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지구에 문신처럼 남은 흔적

2020.06.22GQ

황홀한 광경 혹은 파탄의 현장. 지구에 문신처럼 남아 지울 수 없는 흔적.

24° 42’ 24.59” N
46° 40’ 16.79” E

리야드, 사우디 아라비아
높이 302.3미터의 킹덤 센터 Kingdom Center는 2002년 건립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현재 다섯 번째로 순위가 밀려났다. 2022년에 완공 예정인 제다 타워 Jeddah Tower에 비하면 왜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킹덤 센터를 세로로 세 번 쌓은 것보다 큰 제다 타워의 높이는 무려 1킬로미터다. 완공이 되면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가 보유 중인 기록을 깨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등재된다.

032° 59’ 57.66” N
118° 30’ 03.00” E

장쑤성 쉬이현, 중국
매년 수천 명이 장쑤성 쉬이현에서 열리는 가재 축제에 참가한다. 마라룽샤 등 가재를 활용한 요리의 수요가 전국적으로 급증하자 부지의 용도를 가재 양식장으로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새로 생긴 양식장의 면적은 쉬이현 내에서만 3천9백만 평이 넘는다. 생명력이 끈질긴 가재의 특성 덕에 별도의 살충제는 사용하지 않으며, 양식업자들은 소비자가 출처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원산지 추적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18° 04’ 44.48” N
15° 57’ 56.38” W

누악쇼트, 모리타니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모리타니 공화국. 수도 누악쇼트의 변두리 마을에선 좁게 난 도로 하나가 빈부 격차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1960년 모리타니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만 해도 누악쇼트는 열다섯 가족만이 거주하는 오아시스 마을이었으나 현재는 인구 70만 명의 도시가 되었다. 모리타니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지만, 얼마 전 대서양 연안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됐다. 주민들은 낙후된 생활 환경이 점점 개선되리라고 희망한다.

52° 0’ 53.82” N
4° 11’ 37.86” E

몬스터, 네덜란드 자위트홀란트주
친환경 식량 생산을 목표로 하는 기업 코퍼트 크레스의 육묘 시설. 식물의 성장 효율을 극대화하고, 빛 공해는 최소화하도록 고안했다. 분홍색과 황색 파장의 LED 조명을 사용하는 한편, 햇빛이 새싹채소로 고르게 비추도록 표면이 울퉁불퉁한 유리로 온실 덮개를 설계했다. 이 시설은 환경 보호의 관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동시에 요식업계의 호응도 얻고 있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세계 각지의 셰프가 코퍼트 크레스의 채소를 사용할 정도다.

30° 04’ 48” N
94° 07’ 36” W

보몬트, 미국 텍사스주
지난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몰고 온 폭우로 텍사스주 남동부 지역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 텍사스주 역사상 가장 큰 피해액이 발생한 자연재해였다. 사진은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후 덩그러니 남겨진 인구 12만 명의 도시 보몬트의 모습이다. 시민들은 설상가상으로 수도까지 끊긴 집 안에서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도로까지 완전히 침수된 탓에 응급환자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병원으로 후송했다.

038° 28’ 39.00” N
122° 44’ 52.40” W

산타 로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2017년 10월 발생한 산불로 산타 로사의 코피 파크 지역은 잿더미가 되다시피 했다. 불길의 확산을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6차선 고속도로도 무용지물이었다. 화마는 소노마 카운티와 나파 카운티까지 번져 총 1천4백여 채의 주택이 불에 전소됐다. 처음엔 끊어진 송전선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나 2019년에 결론 내린 조사에 따르면 사유지에서 일어난 전기 문제가 화재의 시발점이었다고 한다.

44° 19’ 27.12” N
87° 57’ 42.54” W

그린리프, 미국 위스콘신주
거대 낙농 기업의 송아지 사육장. 3천3백 개의 축사가 지면을 빼곡하게 채운다. 미국에서 낙농업이 가장 발달한 위스콘신주는 지금 변혁을 맞고 있다. 소규모 목장이 전례 없는 속도로 문을 닫는 가운데 공장식 축사를 운영하는 밀크 소스와 같은 기업이 그들의 자리를 대신한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송아지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사육장에 생후 6개월간 머무른 뒤 착유 시설이 구비된 암소 목장으로 옮겨진다.

69° 32’ 35.62” N
49° 41’ 52.09” W

일루리사트 부근, 그린란드
지구 온난화로 그린란드의 얼음이 급속도로 녹고 있다. 빙하의 가장자리가 바다로 무너져 내리고, 두께가 3킬로미터에 달하는 얼음층이 점점 얇아지는 중이다. 2017년, 두 명의 과학자가 얼음 표면에서 물의 흐름과 빙하가 녹아내리는 상관관계를 추적하기 위해 선명한 빛깔의 염료를 사용해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얼음층 아래로 빠져나간 물은 빙하와 기반암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며 빙하가 녹는 속도를 높인다는 아찔한 사실이 밝혀졌다.

040° 17’ 32.04” N
111° 23’ 07.05” E

후허하오터, 내몽골 자치구, 중국
중국 내몽골 자치구에 세워진 퉈커퉈 발전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력 발전 시설이다. 연료가 되는 석탄 대부분을 해우수 탄광에서 조달한다. 사진에 보이는 바와 같이 까맣게 쌓인 석탄 무더기는 야외 작업장에서 분류 작업을 거친다. 대개 초록색 방수 시트로 덮여 있고, 작업장의 길이는 3킬로미터에 달한다. 석탄 가루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방진벽을 세웠지만, 작업장을 둘러싼 검은 얼룩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Andrew Revkin
    포토그래퍼
    George Steinme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