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타임 워치의 새 지평을 연 독특한 표현 방식의 시계들.
F. P. 주른, 옥타 UTC
UTC는 협정세계시(Universal Time Coordinated)의 약자로 세슘 원자의 진동수에 따른 초의 길이를 기준으로 한 과학적 표준 시간을 일컫는다. 따라서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GMT보다 더욱 정확한 시간을 표현한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독립 시계 메이커 F. P. 주른은 GMT 대신 UTC를 기준으로 하는 월드 타임 워치인 옥타 UTC를 발표했다. UTC의 존재 이유는 GMT의 부정확성 때문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중국은 영토가 몹시 커서 본래 5개의 시간대를 사용했지만, 1949년 이후 중국 정부가 중앙 부처의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 베이징 표준시의 단일 시간대만을 사용하도록 변경됐다. 게다가 중국과 경도가 일치하는 러시아,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가 다른 표준시를 사용한다. 옥타 UTC는 디자인적인 요소를 더해 시간대를 나눈 다이얼 7시 방향의 UTC 인디케이터로 보다 정확한 월드 타임을 전달한다.
몽블랑, 빌르레 투르비용 실린더릭 지오스피어스
몽블랑의 워치 컬렉션은 크게 하이엔드 워치를 생산하는 빌르레와 나머지 일반 컬렉션으로 나뉜다. 몽블랑 기술력의 집약체인 빌르레 매뉴팩처는 2015년 빌르레 투르비용 실린더릭 지오스피어스를 선보였다. 이 시계는 적도를 기준으로 자른 반구 형태의 지구 모양 디스크가 북반구와 남반구로 나뉘어 회전하며 각 시간대와 낮밤 인디케이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계다. 사실 고급 시계 시장은 북반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남반구의 구매력은 대단히 미약하다. 하지만 몽블랑은 2015년을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에게서 받은 영감으로 전개한 바 있다. 바스코 다 가마는 유럽에서 인도를 왕복하는 항로를 남반구 중심으로 개발했다. 때문에 대부분 월드 타임 워치의 지구에 대한 묘사가 북반구로만 이루어진 것과 달리, 북반구와 남반구를 동일한 비중으로 담아냈다. 빌르레 매뉴팩처의 장기인 엑소 투르비용이 다이얼 상단을 가득 채운 것도 몹시 인상적이다.
IWC, 파일럿 워치 타임존 크로노그래프
비행기는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빠르게 지구의 시간대를 옮겨 다닌다. 때문에 파일럿 워치의 상당수는 월드 타임, GMT, 듀얼 타임 기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기능이 많아질수록 다이얼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밀리터리 파일럿 워치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브라이틀링 같은 민간 항공용 파일럿 워치에 주력하는 브랜드에서 훨씬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2016년에 선보인 IWC의 파일럿 워치 타임존 크로노그래프는 밀리터리 파일럿 워치에 월드 타임 기능을 적용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월드 타임 메커니즘을 적용한 것은 사실 전형적이지만, 누구도 이러한 밀리터리 파일럿 워치를 본 적은 드물기 때문에 존재만으로도 특이한 시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정체성 때문에 월드 타임 워치치고는 시인성이 상당히 좋다. 크로노그래프 기능까지 더했는데도 그러하다.
- 에디터
- 김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