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시목? 윤과장? 드라마 <비밀의 숲> 속 박무성 살인과 김가영 살인미수 사건의 범인은 누굴까? 추리 소설과 드라마에 일가견이 있는 애청자들에게 물었다. 심지어 타로점도 보고 관상도 봤다.
1. 이연재 ‘범인이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으로 타로 카드 두 장을 뽑았다. 그랬더니 ‘절제카드’와 ‘황제카드’가 나왔다. 절제카드는 극단적인 상황을 피해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카드다. 드라마의 맥락상 이 극단적 상황은 살인으로 보인다. 문제는 황제카드다. 황제카드는 왼손에 ‘자신이 다스리는 세계’를 의미하는 구슬을 쥐고 있다. 여기서 ‘자신이 다스리는 세계’는 한조그룹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조그룹의 회장인 이윤범이 범인일까? 아니다. 다시 절제카드로 되돌아가 보자. 절제카드에서 천사의 가슴에 그려진 삼각형은 자연의 법칙에 의해 보호 받고 있는 여자를 뜻한다. 이는 한조그룹 회장의 딸인 이연재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김재협(타로점 알바생)
2. 영은수 용의자 모두 유명인이 될 좋은 관상을 가지고 있다. 살인사건의 범인일만한 관상을 굳이 꼽으라면 영은수다. 관상학에서 영은수처럼 귀가 각이 져 있고, 눈에 흰자가 많이 보이면 흉상으로 본다. 귀는 사람의 품성을 대변한다. 둥근 모양의 귀가 덕을 나타낸다면, 각이 진 귀는 잔인한 성질을 말한다. 또 눈동자에 흰자가 많으면 차갑고 무서운 인상을 준다.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은 평소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한번 화를 내면 극단적인 성향을 띠고는 한다. 영은수는 평소에도 눈의 아래쪽 흰자가 많이 보인다. 정성욱(관상학 독학생)
3. 윤과장 고전 미스터리 영화에서는 끝까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설마, 이 사람일까?’ 싶은 인물이 범인일 경우가 많다. 윤과장은 8화까지만 해도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인물이다. 물론, 이 공식을 기계적으로 대입하더라도 어느 정도 범행이 가능한 조건들은 갖춰야 한다. 해병대 출신인 윤과장은 도망가는 용의자들을 완력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두 번이나 보여줬다. 따라서 무지막지한 살인을 저지르기에 충분한 육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사 중에 스치듯 언급됐던, 2년 전 죽은 어린 딸의 교통사고도 박무성의 뺑소니 사건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김용언(미스터리 전문 격월간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4. 윤과장 박무성의 집에서 발견된 김가영의 손목은 복잡한 매듭으로 묶여 있었다. 해병대 출신인 윤과장이 군대에서 배운 매듭법으로 묶었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해병대 수색대원들은 적을 생포하기 위해 매듭법을 배운다. 임동진(해병대 898기)
5. 윤과장 외 다수 박무성의 죽음과 김가영의 살인미수는 동일범의 소행이 아니다. 범인은 윤과장 외 다수다. 먼저, 이 사건은 박무성에게 개인적 원한이 있는 자의 살인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윤과장이 등장한다. 윤과장의 딸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박무성과 서동재의 관계는 박무성 뺑소니 사건을 서동재가 덮어주면서 시작됐다. 그 원한을 갚기 위해 윤과장이 치밀한 계획 속에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박무성은 죽이고 서동재에게는 박무성을 죽였다는 누명을 씌우고자 한 것이다. 단, 이후에 일어난 김가영 살인미수와 윤과장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검찰과 경찰의 스폰서였던 박무성이 죽으니, 그의 후원을 받았던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용산 경찰 서장 김우균, 서동재 등이 입막음을 위해 김가영을 납치했다가 살인미수까지 이르게 됐다고 본다. 한 마디로 썩은 나무 하나 잘라내려다 보니, 숲 자체를 태워버려야 할 판국이 된 거다. 허종윤(드라마 애청자)
6. 황시목과 이창준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프는 가족을 향한 적대감이다. 이창준은 장인어른과 아내의 멸시 속에서 살아왔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는 한조그룹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 판을 짠 것이다. 그리고 황시목은 검찰과 경찰 집단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자 하는 야망을 가진 검사다. 이창준의 지시 아래서 황시목이 이 사건의 실무적인 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창준은 황시목에게 특임 검사를 맡겨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 뒤 본격적인 한조그룹 파헤치기에 돌입한다. 황시목은 권력에 빌 붙은 박무성에게서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고 살인할 수 있는 인물이다. 다만 김가영을 죽이지 않은 이유는, 그에게 (극중에서 간혹 보여지는) 최소한의 감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임수연(드라마 애청자)
7. 박무성 어머니 추리 소설에서는 의심을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범인일 확률이 낮아진다. 반대로, 가장 친한 친구나 가족이 범인일 확률은 높다. 박무성의 어머니는 매회 등장하지만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용의선상에서 제외돼 있다. 박무성과 함께 살던 그녀가 바로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이다. 박무성의 빚 때문에 생활고에 허덕이던 어머니가 손자라도 살리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성훈(추리 소설 마니아)
8. 이윤범 그간의 사건 사례를 살펴보면, 계획이 치밀한 범죄일수록 범행 동기가 확실하다. 박무성의 협박으로 인해 잃을 게 가장 많은 사람은 누구일까? 잃을 것이 많다는 건, 가진 것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범인은 바로 한조그룹 회장인 이윤범이다. 다른 용의자들도 박무성의 협박에 위협을 느꼈겠지만 살인을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윤범에게는 그가 일구어 온 가족과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윤범이 살인을 교사한 주범일 것이다. 직접 살인을 한 범인은 드라마를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유지홍(법학과 재학생)
- 에디터
- 이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