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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환골탈태 프로젝트 ‘5008 SUV’

2018.01.08이재현

푸조 5008이 골격 탄탄한 SUV로 바뀌었다. 짊어질 게 많은 푸조의 새 어깨다.

이러다가 SUV만 살아남고 모두 멸종하는 건 아닌가? 고급 세단과 슈퍼카를 만들던 브랜드도 앞다퉈 SUV를 내놓을 만큼 인기가 끝을 모른다. 작은 차를 주로 만들던 푸조도 버선발로 뛰쳐나와 대열에 끼어들었다. 대신 전에 없던 모델을 새로 만드는 도박판을 벌이기보다는, 기존의 차를 활용한 리모델링을 택했다. 그동안 쌓아온 이름값에 기대면서도 상품성을 끌어올린 차를 내놓겠다는 의도다. 시작은 3008이었다. 원래 MPV(Multi Purpose Vehcle)였던 차를 SUV로 바꾸었다. 한 체급 위 MPV였던 5008도 달라진 세상 앞에서 얼른 SUV로 옷을 갈아입었다. 내친김에 이름까지 고쳤다. 기존 모델명인 5008 뒤에 ‘SUV’를 붙여 ‘푸조 5008 SUV’라고 개명해 작정하고 신분을 세탁했다.

사실 아무리 MPV라고 해도 5008의 디자인은 조금 따분했다. 딱히 아쉬운 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찔하도록 근사한 구석도 없었다. 새롭게 SUV의 세계로 입문한 5008은 전 세대와 달리 앞모습에 힘을 실었다. 코끼리라도 잡아먹으려는 맹수의 눈처럼 헤드램프는 날카로워졌고, 프런트 그릴과 범퍼 하단부에 크롬을 입혀 반들반들하게 윤을 냈다. 하지만 지나치게 평평한 옆모습은 긴장감이 흐르던 전면부에 비해 좀 싱겁다. D필러가 꼿꼿이 서 있으면 옆태가 날렵해 보이지 않는데, 단숨에 뻗는 캐릭터 라인을 팽팽하게 넣거나 펜더를 부풀렸다면 조금이라도 속도감이 느껴졌을 것이다. 후련히 갈아엎은 얼굴처럼 옆모습 역시 산뜻하게 디자인했다면 어느 각도에서 봐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SUV가 되었을 텐데.

그래도 흠잡을 데 없는 인테리어가 5008의 디자인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를 칸막이처럼 막아 각각의 자리를 1인실처럼 분할했고, 2단으로 만든 대시보드의 부피감이 유독 풍요롭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를 대시보드 위로 올려 눈높이에 최대한 맞추었고, 1:1:1로 분할되는 2열 시트는 앞뒤로 움직일 수 있어 체형이 다른 3명이 타도 편하게 앉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 덮개를 걷어내면 3열 시트를 꺼낼 수 있는데, 시트 크기가 작고 무릎 공간이 좁아 급하게 6명 이상 타야 할 때만 사용하는 게 좋다. 애초에 7인승으로 만들기에는 다소 무리인 크기라서 3열은 예상하지 못한 보너스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인테리어 하나 때문에 5008을 좋은 차라고 말하는 건 억지일 것이다. 이 차는 처음부터 연비에 초점을 맞춰 만든 실용적인 SUV다. 엔진이 격한 호흡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단수를 높이고 재빨리 항속 기어를 물도록 설계했다. 고속도로 공인 연비는 13.1km/l지만, 실제로 정체가 없는 도로에서 16km/l를 넘는 연비를 증명했다. 엔진 회전수를 너무 야박하게 쓴다는 생각이 든다면 패들시프트를 당겨가며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다. 사륜구동을 포기하고 눈길, 모래 같은 주행 모드 설정 기능을 갖춘 전륜구동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뒷바퀴에 동력을 보내는 데 필요한 프로펠러 샤프트와 트랜스퍼 케이스만으로도 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지고, 그건 고스란히 연료 효율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5008의 재능이 제원표에 구구절절 쓰여 있지는 않다. 실용적이면서 가격 부담도 적은 수입 중형 SUV를 찾는다면, 이만한 차도 없다고 장황하게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다만 ‘12.7km/l’의 복합연비, ‘4천2백9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 이 두 가지 정보로 이 차가 돌아온 이유를 눈치챌 수 있다. 5008 환골탈태 프로젝트, 꽤나 성공적이다.

크기 ― L4640 × W1845 × H1650mm
휠베이스 ― 2840mm
무게 ― 1640kg
엔진형식 ― 직렬 4기통 디젤
배기량 ― 1560cc
변속기 ― 6단 자동
서스펜션 ― (앞)맥퍼슨 스트럿, (뒤)토션빔
타이어 ― 모두 225/55 R18
구동방식 ― FF
최고출력― ― 120마력
최대토크 ― 30.6kg·m
복합연비 ― 12.7km/l
CO₂ 배출량 ― 150g/km
가격 ― 4천2백90만원

    에디터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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