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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의 GQ 21명의 뮤지션 – KOREA

2021.09.07김영재

“그곳에서 현재와 미래를 잇는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호기롭고 가볍지 않은 질문을 받은 21개국의 <지큐> 에디션이 의심의 여지 없이 21개의 이름을 호명했다. 시간을 빨리 돌려도 유효기간 없이 펄떡이며 떠오를 이곳과 저곳의 목소리.

스터드 디테일 데님 셔츠, 팬츠, 실버 체인 벨트, 모두 보테가 베네타.

재킷, 탱크 톱, 모두 지방시. 네크리스, 디올 맨.

재킷, 탱크 톱,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스터드 디테일 볼 캡, 스니커즈, 모두 지방시. 네크리스, 디올 맨. 블랙 벨트, 발렌시아가.

타이다이 모노그램 데님 셔츠, 데님 하네스, 데님 팬츠, 모두 루이 비통. 슈즈, 발렌시아가.

GQ KOREA COLDE
Age 27 Hometown Seoul Key Track ‘When Dawn Comes Again’

지나치게 화려하고 선명해서 얼룩덜룩한 도시인의 일상에는 고요를 만끽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른바 새벽의 나른함 같은. 한국의 알앤비·힙합 신에서 비범하고 흥미진진한 서사를 써가고 있는 콜드의 음악이 그렇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이며 레이블 WAVY의 수장인 콜드의 음악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담백함, 세련미, 흡입력 있는 감성일 것이다. 그는 사랑, 꿈과 이상 등 가장 보편적인 주제를 적절한 여백과 세련된 무드로 담아내는 재능이 탁월하다. 리스너에게 편안한 감상이 되어주고 사적인 공감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콜드의 음악을 관통하는 정서는 소란스러운 낮보다 모두가 잠든 밤의 안락함을 닮았다. 감성을 지피는 콜드의 목소리는 편하고 나긋나긋하지만 행보는 기세가 다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고유성 중 하나는 넓은 스펙트럼이다. 콜드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다채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다. 메인 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를 굳이 구분짓지 않고 다양한 협업을 선보인다. 알앤비와 다른 음악이 한데 놓이는 것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패션, 공간 등에도 확장성을 발휘한다. 콜드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느껴지는 지점이다. 올해 발표한 앨범 <이상주의>에서 노래했듯이 콜드는 왕성한 이상주의자다. “우리는 매일 꿈을 꾼다. 삶은 현실의 연속이지만 꿈의 지향점이다”라고 말한다. 콜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꿈에 다가가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사이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어두운 이 도시에 그의 음악이 울린다. 깊은 밤에 송글송글 맺힌 도시의 불빛처럼 절대 꺼지지 않은 채.

GQ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겐 모두 한강이 있어요. 촬영 장소인 한강과 관련된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CD 그곳만큼 큰 위로를 준 장소가 없어요.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밤새도록 작업이 안 풀리면 한강을 찾았어요. 깊고 검은 강을 바라보면 물결에 비친 불빛이 흐르듯 움직이거든요. 그 장면이 제가 듣고 있는 음악과 겹쳐지면서 이퀄라이저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져요.
GQ 보통 아티스트들은 깊은 밤시간에 창작의 즐거움과 고통에 몸부림치잖아요. 콜드도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대체 서울의 밤은 아티스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CD 다른 나라에 가면 그곳의 밤과 새벽을 오롯이 느끼려고 막 돌아다녀요. 근데 서울만큼 늘 깨어 있고 스파크가 튀고 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드는 도시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서울이란 도시가 가진 에너지가 단단하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 점에서 서울의 밤을 수없이 보낸 젊은 창작자들이 좋은 작업물을 쏟아내는 것 같아요.
GQ 특히 콜드의 음악은 새벽 분위기를 닮았다는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CD 서울의 밤은 그토록 화려하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고요함을 극대화해서 느낄 수 있어요. 제 음악은 그 부분을 건드려요. 휘황찬란한 서울을 등지고 제가 느낀 것들을 음악에 담는 거죠. 새벽에 산책을 자주 하거든요. 그 시간엔 낮의 일상에서 바빠서 지나쳤던 많은 것이 뚜렷하게 보여요. 그런 새벽의 이미지들로부터 정서적 안정도 찾고 영감도 얻어요.
GQ그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다면 얼마 전 발표한 싱글 ‘또 새벽이 오면’이 되겠네요.
CD 맞아요. 저는 새벽에 늘 꿈을 꿨어요. 다른 이들이 잠자고 꿈꾸는 동안 목표와 꿈을 향해 달려갔죠. 그렇게 무수히 많은 곡을 만들고 고민과 고뇌로 보낸 시간을 노래에 여과 없이 담았어요.
GQ 그런데 콜드가 표현하는 새벽은 차가운 인상의 이름과 다르게 거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따뜻함이 있어요.
CD 음악을 시작하면서 추구했던 세계관이 있어요. 레이블 웨이비의 슬로건 중 하나가 ‘변화의 물결이 밀려온다’예요. 변화, 물결을 비롯해 빛, 자유, 사랑, 이런 것들이 영감의 근원이 돼요. 뭐랄까, 저를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GQ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느꼈던 경험 때문에 그걸 스스로 바꾸고 싶다는 마음으로 레이블을 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대가로 아티스트로서의 비중이 줄어들고 그만큼 갈증도 커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CD 갈증, 있죠. 작년에는 회사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집중하느라 외적인 음악 활동을 거의 못하다시피 했어요. 그때 좀 힘들었어요. 제 창작의 DNA는 변함없으니. 어느 정도 회사가 궤도에 올라 올해는 아티스트 본연의 활동에 집중하는 중이에요. 지난 1월 발표한 앨범을 기점으로 거의 매달 작업물을 내놓고 있어요.
GQ 웨이비의 현재는 처음에 상상만 했던 그림과 얼마나 닮았나요?
CD 제 생각보다 더 성장했고 여러 성과를 이뤘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꿈과 이상이 생겼죠.
GQ 앨범 <이상주의>에 썼듯이 끊임없이 꿈꾸고 꿈을 살고 있네요.
CD 제가 함께하고 싶은 아티스트들과 음악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 그게 첫 목표였는데 빠르게 이뤘어요. 게다가 다양한 일을 함께할 수 있는 팀원들을 만나 웨이비가 뮤직 레이블에서 복합적인 모델로 확장됐어요.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이 생겼어요. 간단히 말해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음악에 국한하지 않고 좋은 것들을 계속 만들어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되게 추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는데, 문화 예술을 성장시키는 건 결국 대중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많은 경험을 나누고 우리가 무엇을 더 좋다고 느끼는지 알아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GQ 좋은 경험과 취향에 몰두하는 콜드의 레이더는 무엇에 주로 반응하나요?
CD 자극적인 당장의 끌림보다 볼수록 진득한 마음과 깊이감이 느껴지는 것들요.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그렇더라고요. 장인 정신처럼 자신의 방향성과 결을 견고하게 지키는 게 멋져 보여요. 그게 제가 추구하는 거예요. 그래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때그때 영향 받은 것을 제가 추구하는 멋과 잘 섞어서 하나하나 보여드리려고 해요.
GQ 콜드는 음악가로 규정하면 안 될 것 같아요.
CD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음악을 하는 콜드 외에도 꿈을 꾸는 인간 김희수가 있으니까. 저조차도 정확하게 뭘 하는지 모를 만큼 복합적이에요.
GQ 최근 몇 년간 김희수이라는 개인도 달라진 부분이 있겠죠?
CD 예전에는 너무나 예민한 성격이었어요. 작업 하나에도 많은 생각을 집어넣고, 선택에서도 지나치게 신중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완전히 유해졌다고 자신해요. 회사를 만들고부터는 매일매일이 전쟁 같은 하루였어요. 수많은 선택과 문제들이 저를 공격했죠. 그 시간을 거치면서 굳은살이 단단하게 생겨 웬만한 일은 짜증이 안 나요. 화가 날 법한 상황에선 해결책을 먼저 찾게 돼요. 어쨌든 해결하고 나면 후련하겠다, 속 시원하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GQ 지금 안고 있는 숙제는 뭐예요?
CD 음악를 발표하고 나서 가장 중요한 건 오프라인에서 그걸 보여주고 경험을 나누는 건데 불가능한 상황이잖아요. 이 시간을 어떻게 채우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GQ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장 먼저 뭘 할래요?
CD 예전에 음감회를 한 적이 있어요. 그걸 다시 하고 싶어요. 여러 활동과 경험이 제한되면서 많은 사람이 아카이빙을 하며 이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음감회는 제 것을 나누는 자리예요. 단순히 제 앨범을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받았고 레퍼런스로 삼았는지 소개하고 그 경험을 같이 공유하는 거죠. 어떤 이미지나 이야기, 영화나 음악이 될 수도 있어요.
GQ 경험이라는 게 콜드의 인생관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CD 저는 경험하는 걸 좋아해요. 직접 보고 듣고 만나서 대화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놀아요. SNS를 통해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것을 간접 경험하잖아요. 사람들이 아무리 좋다, 멋지다고 한들 제가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 말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해요. 다른 사람의 느낌을 내 것처럼 인식하다 보면 결국 자기 것을 만들지 못하거든요. 아티스트는 주관이 뚜렷해야 자신의 메시지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전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본질적으로 자신을 잘 채워야 해요.

    피처 에디터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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