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세븐틴과 17캐럿 다이아몬드의 미래는?

2020.10.20박희아

신곡 뮤직비디오에서 세븐틴은 한껏 여유를 뽐낸다. 홈런 같은 미래를 맞이하는 청춘의 얼굴이다.

“9회말 2아웃이어도 / 두 손엔 배트 들고 있어.” 세븐틴의 스페셜 앨범 ‘; [Semicolon]’의 타이틀곡 ‘HOME;RUN’의 도입부 가사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세븐틴의 총괄 리더인 에스쿱스는 세련된 차, 세련된 옷차림, 세련된 걸음으로 나타나서는 반으로 정확하게 갈라진 야구공 안에 들어있는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 다이아몬드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어진 장면에서 세븐틴 멤버들은 이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마침내 야구 배트로 진열장의 유리를 깨고 빛나는 보석을 쟁취하는 모습이 화려한 연출과 함께 그려지기 때문이다.

‘HOME;RUN’ 뮤직비디오 속 세븐틴 멤버들의 고군분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필사적이고 목숨을 건 고군분투라는 개념과 다소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들은 다이아몬드를 갖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여유롭게 카드 게임을 하며 승부를 가리고, 삐딱한 자세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기세등등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언뜻 보기에 이런 모습은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세븐틴 멤버들의 현재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들의 지난 앨범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이번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인도, 일본,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총 12개 지역에서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미국, 덴마크, 싱가폴, 터키 등 총 38개 지역 톱 10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한, K-POP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기 그룹이라는 그들의 현재 말이다.

하지만 세븐틴의 현재는 그들이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것만큼 여유로운 태도로, 거저 얻은 것처럼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7캐럿짜리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손에 쥐기 위해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연습 시간을 가졌고, 데뷔 전부터 자체 예능 프로그램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송하며 이름을 알렸던 시간이야말로 그들이 이제야 비로소 ‘; [Semicolon]’이라는 제목으로 앨범을 발매할 수 있게 만든 이유다. 세븐틴의 ‘HOME;RUN’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기성세대가 비난하는 요즘 청춘의 모습을 ‘여유’라는 키워드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지만, 거꾸로 세븐틴의 현재만큼은 거저 얻어진 행운이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이미 다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다소 허세에 가까운 태도로 삶을 관조하는 요즘 청춘의 이야기 또한 여기에서부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모두 노력하고 있고, 홈런을 날릴 순간을 기다리며 애써 웃고 있다고. 그저 노는 인생을 즐기는 게 2020년 청춘의 모습이 아니라고.

세븐틴은 여전히 “두 손엔 배트”를 들고 있다고 말하면서 남들이 말하는 성공한 청춘의 삶에 안주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데뷔 앨범에 실린 ‘Shining Diamond’의 “I’m that Diamond / 흉내 낼 수 없는 Seventeen Carat”이라는 한 줄이 ‘캐럿’이라는 팬덤 이름을 탄생시켰고, 그 한 줄에서 비롯된 열세 멤버의 노력에 따른 성취는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액수의 다이아몬드가 되었다. 세븐틴이 일궈온 과거와 그로부터 가능해진 현재, 그리고 새로 일궈낼 미래는 뮤직비디오 속 시그널 ‘Forever Diamond’처럼 오랫동안 단단하게 빛날 것이란 기대를 낳는다. “오늘 내일 모레 매일 / 놀아보자 내 인생은 홈런.” 이 단순해보이는 한 줄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게감 있게 세븐틴을 비추는 순간이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플레디스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