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가 이룩한 멋진 신세계.
유정
GQ 단꿈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죠? 좀 더 즐겨도 될 것 같은데 자꾸 ‘붕 뜨지 말자’고 다짐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YJ 역주행 조짐이 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거든요. 우리 이제 잘되는 거 아니야? 기대했다가 번번이 상처를 받았어요. 상처란 게 아무리 받아도 내성이 안 생기더라고요. 우리 이제 진짜 기대하지 말자.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초연해지니 그제야 기회가 왔어요.
GQ 예순까지 브레이브걸스로 활동하고 싶다고 한 거 진심이에요?
YJ 가능하다면 20, 30년은 더 하고 싶어요. 그동안 저희의 유일한 단점이 나이라고 생각했거 든요. 역주행을 겪고 보니 이제 나이에 조금도 연연하지 않게 됐어요. 박막례 할머니가 그러셨죠. 나이 들어 못 하는 건 키즈 모델, <고등 래퍼> 참가밖에 없다고요. 정말 맞는 말이에 요. 이제는 시간이 쌓여 얻은 나이가 저희의 강점이 됐어요.
GQ 언젠가 그랬어요. 유정 씨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유정 자신이었다고.
YJ 누군가 믿어주고 격려해주면 힘이 나잖아요. 그 화자가 자기 자신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저는 그러질 못 했어요. 누군가 잘될 거라고 말해 줘도 그건 날 몰라서 하는 얘기야, 나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난 정말 별로야, 난 뭘 해도 안 될 거야 그러면서 자신을 더 혹독하게 궁지로 몰았어요.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왜 그렇게 미워했는지.
GQ 지금은 자신을 아끼게 됐나요?
YJ 가장 어려운 게 내 자신을 인정하는 거더라고요. 그런데 팬들이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을 찾아서 좋아해주시니 나라는 녀석이 이렇게 괜찮은 면도 있나?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나를 인정하는 연습을 하게 된 건 순전히 팬들 덕분이에요.
GQ 롤린 입덕 포인트가 꼬북좌의 순도 100퍼센트 웃음인데, 의외로 노래를 슬프게 부르는 장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YJ R&B, 발라드, 시티팝 계열의 감성적인 곡, 잔잔하고 슬픈 노래를 좋아해요. 회사 들어올 땐 오디션 곡으로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불렀고요. 하하! 발라드나 R&B는 사람의 내면을 울리잖아요. 노래에서 가사를 유심히 보는 편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성시경 선배님의 ‘태양계’에 푹 빠져 있어요. 가사는 좋아하는 사람을 태양계처럼 뱅뱅 맴돈다는 얘긴데, 노래 죽여주더라고요.
GQ 가사에 깊이 공감하는 편인가 봐요?
YJ 책 읽고 글 쓰는 거 좋아하거든요. 고등학교 땐 글쓰기로 상도 많이 탔고요. 끗발 나는 발라드 가사들 보면서 와,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지? 자주 놀라곤 해요.
GQ 다음 앨범에 작사할 기회가 생긴다면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YJ 하나는 팬들에게 보내는 이야기. 또 하나는 평생 동안 쓴 일기를 주제로 한 이야기. 중학교 때 첫사랑하면서 겪은 희로애락도 다 거기 적혀 있는데, 그때 감정을 담은 귀여운 사랑 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GQ 가장 최근에 쓴 일기 내용 기억나요?
YJ 올해 2월 13일이었을 거예요. 역주행하기 딱 2주 전. 내용이 되게 불행해요. 나만 안되는 것 같다. 브레이브걸스는 역시 안 되는구나. 내 성격도 이상해지는 것 같다…. 그때가 같이 고생하던 동료들이 하나 둘씩 잘되는 시점이었거든요. 얼마 전에 방송하면서 그날 일기를 펼쳐봤는데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GQ 그 뒤엔 어떤 내용이 적힐지 궁금하네요. 단 한 장 차이에 온 그 거대한 변화가.
YJ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역주행 열풍 이후 처음으로 혼자 카페에 갔는데 점원분이 커피 내어주시면서 “언니 1위 축하해요” 속삭이는 거예요. 너무 놀랐어요. 이 벅찬 감정 잊지 않게 일기에 적어야겠다, 안 그래도 다짐한 참이었어요.
GQ 용감한 형제가 브레이브걸스에게 늘 강조하는 말, #자만X #교만X #겸손O처럼 늘 다짐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YJ 하하하! 그 말에 거의 다 담겨 있는 것 같고요, 덧붙이자면 초심을 잃지 말자. 지금의 인기가 계속되면 언젠가 당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죠? 일기장에 그런 솔직한 마음까지 쓸 거예요. 그리고 예전 일기를 자꾸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어제를 기억할 거예요.
은지
GQ 첫 타이틀곡이 ‘변했어’였죠. 요즘 가장 많이 변한 건 뭐예요?
EJ 마음이 편해졌어요. 하루에 많이 자봐야 두세 시간인데, 그래도 행복해요.
GQ 운명을 믿어요? 어디선가 사람의 인생은 12년 주기로 돈다는 말을 아주 진지하게 하던데요.
EJ 역주행되기 직전에 친한 언니가 성명학을 봐줬어요. 지금부터 복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요. 그때쯤 사주도 한번 봤는데 올해 3월 5일 부터 람보르기니 탄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제 대박 터진다고.
GQ 그 전에는 사람에게 누구나 한 번쯤 기회가 온다는 말을 안 믿었다고요?
EJ 아버지가 늘 하신 말씀인데 저는 안 믿었어요.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 꾸준히 연습하고 개인기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는데 저는 아휴 됐다고만 했죠.(웃음)
GQ “운전만 해 1위각”이란 어머님의 유튜브 댓글 이 성지글이 됐다면서요.
EJ 하하하. 맞아요. 그런데 너무 관심을 받으니까 댓글 지웠더라고요. 그 밑에 장모님이란 소리도 있고 갑자기 ‘대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니까 무서웠나 봐요.
GQ 은지는 요즘 별명 부자로 유명해요. 홍은지라는 본명이 은지의 별명이 된 기분이 어때요?
EJ 아, 이제 진짜 팬들한테 들켰다 싶죠. 세상에 누가 본명으로 별명이 붙겠어요. 무대 위에선 제 허당기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는데 큰일 났어요. 그 전까진 무대 밖 모습이 이렇게까지 화제될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팬분들이 제 평소 성격을 재밌게 캐릭터화해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죠.
GQ 은지랑 홍은지의 가장 다른 점은 뭐예요?
EJ 제 직업이 은지니까 무대 위에선 프로페셔널해야 하죠. 무대 위에서까지 평소처럼 바보미를 드러낼 순 없잖아요. 나 지금 진짜 둘을 다른 사람처럼 얘기하고 있네. 웃기네요 정말.
GQ 브레이브걸스의 입덕 포인트 중 하나가 어떤 무대든 열심히 즐긴다는 거예요. <더 유닛>의 한 유튜브 영상에는 이런 베댓이 있더군요. “이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부터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었다.”
EJ 맞아요. 무대는 저희가 늘 꿈꾸던 곳이라서요. (스튜디오 한편을 가리키며) 지금 여기 옆을 무대라고 하고 춤추라고 해도 진짜 열심히 출 수 있어요. 저희가 할 일이 그거니까요. 관객이 한 명이든 세 명이든 상관없어요. 오히려 한 명이면 소통하면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GQ 브레이브걸스에 들어오기 전엔 나이 때문에 데뷔를 포기하려 했고, 역주행 전에는 숙소 짐을 빼고 다른 사업을 준비하던 시점이었죠. 늘 포기하려는 시점에 기회가 왔어요.
EJ 제 인생이 참 신기해요. 얼마 살지 않았지만 늘 바닥 끝까지 치고 나서 기회가 오더라고요. 작년에 3년 5개월 공백 뒤에 ‘운전만 해’로 복귀했을 때, 그때는 당시가 바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젠 잘될 거라고 확신했는데 또 안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보다 더 바닥이 있었던 거죠. 대학교 뮤지컬학과 정시 시험 볼 때도 너무 긴장한 바람에 10초 동안 세 번을 넘어졌어요. 보다 못한 교수님이 음악을 끊고는 “수시 때 왔던 친구 아니냐” 하며 알아보시더라고요. 다행히 저를 좋게 평가해주셨는데, 예비 1번으로 붙었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까스로 합격했어요.
GQ 그 짧은 시간에 세 번을 다시 일어나 춤춘 게 더 대단한데요. 마치 은지 씨의 인생을 압축해 놓은 것 같아요.
EJ 아까부터 자꾸 사주 얘기로 빠지는데, 작년 사주에서도 그랬어요. 은지 씨는 힘들어도 이게 얼마나 힘든지 잘 모른다, 그래서 단단히 버틸 수 있다고요.
GQ 누군가 좋은 말을 해줘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죠.
EJ 원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GQ 서른이 되는 해에 엄청난 일들이 압축되어 몰려왔죠. 촌스러운 말이지만 아이돌에게 서른은 조금 다른 의미이니까.
EJ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피하고싶었던 서른이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까,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해요. 그 전엔나이 때문에 늘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홀가분해요. 서른은 너무 어리고 창창한 나이더라고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 이제 시작이에요.
민영
GQ 만나면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민영 씨가 책임감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면 좋겠다.
MY 아휴…, 눈물이 날 것 같네 갑자기.
GQ 데뷔 5년 만의 역주행으로 너무 즐겁고 너무 바쁜 와중에도 팀의 맏이라서 그런지 민영 씨는 이 인기가 언제 식을지 모른다, 브레이브걸스가 언제 다시 잊혀질지 모른다고 늘 되뇌죠. 그 마음이 신경 쓰였어요.
MY 사실 요즘 잠들기 전에도, 잠에 들어도 생각이 많아요. 낭떠러지 끝에서 갑자기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온 거니까 두 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데, 동시에 언젠가 내려가는 게 이치이지 싶어요. 그렇지만 우리를 향한 관심이 조금 식더라도 지금까지 버텨온 것처럼 꿋꿋하게 갈 길을 가면 우리 팬클럽 피어리스처럼 끝까지 함께 가주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기회를 주신 대중들이 실망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해요.
GQ 성격이겠죠, 이건?
MY 어쩔 수 없나 봐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자는 성격이에요. 인터뷰 하나를 해도, 방송 하나를 해도 저는 잘하고 싶어요. 이 기회가 너무 소중한 걸 알기 때문에 잘하고 싶은데, 요즘 잠을 못 자고 막 너무 정신없이 하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어요. 집중력을 다잡는다고 다잡아도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나 인터뷰가 끝난 뒤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마음을 눌러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서 스트레스를 받나 봐요.
GQ 순간 무용수로서의 민영 씨의 모습이 겹치네요. 무용 전공이죠? 무용수에게는 자신을 다잡는 강한 근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몸의 근육만큼 자리한 마음의 근육이랄까.
MY 맞아요. 제가 입시 준비하고 대학 생활할 때 생각해보면 되게 치열하게 살았어요. 부모님이 연예계 쪽으로 가는 걸 엄청 반대하셔서 그럼 좋아하는 춤이라도 추겠다 해서 무용과로 간 건데, 전 예체능계가 아니라 인문계에서 진학한 케이스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되게 주눅이들었어요. 예고 출신 친구들은 서로 다 아는 사이이고 이미 능숙하니까. 신입생 정기 공연을 하는데 저는 나무 역할이었어요. 그게 너무 속상했어요. 나도 정말 열심히 해서 입학했는데 나무 역할이라니. 억울해서 더 열심히 했어요. 조교 언니들이랑 교수님 붙잡아가면서 이거 알려달라, 새벽까지 남아서 연습하고 그랬어요. 그러고 제가 주연을 맡았어요. 정확히 1년 뒤에.
GQ 민영 씨의 역주행 신화가 처음은 아니군요. 1년 만에 나무에서 주연까지.
MY 진짜. 그때 가장 영향이 컸던 게, 그 정기공연 때 그냥 저 혼자였으면 괜찮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보러 오셨어요. 엄마, 아빠가 우리 딸이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첫 공연을 한다는데 우리 민영이는 어딨나 두리번거리시는데, 저를 못 찾으시는 거예요. 저는 나무가 되어 가만히 서 있으니까. 그게 너무 속상한 거예요. 너무. 그래서 다음에는 꼭 주인공을 해보고 싶다 그랬죠. 더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런데 항상, 열심히 하다 보면 인정받는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어딜 가든 치열하잖아요. 저는 그걸 스무 살 대학 생활 때부터 느꼈기 때문에 연습생 생활도 잘 버틸 수 있었어요. 그때 제 기억은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해요. 겪어온 경험들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이렇게 해서 성공해야 더 값질 거야’ 이런 마음을 심어줘서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GQ 브이로그 같은 영상 콘텐츠 만들 때도 멤버들 성격이 보이는 것 같아요. 유나 씨 말로는, 유나씨는 휴대 전화로 대충 찍고, 유정 씨는 전문 편집자에게 편집을 맡기고, 민영 씨는 직접 촬영하고 인터넷 검색해가며 편집한다고요.
MY 맞아요. 그동안 소통할 기회가 너무 없다 보니까 유튜브 채널(‘민영타임’)이라도 있어야겠다 해서 만든 건데, 직접 만들어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줄 수 있겠더라고요. 카메라도 사고 며칠 동안 잠도 안 자고 유튜브 편집 동영상도 봤어요. 뭔가 하나 하면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인가 봐요. 그런데 아직 세 편밖에 못 만들었어요. 그 영상에서 제가 “우리도 역주행 할 수도 있잖아요” 그랬는데 정말 이뤄졌어요.
유나
GQ 브레이브걸스가 역주행한 배경에는 유나 씨가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털어놓던 속마음도 있지 않나 싶어요. ‘샤이 팬’들의 행동력을 자극했죠.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한번 일으켜보자, 하고.
YN 그런데 그때는 서른 명 안팎의 소수 팬들만 있었으니까 진짜 솔직하게 소통해서 한 말인데, 지금 와서 보면 내가 너무 한탄했나 싶은 거예요. 너무 신세 한탄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많은 분이 그걸 안 좋게 보는 게 아니라 진솔하다, 솔직하다 말씀해주시니까 다행이에요. 한편으로는 걱정했거든요.
GQ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럽군요?
YN “나 힘들어, 힘들어” 이러는 것 같으니까.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 티가 났더라고요.
GQ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이제 그만해야겠다 생각하고 숙소에서 짐을 빼기도했고.
YN 그게, 짐을 싼 게 설 전날이었어요. 자려고 누웠는데 새벽 4시쯤에 미쳐버리겠는 거예요. 안되겠는 거예요. 캐리어에 짐을 막 넣고 바로 택시를 불러서 부모님 댁으로 갔어요. 제가 버티려고 버텼는데 매일 잠도 못 자고 밤새우고, 맨날 울고,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그 전에는 아침에 운동도 하고, 바리스타 학원도 다니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한 한 달을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못 하고 숙소에만 있으니까 한계가 왔어요.
GQ 활동이 없던 시기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면서 지냈군요?
YN 네. 저는 우울함에 안 빠지려고 시도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래서 바리스타 자격증 공부도 했던 거고, 운동도 했던 거고, 무조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자, 이게 제 습관이었어요. 새벽 6시 수영반에 다닌 적도 있어요.
GQ 한 세 번 가고 안 간 건 아니고요?
YN 아니에요! 3개월 동안 다녔어요. 그것도 코로나 때문에 3개월밖에 못 다녔지만. 그렇게 하면서 견뎠죠. 전 절 힘들게 해야 해요. 그래야 버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작은 숨통까지 다 막 혀버리니까 그때가 우울함의 극치였어요.
GQ 바빠진 일상은 어때요?
YN 사람들이 주는 사랑이나 관심을 받는 순간 ‘바르게 살아야겠다’ 이 생각이 딱 드는 거예요. 못나게 살아오진 않았지만 지금보다 더. 그리고 제가 항상 가졌던 마음이 잘돼서 주변 지인들 힘들 때 도와주고 싶고, 밥도 사주고 싶고, 뭐도 해주고 싶고 그런 거였어요. 그런데 그러지 못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내가 되어 있는 것도 없고 버는 것도 없으니까. 저는 누군가에게 무언가 해줄 때 너무 행복한 사람인데. 이제는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좋아요. 기다려, 밥 사줄게. 너도 기다려. 너도 기다려. 친구들한테 “기다려, 내가 쏠게” 계속 그러고 있어요.
GQ 다시 숙소로 돌아갔잖아요. 숙소 생활은 어때요? 무언가 역할 분담도 있나요?
YN 제가 정리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뭔가 널브러져 있는 걸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제가 분리수거 해놓고 “언니들, 이거 갖고 나가요” 하면 언니들이 아침에 나가면서 갖다 버려요. 음식물 쓰레기도 정리해놓고 “언니들, 이거 갖고 나가요” 하면 또 갖고 나가요. 말도 잘 들어, 하하하하하.
GQ 아버지가 체육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진두지휘하는 능력을 물려주신 건가 싶네요.
YN 아빠 교감 선생님 되셨어요. 하하하하하. 그런데 진짜, 아빠가 ROTC 출신이에요. 엄마도 승무원 출신이셔서 그런지 저도 뭔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언니들이 잘 받아줘서 가능한 거예요. 언니들이 다 착해요.
GQ 유나 씨에게 용기란 뭐예요?
YN 용기란, 나 스스로를 위한 책임이라고 해야 하나. 제가 이것저것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저를 위해서였어요. 제가 저 밑바닥에 빠지기 싫어서 계속 시도했던 거예요. 용기란 결국 저를 위한 것 같아요. 응, 용기는 나를 위한 것. 그건 고집인 것도 같은데, 생각해보면 항상 제가 엄마한테 “나 이거 하고 싶어”라고 고집 부린 게 하나하나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됐어요.
GQ 의사 표현이 확실한 아이였다?
YN 네. “엄마, 나 노래하고 싶어”라고 해서 노래를 시작한 게 나에게 스며든 것처럼. 그런데 엄마가 시켜서 했던 건 다 안 됐어요. 발레 시켰는데 하다가 제가 “안 해!”해서 그만뒀지, 공부를 진짜, 수학, 과학, 영어, 국어 학원 다 다녔는데 그중에서 하나도 잡은 거 없어요, 하나도. 제가 “엄마, 나 음악 학원 갈래”해서 이것만 잡았지.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엄마한테 그랬어요. “엄마, 나 뭐 시킨다고 돈 많이 날렸네. 그때 그 돈을 모았으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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