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2를 쉼 없이 몰아붙였다. SUV로 태어났어도 본성은 BMW다.
크기 L4360 × W1824 × H1526mm
휠베이스 2670mm
무게 1710kg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디젤
서스펜션 (앞/뒤) (앞)맥퍼슨 스트럿, (뒤)멀티링크
배기량 1995cc
변속기 8단 자동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
복합연비 14.2km/l
가격 6천1백90만원
‘안전’ 혹은 ‘안락한 드라이빙’. 브랜드마다 차의 성향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 BMW엔 ‘운전하는 즐거움’이라는 수식이 붙는다. ‘Sheer Driving Pleasure’라는 구호를 사용하며 재미있는 차를 자처하기도 한다. 근거는 다양하다. 날카로운 코너링과 앙칼한 브레이크는 달리고 싶은 마음을 부추긴다. 또한 BMW의 고성능 브랜드인 ‘M’에서 생산하고 튜닝하는 차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막강하다. M에서 만든 걸작 M3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수십 년째 경쟁 차들이 도전하고 있지만 균형 잡힌 성능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SUV도 다르지 않다. 달리기 좋은 차를 향한 설계 목적은 덩치가 커졌어도 유효하다. 실용적인 공간 활용에 매콤하게 달리는 맛까지 내는 SUV라니. 1999년 X5를 시작으로 BMW에서 내놓는 SUV는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3시리즈, 5시리즈 등 세단 모델명처럼 SUV에도 이름에 숫자를 사용한다. 1부터 6까지의 숫자 앞에 X를 붙이는데, X4와 X6는 각각 X3와 X5를 쿠페 스타일로 만든 모델이다. 하지만 빈틈이 하나 있었다. 그동안 공석으로 비워둔 X2다.
2016년 파리 모터쇼에 빈자리를 차지할 차가 드디어 공개됐다. 2가 붙은 걸 고려하면 콤팩트 SUV고, 짝수인 걸 감안하면 X4와 X6처럼 쿠페형 SUV가 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모터쇼에 등장한 모습은 쿠페형 SUV가 아니었다. 낮은 차체 때문에 오히려 해치백에 가까운 모습의 SUV였다. 그리고 약 2년 뒤 양산형 X2가 나왔다. 테일램프를 비롯한 몇몇 디자인은 조금 바뀌었어도 비례와 균형만은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X2는 X1과 미니 클럽맨 등을 만든 ‘UKL2’ 플랫폼에서 만든다. 미니 쿠퍼를 생산하는 UKL1에서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를 좀 더 늘려 만들 수 있도록 보완한 플랫폼이다. UKL계열 플랫폼에선 전륜구동 차가 생산된다. X2도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사륜구동이다. 하지만 차 맨 앞부분과 앞바퀴까지의 거리를 짧게 만들었다. 후륜구동 차의 비율과 비슷하다. 같은 플랫폼에서 생산한 X1보다 높이는 약 7센티미터 낮다. 날렵하게 보이도록 의도한 디자인이다. 차체가 낮아졌다고 내부 공간까지 줄어든 건 아니다. 시트가 달린 위치도 상당히 낮기 때문에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머리 공간이 여유롭다.
국내에서는 2.0리터 디젤 엔진을 심은 ‘20d’만 판매한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다. X2에는 아이신에서 만든 8단 자동변속기가 엔진과 맞물린다. BMW의 차가 대개 ZF사에서 생산하는 변속기를 사용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ZF 변속기의 품질이 매우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전륜구동 기반인 X2에는 구동 방식에 보다 최적화된 아이신 변속기가 들어간다. 변속하는 속도가 빠르고, 엔진이 내는 힘을 효율적으로 조절한다. 수동으로 단수를 내려도 머뭇거리지 않아 코너에 진입하기 전 분주하게 패들시프트를 당기는 ‘손맛’이 좋다. 좋은 변속기를 넣는 데 그치지 않고 ‘BMW적인’ 방법으로 꼼꼼하게 튜닝한 덕분이다.
피렐리의 P 제로 타이어의 끈끈한 접지력, 낮은 차체, 단단한 서스펜션도 코너를 도는 데 각자의 몫을 한다. 운전에 열중하다 보면 SUV라는 사실을 잠시 잊는다. 최소한의 거리를 달리며 코너를 공략하는 쇼트트랙 선수처럼 매끈한 포물선을 그리며 움직인다. 차를 이리저리 흔들어봐도 꼿꼿하게 자세를 유지한다. 차체안정화장치(ESP)가 개입하게 하려면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돌발 상황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격하게 괴롭혀야 한다. 전자 장비의 도움 없이도 차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가 높다.
멈춰 있는 X2가 시속 100킬로미터를 돌파하려면 7.7초가 걸린다. 물론 스포츠카 수준으로 빠른 건 아니다. 하지만 묵직한 토크를 내뿜으며 초반 가속을 시작해 시속 160킬로미터까지는 별다른 무리 없이 속도를 높인다. 눈으로 확인한 최고시속은 210킬로미터다. 하지만 끈질긴 가속 능력보다 인상적인 것은 안정적인 고속주행이다. 매우 빨리 달려도 굉음을 내지 않고, 차체 흔들림도 크지 않다.
제동력으로 유명한 BMW답게 브레이크 시스템도 안정적이다. 느슨하지 않다. 집요하게 제동을 반복해도 제동거리 변화 폭이 작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급하게 제동해도 허둥대면서 진로 방향을 틀지 않는다. X2가 내는 힘을 여유롭게 제어할 만큼 믿을 만하고, 같은 체급의 SUV 중에서 출력과 제동력의 균형이 가장 안정적인 수준이다.
BMW가 전륜구동 차를 처음 만들었을 때 ‘운전하는 맛’을 포기하는 거냐는 의견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미 없는 논제가 되어버렸다. X2는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만든 BMW의 다른 사륜구동 차와 움직임의 차이를 사실상 느낄 수 없다. 부품을 어떻게 조율하고, 어떤 설계를 하느냐에 따라 차의 성향은 얼마든 바뀔 수 있다. X2는 구동 방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다. 단순히 SUV로 한정하기엔 X2의 달리는 능력이 아깝다.
한 끝 차이
X2와 X3는 BMW의 라인업에서 한 체급 차이가 난다. X2는 전륜구동 설계를 바탕으로 후륜에도 구동력을 보내는 구조지만 X3는 그 반대다. 하지만 ‘20d’ 모델을 기준으로 두 차에는 동일한 엔진이 들어간다. 문제는 X2와 X3의 가격이 별로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X2는 6천1백90만원, X3는 6천5백만원에서 시작한다. 체급 차이가 있는데도 약 3백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조금 더 보태서 한 급 위의 차를 탈 수 있다는 건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다. 물론 X3가 더 무겁기 때문에 아무리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고 해도 속도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 여느 SUV와는 달리 X2의 낮은 무게 중심과 날렵한 디자인이 취향에 따라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세한 주행 성능의 차이가 크기와 맞바꿀 만큼 매력적일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이런 대안
소형 SUV는 지금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대중적인 브랜드는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소형 SUV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크기가 아담해 다루기 쉽고, 세단보다 넉넉하게 수납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또한 세단보다 전고가 높은 만큼 시야도 넓다. 독일차가 아니어도 괜찮다면 재규어 E-페이스와 XC40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수입 콤팩트 SUV다. E-페이스는 애초에 ‘스포츠 SUV’를 목표로 개발했다. F-페이스에 이어 재규어가 두 번째로 만든 SUV다. 2.0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출력 249마력까지 내고, 시속 0→100킬로미터는 7.0초다. 가격은 5천4백60만원부터 시작한다. 반면 볼보에서 만든 XC40은 2018년 6월에 출시됐다. 역시 2.0리터 터보 엔진이고,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190마력으로 X2와 같지만 시속 0→100킬로미터 기록은 8.5초다. 물오른 볼보의 디자인을 작은 체구에 잘 축약했다는 평이 많다. 가격은 4천6백20만원부터다.
- 에디터
- 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