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와 뉴욕, 그리고 상하이.
토마스 마이어는 지난 2월 보테가 베네타의 2018 F/W 컬렉션을 밀라노가 아닌 뉴욕에서 공개했다. 매디슨 애비뉴 740번지, 브랜드의 새로운 뉴욕 메종 오픈을 기념하는 의미였다. 뉴욕과 보테가 베네타. 언뜻 생소하지만 한편으론 신선한 조합이다. 마침 가까운 곳에서 보테가 베네타의 컬렉션 프리뷰 행사가 열렸고, 뉴욕이 아닌 상하이에서 이 알쏭달쏭한 조합에 대해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장소는 아담한 정원이 있는 우아한 저택. 화창한 하늘과 파릇한 잔디가 황홀했지만 정원은 저녁에 열릴 칵테일 파티를 위해 잠시 아껴두었다. 우선 보테가 베네타의 향수 컬렉션을 모조리 전시한 1층으로 갔다. 솔잎, 장미, 만다린, 백합 등 흔한 재료를 썼지만 각 향이 전형적이지 않았다. 배와 민트를 섞은 3번 향수 시향지에 코를 박고 2층으로 올라가니 천장이 높고 고상한 벽 장식이 있는 흰 방이 나타났다. 그곳엔 보테가 베네타의 2018 F/W 컬렉션으로 치장한 마네킨이 도열해 있었다. 곳곳엔 보테가 베네타의 가구 컬렉션이 놓였다. 뉴욕의 런웨이 세트를 반영했고 그 테마는 옷에서도 드러났다. 맨해튼의 모던한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단출한 큐브 패턴, 스카이라인의 반짝임을 표현한 이브닝 수트의 실버 체인. 섬세한 디테일 뒤로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정원이 열리고 하우스풍의 비트가 흘러나왔다. 칵테일을 홀짝이며 정원 중앙의 미러룸으로 갔다. 사방이 거울인 방, 이 또한 뉴욕 패션쇼에 등장했던 설치물이다. 보테가 베네타에 은근하게 녹아든 뉴욕, 제법 잘 어울리는 짝이다.
- 에디터
- 안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