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쇼트트랙 김도겸 “하늘을 놀라게 할 거예요”

2018.02.09GQ

스키가 눈 위에 궤적을 그리고, 스케이트가 빙판을 갈아엎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들이 진짜 보여주고 싶은 건 0.1초를 단축하고, 더 힘껏 퍽을 후려치는 것이다. 메달은 두 번째 목표다.

김도겸 ㅣ 쇼트트랙 5천 미터 계주

몸 곳곳에 타투가 많아요. 옆구리에 있는 건 ‘진인사대천명’. 운동선수가 살아야 할 삶을 가장 잘 표현한 말 같아서 새겼어요. 팔에는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관포지교’라고 쓴 거고, 어깨에는 ‘경천동지’라고 썼어요. 소치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평창 올림픽을 기다리면서 새겼어요. 하늘을 놀라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각오로요.

오륜기 목걸이까지, 투지로 온몸을 감싼 셈입니다. 시중에 오륜기 모양 액세서리가 없어요. 평창 올림픽을 생각하면서 개인적으로 따로 주문 제작한 거예요. 운동선수한테 올림픽은 전부잖아요.

5천 미터 계주는 4명이 번갈아가며 뜁니다. 몇 번째 주자인가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1번 주자를 하고 싶어요. 스타트가 좋고, 결승선에 들어올 2번 주자를 마지막으로 밀어주는 사람이 1번 주자인데 저 힘만큼은 자신 있어요. 0.01초라도 빨리 결승선에 도착하도록 밀어줄 거예요.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원래는 종목에 관계없이 모두 출전해요. 요즘 자신 있는 건 가장 짧은 500 미터 였고요. 당연히 개인전에도 나가고 싶은 욕심이 나죠.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은 올림픽에서 팀의 승리에 어떤 몫을 해야 할지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의 메달이기도 하지만, 저의 메달이기도 하거든요.

쇼트트랙 선수치고 신장과 체격이 큽니다. 경기할 땐 어떤가요? 예전에는 코너링 때문에 키가 작은 사람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쇼트트랙의 추세는 힘과 속도예요. 체격 덕분에 외국 선수와 경쟁해도 밀리지 않아요. 다만 공간을 비집고 들어갈 때 몸집이 상대적으로 크다 보니까 힘겨울 때가 종종 있어요. 작은 선수라면 쉽게 들어갈 공간이라도 전 잘 판단해서 들어가야 돼요.

아직도 선수들끼리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신경전이 있나요? 국내 선수들끼리도 경기할 땐 묘한 불꽃이 튀어요. 그런데 외국 선수들과 할 때는 말이 안 통해서 그런가? 다들 이기겠다는 분위기에 젖어서 그런 걸 느낄 수 없어요. 도발하지도 않고요. 긴장감만 흐르는…. 그것도 신경전이라면 신경전이겠네요.

계주 경기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나라는 어디인가요? 중국과 캐나다죠. 예전부터 항상 위협적이었어요. 계주는 모든 선수의 기량이 높아야 하는데 두 나라는 팀원들 실력이 고르고 서로 호흡도 잘 맞아요. 다들 장비도 좋은 걸 써요. 순위를 결정짓는 건 이제 경기 당일 컨디션 싸움이라고 봐요.

운동선수는 쉴 때도 운동을 한다고 하던데요? 훈련하고 외박 나가면 하루 종일 축구예요. 축구장 가서 축구를 보고, 저녁 먹은 후엔 ‘플스방’에서 축구 게임을 해요. 그렇게 놀다가 새벽이 되면 딱 유럽 축구 중계를 해요. 치킨 먹으면서 축구를 보는 거죠.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해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팀에 소속되어 있지만 올림픽 때문에 참는 중이예요.

올림픽 끝나면 축구만 할 건가요? 못했던 축구도 하고 유럽에 축구 여행을 가려고요. 뮤리뉴 감독 팬이라서 그가 맡는 팀들을 응원해요. 지금은 맨체스터 감독인데 올드트레포트 구장에 가서 꼭 경기를 볼 거예요. 거기 말고도 리버풀 안필드, 레알마드리드 베르나베우…. 갈 데가 참 많네요.

    에디터
    손기은, 이재현
    포토그래퍼
    안하진
    헤어&메이크업
    홍민철,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