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가 블레이드 러너, 80년대 SF 재킷을 충분히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서울에서 열린 이번 쇼가 제대로 된 복고를 불러왔다.

이해는 간다. 절제와 미니멀리즘을 타고난 코스는 본능적으로 북유럽 브랜드처럼 보인다. 디자인 디렉터 카린 구스타프손이 스웨덴 출신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본사는 런던에 있고, 매년 브랜드는 짐을 싸서 세계 곳곳의 패션 수도에서 쇼를 연다. 완전히 국제적인 플레이어인 셈이다. 그동안 로마, 뉴욕, 아테네를 거쳤고, 이번에는 서울이었다. 사용되지 않는 텅 빈 수영장을 연기 가득한 런웨이로 바꿔 쇼를 펼쳤다. 코스는 너무나 보편적인 브랜드라, 자칫 꽤 엉뚱해 보일 수 있는 선택도 결국은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만든다. 완벽하게 정제된 실루엣과 실용적인 레이어드 사이에는 살짝 80년대 SF 분위기의 재킷들이 있었고, 이건 충분히 눈여겨볼 만하다.
물론 ‘블레이드 러너’ 재킷이라고 하면 코스프레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나 목요일 밤 맥주처럼, 결국은 균형의 문제다. 그리고 코스는 그 균형을 늘 완벽하게 맞춰왔다. 이번 서울 쇼에서는 2038년의 밀라노 오피스 워커 같은 느낌이었는데, 80년대 후반의 느낌을 가미한 2038년, 그러니까 ‘레트로퓨처리즘’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코스는 언제나처럼 볼륨감 있는 형태를 깔끔한 라인과 또렷한 뉴트럴 컬러, 그리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로 상쇄한다. 재킷으로 보면, 아주 구체적인 콘크리트 톤의 하이 칼라 테크니컬 나일론 재킷, 가죽 버전, 그리고 거칠고 길게 흐르는 해리슨 포드 스타일의 오버코트까지 포함된다. 마치 인간성을 호소하는 안드로이드를 처형하러 갈 때 입을 법한 그런 코트다. 전체적으로 꽤 강렬한 구성이다.
핵심은 역시 균형이다. 코스가 서울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도시는 빠르게 떠오르는 패션 수도이기 때문이다. “정말 멋진 도시예요. 자연스럽게 우아한 에너지가 흐르는 곳이죠.” 쇼가 끝난 뒤 구스타프손은 이렇게 말했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타일 감각이 놀라워요.” 하지만 코스 특유의 보편성을 제대로 살리려면 SF 무드의 재킷에 더 단순한 아이템을 매치하는 게 좋다. 플리츠 블랙 팬츠나 루즈한 데님처럼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것들 말이다. 그리고 스타일링에 자신이 없다면 올블랙은 피하는 편이 좋다. 런웨이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일상에서는 뉴트럴한 아이템이 오히려 훨씬 더 강하게 튀어 보일 수 있다. 새벽 3시 미니멀 테크노 같은 분위기를 노리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물론 그 분위기도 나름의 매력은 있다.
어쨌든, 이번 역시 코스의 완승이다. 서울 쇼의 무드보드를 보면 리처드 기어와 리처드 세라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리처드 세라는 금속 판으로 거대한 곡선 조형물을 만드는 미국 작가다. 코스는 아마도 하이스트리트 브랜드 중 가장 비싸 보이는 브랜드일 것이다. 그리고 이 SF 재킷들은 전 세계 어디서든 통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