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자꾸만 눈이가는 청소년 배우들을 모았다. 언제 확 커버릴지 모르는 찰나의 배우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김환희(2002년생)
김환희의 연기력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영화 <곡성>이었다. “뭣이 중헌디!”라고 소리치던 여자아이는 작은 시골마을이라는 같은 배경 아래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10대의 밝고 서툰 구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김환희가 드러내는 밝고 서툰 청소년의 얼굴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반말을 해대며 상대를 당혹시키거나, 해원(박민영)이 자신의 오빠인 은섭(서강준)에게 고백을 거절 당했을 때 요구르트를 들고와 별 것 아니라는 듯 위로를 전하는 순간 어떤 어른도 흉내내지 못할 에너지를 내뿜는다. 말투는 영락없는 10대지만, 또래든 어른이든 자신이 미처 자각하지 못한 감정을 끄집어내도록 이끄는 그의 연기는 김환희라는 배우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까지 불러일으킨다. 10대가 10대이면서 10대가 아닌 사람까지 모두 품을 수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재능인가.
<부부의 세계>의 전진서(2006년생)
전진서는 매번 JTBC <부부의 세계> 방송이 시작되면 SNS에서 화제가 된다. 물론 전진서라는 배우가 아닌 그가 맡은 지선우와 이태오의 아들 이준영으로. 이제 2006년생인 청소년 배우에게 비속어가 쏟아지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그것은 원작에서부터 그대로 유지되는 철이 없는 아들 역의 핵심을 전진서가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진서는 아버지가 외도를 통해 낳은 아이를 동생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홀로 고민하며, 아버지의 무능력이 왜 어머니에게 신경성 질환을 불러일으켰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이혼이 싫은 어린 아이의 심리를 묘사한다. 그리고 정신 사나운 어른들의 세계에서 가치관조차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소년의 고뇌는 가부장제 하에서 자란 어떤 남자아이들의 현재를 대변하고 있다. 부모의 이혼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10대의 가장 이기적인 면이 지선우를 향한 전진서의 원망어린 눈빛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그의 이기적인 면이 10대 소년의 죄라기 보다는 어른들이 ‘정상 가족’이라며 만들어둔 틀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일면이라는 점을 모른 체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의 안지호(2004년생)
SBS <아무도 모른다>에서 착하고 순한 소년 고은호를 맡은 안지호는 2004년생으로, 이 드라마에서 차영진 역을 맡은 김서형과 함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나를 지키기 위해 나쁜 어른들과 맞서기로 한 고은호로 합을 맞추고 있다. 드라마 속 고은호는 소심하고 눈치를 보는 성격인 듯 싶다가도, 친구의 부정을 결코 넘기는 법이 없고 옳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몸을 내던질 용기까지 갖춘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소년이다. 안지호는 추락으로 인해 깨어나지 못한 고은호가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에서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만으로 이야기의 긴장도를 높인다. 김서형이나 윤찬영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 상대를 위로할 때는 어른이 다 된 아이 같았던 소년이 참고 참다가 소리를 지르고, 이내 다시 용기를 내서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는 강인한 모습은 인상적이다. 고달픈 현실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10대 소년의 내면을 거의 변화가 없는 표정연기와 고저 없는 말투만으로 보여주는 섬세한 연기는 이 배우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 에디터
-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