive Prestige
엔진 4,395cc V8 트윈터보 직분사 가솔린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상시사륜구동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66.3kg.m
공인연비 리터당 8.4킬로미터
가격 1억 9천2백만원
이토록 조용하고 부드러우니까, BMW 7시리즈 안에서는 마음을 푹 놓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 차가 얼마나 침묵하느냐가 아니다. 750Li의 실내는 정말 듣기 좋은 소리로 가득했다. 엔진은 팽팽하게 긴장한 채 극도로 부드럽게 돌면서 산뜻한 소리를 냈다. 가속페달을 긴박하게, 또한 끝까지 밟아 가속할 때조차 세련된 소리가 났다.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단 4.5초인데도. 더불어 바우어 앤 윌킨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침착하고 명료한 소리, 핸들을 쥔 손과 질 좋은 가죽 사이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 같은 것들. 이런 게 소음일 리 없고, 그마저도 깊은 물속에서 바깥소리를 짐작하듯 들린다. 게다가 7시리즈의 시트에서는 정말이지 바른 자세로 앉을 수 있다. 그대로 떼다가 책상 앞에 놓고 싶을 만큼, 거실에 두고 오래 앉아 책 한 권을 다 읽고 싶을 만큼이다. 뒷좌석의 광활함, 독립된 시트가 보장하는 공간이야말로 본격적으로 호사스럽다. 여기에 핸들의 기민함, BMW 사륜구동 시스템 xDrive의 듬직함, 거대한 검으로 한 번에 가볍게 베는 것 같은 운전 감각이야말로 7시리즈의 정체성을 완성한다. 이 차에 앉아서 이동하는 사람이 누리는 시간의 가치는 다른 모든 사람의 시간과 같을까? 시간은 정말 모두에게 평등한 걸까? 편안하자면 고요한 호수위에 가만히 떠 있는 듯하고, 그런 채 모두를 앞질러 달리는 일이 마냥 쉽기만 하다. 강원도로 가는 터널을 지났더니 단풍이 제철이었다.
INSIDE
BMW 7시리즈를 조작하는 몇 가지 방식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무 의미도 없는 손짓일 수 있다. 손바닥을 좌우로 쓸 듯이 움직이거나 집게손가락을 펴서 모니터 앞에서 빙글빙글 돌리는 식의 움직임. BMW 7시리즈는 운전자의 이런 움직임을 인식해 해당하는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제스처 컨트롤’이라는 이름의 기술이다. 집게손가락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면 볼륨이 올라가고, 반대쪽으로 돌리면 내려가는 식이다. 전화를 받거나 거부하는 것도 이런 식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6가지 동작을 6가지 기능에 맞춰 설정할 수 있다. ‘뭘 그렇게까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경험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세상은 대체 얼마나 더 편리해질 수 있는 걸까? 충분히 매력적이다.
Your Shopping List
각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모든 모델 중 최상위 기종을 플래그십, 즉 기함이라고 한다. 함대의 군함 중 지휘관이 타고 있다는 뜻, 선두에서 다른 모든 모델들을 이끈다는 뜻이다. 모든 기술, 편안함, 고급함과 역동성을 극대화한 모델, 브랜드의 철학 또한 집약돼 있다. 따라서 선택하는 사람의 취향이 진짜로 드러나는 시장이기도 하다. 아우디 A8은 브랜드 이미지와 나긋한 움직임까지 단연 세련됐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이 시장의 흔들림 없는 강자, 보수적인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렉서스 LS600h L은 과연 일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고급한 환대를 경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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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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