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애호가로 알려진 에릭남이 W 19를 만났다. 위스키의 진정한 풍미를 즐기는 에릭남의 술과 음악에 대한 부드럽고도 섬세한 이야기가 피어올랐다.
W 19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어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에서 혼자 한잔 마셨어요. 요즘 새 앨범 활동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어서 거의 3주 만에 마시는 술이었어요. W 19의 첫인상은 굉장히 가볍고 부드러웠어요. 도수 높은 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소다수를 더해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거나, 얼음을 더해 잠들기 전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술 같아요.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19년간 숙성시켰고, 알코올 도수를 32.5도로 구현해서 훨씬 부드럽게 느껴질 거예요. 말린 과일, 초콜릿, 바닐라의 풍미가 섬세하게 어우러져 있죠. 평소에 술을 즐길 때 어떤 맛을 선호하는 편인가요? 저는 사실 독하고 센 술을 좋아해요. 그런 술과 비교해서 W 19는 훨씬 가볍고 부드럽게 느껴졌어요. 부드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시간이 주는 깊은 맛을 전달하는 것도 위스키 퀄리티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W 19는 깊은 연산의 맛과 더불어 부드러운 맛까지 느낄 수 있었어요. 진짜 힘든 하루를 보낸 날 빈속에 위스키를 한잔 들이켜면 속이 뜨거워지잖아요. 이 술은 뜨겁기보다는 따뜻한 느낌에 가까웠어요. 뭐랄까,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수고했어, 그렇게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기분이 들었어요.
혼자 술을 마실 때 어떤 음악을 선곡하나요? 주로 재즈나 포크 음악을 들어요. 엘라 피츠제럴드, 루이 암스트롱, 니나 시몬, 프레저베이션, 예전에는 재즈 음악을 다양하게 찾아 듣는 편이었어요. 친구들과 함께라면 신나는 팝, 라틴 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마시고요.
많은 술 가운데서도 위스키가 좋은 이유가 있나요? 위스키는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 같아요. 맥주나 와인은 빠르게 인사만 하고 헤어지는 기분인데, 위스키는 계속해서 기다려줘요. 고민도 들어주고, 묵묵하게 템포와 리듬을 맞춰주는 술 같아요.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마시기 좋죠. 그리고 숙취가 심하지 않다는 점에서 위스키는 참 착한 술이죠(웃음).
특이한 위스키를 컬렉팅한다고 들었는데. 해외 촬영이나 출장을 나갈 때마다 그 지역에서 살 수 있는 위스키를 기념품처럼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어요. 핀란드에서 사온 위스키가 특히 맛있었어요. 부드럽고, 적당한 단맛이 기분 좋더라고요.
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같아요. 술이 주는 힘을 언제 확실하게 느끼나요? 미국에서 자가 격리하던 시기에 곡 작업을 좀 했어요.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곡을 만들다 보니 느낌이 잘 안 살더라고요. 다 같이 각자의 공간에서 술을 마시면서 회의를 하자고 했죠. 확실히 분위기 전환이 됐어요.
최근에 발표한 신곡 ‘Paradise’도 도전에 가까웠을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에릭남이 ‘왜 이런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출까?’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새로운 느낌 또한 제가 좋아하고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 중 하나에요. 에릭남만이 소화할 수 있는 신선하고 신박한 음악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싶어요. 요즘 모두가 코로나로 인해 답답하고 다운되어 있는 상태잖아요. 언젠가는 이 모든 걸 다 극복하고 좋은 날이 찾아올 거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기분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요.
에릭남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예요? 음악은 제 몸의 한 부분이라고 말해야 할까요? 음악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요. 어떻게 보면 제 일기 같기도 하고요. 어느 특정 시기에 느끼고 고민한 내용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창구에 가까워요. 그래서 옛날 앨범을 들어보면 그때 겪은 어려움, 고민, 연애의 감정이 하나둘 다시 떠올라요. 작업을 하면서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늘 고민해요. 한편으로 음악은 테라피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W 19를 함께 마시고 싶은 누군가가 있나요? 5년 전 작은 공연장을 빌려서 친구들과 함께 모여 술 한잔 기울이다 즉흥적으로 악기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른 적 있어요. 자연스러운 분위기 에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노래하고 놀았던 그날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어요. 지금은 그렇게 모이기 조심스러운 시기이지만, 언젠가 그날처럼 W 19를 마시면서 음악과 함께 재미있게 놀아보고 싶어요.
- 피쳐 에디터
- 김아름
- 포토그래퍼
- 최용빈
- 스타일리스트
- 황금남
- 헤어
- 박내주, Hero at Bit & Boot
- 메이크업
- 정유정 at Bit & Bo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